당청 단문

만두 좋아하시나요? 저도 좋아합니다

夢魂 by 매파

위의 썰을 기반으로 하는 당청

청명은 손끝에서 뭍은 하얀 덩어리들을 가볍게 털어낸다. 여인네들이 바르는 분처럼 희고 고운 밀가루가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게 낯설기만 하다. 검수로 70년을 넘게 살았다. 어릴 때야 이리저리 뛰노느니라 손에 흙먼지를 묻히고 살았지만, 검수로 이름은 날리기 시작한 뒤로부터는 피를 묻히고 살았다. 묻힌 것도 아니다. 인간 백정이며 손가락질할 만큼 손에 적시고 살았다. 하아. 낮게 한숨을 쉬었다. 지난 세월에 회의가 드냐고? 아니다.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그냥, 낯설고 거북해서 그럴 뿐이다.

청명은 대청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맞은편에서 잔소리가 쏟아진다. 감히 누구 앞에서 일장 연설을. 그래도 되는 사람은 한 사람이다. 좀 더늘면 두 사람. 귀찮음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쫑알쫑알 잔소리는. 앓느니 죽지. 이어지는 한숨에 청명은 낄낄, 소리내어 웃었다. 몸을 굴려 맞은 편을 보니, 저만치나 손에 밀가루가 묻은 게 낯선 이가 있었다.

큼지막한 손이 아기 손보다 작은 덩어리를 조몰락거리는 게 신기하다. 손바닥 위에 펼쳐진 만두피. 만두소 한 숟갈을 올리고 반달로 접어 둥글게 말았다. 만두피 한쪽에 주름을 만들어 접기도 하고, 만두피를 포대기처럼 감싸가며 접기도 한다. 만두 하나 빚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날아간 비도가 사파 목에 닿는 순간만큼이나 빨랐다.

청명은 눈동자를 굴려 옆에 놓인 쟁반을 봤다. 튀어나온 만두소 때문에 자신이 만든 게 만두인지 돌멩이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건 만두를 빚은 게 아니라, 만두피와 만두소를 손으로 조몰락거리며 합친 모양새이다. 너덧 살 먹은 아이가 만두를 만들어 보려다 질려 가지고 노는 게 저러할까. 쟁반을 저만치 치워버리려 하자, 당보가 한마디 던졌다.

“이게 만두인지 돌덩이인지. 그러게, 속은 적당히 넣으라고... 아얏 미친 저 말코가!! 숟가락에 내력 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아악, 형님!!!!”

“닥치고 만두나 빚어.”

청명은 말보다 주먹이 빠른 사람이다. 이럴 땐 꼬리를 내리고 가만히 있는 게 신상에 이로웠다. 눼. 당보는 이마며 머리카락 묻은 밀가루를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신세야. 사천 당가 태상 장로라는 사람이 코를 훌쩍이며 만두를 빚는 모습이 어찌나 처량하던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낮은 기와 아래에서 피를 피하는 거지보다 더 처량 맞았다. 쬐끔 불쌍했지만, 하늘 같은 형님을 놀린 대가라 생각하면 깃털보다 가볍다.

옻칠이 된 나무 쟁반 위에 만두가 채워진다. 당보는 만두로 채워진 쟁반을 옆에 치우고 다른 쟁반을 꺼낸다. 쟁반 위에 밀가루를 꼼꼼하고 뿌리고 만두피를 집었다. 손에서 나뭇잎, 반달, 보름달이 만들어졌다.

“만두 예쁘게 빚는 걸 보니 예쁜 딸 낳겠네.”

“도..도사면서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얼굴이 벌게져서는. 누가 보면 음담패설이라도 한 줄 알겠다.”

청명이 입이 험하고 행동은 거칠어도 근본은 도사인지라 성적인 농담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몰라서라기보단 청명이 정한 ‘이건 하지 말아야지.’라는 선, 같은 거다. 그렇게 다짐한 것치곤 앞에 있는 이와 만리장성을 열댓 번 넘게 쌓았지만.

환갑을 넘긴 주제에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아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당보가 청명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순수 순진이란 단어와 제일 거리가 먼 우리인데. 대체 그게 뭐라고 저러는지. 나는 또 저게 귀엽게만 보이는지.

당보가 버럭 소리를 낸다.

“도사형님이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딸이니 뭐니, 자식 계획은... 차분하게...”

“나, 남자다.”

“압니다.”

“아이 못 낳는다고.”

“예로부터 아이는 하늘의 뜻이라고. 원시천존께 치성을 드리면 언젠가 생기지 않을까요?”

청명은 손가락을 가볍게 꺾었다.

“그럼 지금 원시천존 곁으로 보내줄테니 거기 가서 빌어보든가.”

“아, 잠깐 형님 제가 농담을... 으악 당보 살려!!”

 

주먹을 써서 그런가. 청명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가며 닿은 곳은 아까 자신이 만든 만두였다.

배고픈데 저거라도 먹을까.

이후 청명이 한 행동은 무인이라면 열이면 열이 다 경악할 재능 낭비였다.

세상에나. 멀쩡한 찜기를 두고 열양장력으로 만두를 익혀 먹는 사람이 있다?!

“이거 맛있는데, 피가 좀 얇았으면 좋겠다.”

당보는 기절하고 싶다.

“더 맛있게 만들어 드릴 테니, 그만 드십시오. 형님 그건 건드시지 마시고.. 미치겠네. 제발 그만 먹으라고요!!!!”

 

 

커다란 무쇠 냄비 안에 기름이 끓고 있다. 당보는 쟁반에 담아둔 만두를 하나둘씩 넣었다. 가라앉았던 만두가 떠오르며 부글부글 소리를낸다. 탁탁 기름 튀는 소리도 난다. 청명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 봤다. 주루에서 만두를 시켜서 먹어만 봤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건 처음 봤다. 큼. 당보는 우쭐함을 감추지 못했다. 구멍이 송송 뚫린 채에 만두를 넣고 이리저리 굴렸다. 매끈했던 만두피가 울퉁불퉁해지며 갈색으로 변한다. 만두를 몇 번 굴리고 나서는 채로 건져 기름을 털어냈다. 군만두는 바싹함이 생명임으로 기름을 충분하게 빼주는 게 좋다. 하지만 청명은 기름이 빠지는 그 짧은 순간을 기다리지 못했다. 고소한 기름과 고기 냄새, 무엇보다 만두가 튀겨지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만두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좀 뜨거운 게 무슨 대수일까. 이로 만두를 깨물자, 만두피는 입안에서 바삭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읍. 좀 뜨거운 게 아니었다. 만두피가 가두고 있던 고기 육즙이 입안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청명은 입을 크게 벌려가며 입안에 만두를 식히려 애썼다. 뜨거운 육즙과 까슬한 만두피로 인해 입천장이 까졌지만. 갓 튀겨낸 만두는 그걸 감수 할 만큼 맛있었다. 바삭한 만두피 안에 촉촉함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하나 더 먹을까, 라는 생각에 만두에 손을 가져가자, 젓가락이 막아선다. 아이고, 아이고 형님. 아해도 아니고. 저기에 형님을 빼고 “내가 못 살겠다.”를 넣으면 청문이 청명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형님 손이 무인이지, 입안이 무인이십니까?”

“…….”

“큭큭큭. 제가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십니까.”

당보는 아무 말 없이 미심쩍다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청명의 시선을 못본 척 했다. 대신이라고 할까. 만두를 집어 작은 접시 위에 올렸다. 젓가락으로 반을 가르자, 뜨거운 김이 올라온다. 후후. 입김으로 식힌 만두를 간장에 찍어 청명의 입가에 가져갔다. 당보의 눈동자에 청명으로 가득 찬 순간 낸 소리는 만두를 식힐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눈앞에 있는 정인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내는 그런 소리. 당보는 곤란함이 묻어난 목소리로 독촉하기 시작했다. 팔 떨어지겠습니다. 와작,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입안에서 부서진 것은 만두피였을지 아니면 부끄러움이었을지. 당보는 접시에 남아 있던 만두를 집어 청명 입가에 가져갔다. 불만 그득한 얼굴로 만두를 씹던 청명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거 뭐야? 느끼함이 싹 사라졌어. 간도 좀 심심했는데 지금은 간간한 게 딱 좋아. 만두피도 여전히 바삭하고...”

“간장에 유자즙을 섞은 식초를 넣었습니다.”

“유자? 요즘엔 구하기 어려울 텐데.”

“도사 형님. 지금 계신 곳이 어디입니까?”

“우문이었군.”

청명은 이가 보일 정도로 웃더니 당보의 젓가락을 빼앗았다. 작은 접시도 같이. 이건 빼앗았다기보단 당보가 순순히 내어준 것에 가까웠다. 맞고 내줄 바엔 그냥 드리는 게 낫지. 당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채를 들었다.만두 더 튀길까요? 응. 고추랑 쪽파 잔뜩 썰어 넣은 매운 간장도 있는데 드릴까요? 응. 접문해도 됩니까? 응.................?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원양이 부리로 쪼듯, 닿았다 떨어져 나갔다. 당보는 입맛을 다셨다.

“맛있네요.”

길게 한숨을 내쉰 청명이 손을 길게 뻗었다. 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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