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인외(人外)합작 5 ~달이 떨어지는 핼로윈~(재업로드)
기상호 연애 드림
*남남드림입니다.
그중에서 살아남은 것이 몇이나 될까. 현대엔 수많은 것들이 혹은 그의 자손들이 제 어떤 이는 인간이 되어 살아남기를 원했고 어떤 이는 본체를 택하여 살아가기도 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전혀 모르는 이런 세상에서 한 인간은 어째서인지 길에서 피를 흘린 체 쓰러진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인간은 우선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강아지를 치료하는 것을 택했다.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는 원체 잘 먹고 튼튼해서 병원에 잘 안 와서일까. 늘 가던 병원이 아녀서 그런 걸까. 예상치 못한 큰 금액에 눈물을 머금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떨리는 카드는 카운터 직원으로 전달되자 거짓말처럼 떨림이 멈췄다.
“결제는 되었습니다. 본인 가족이 아닌 거죠?”
“네. 집으로 가던 길에 발견해서… 그 아이는 괜찮을까요?”
피를 많이 흘린 것 같은데 다행히 상태는 괜찮단다. 안도의 숨을 뱉어내곤 카드를 돌려받았다. 이제부터 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그냥 지나쳐도 됐었는데... 숨을 겨우 몰아쉬며 쳐다보기에 그 눈빛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인간은 우선 음침한 분위기의 동물병원과 제 앞에서 저를 보고 웃는 직원의 표정이 보인다. 강아지를 감싸고 있던 제 겉옷을 꽉 쥐었다.
“…키울 수 밖에 없겠지.”
그의 말에 맞은편에선 짧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전혀 모른다는 표정으로 저를 보며 내일 오면 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인사를 한 뒤 돌아간다. 왜 웃은 거지? 그 아이에게 함께할 사람이 생겨 기뻤던 걸까. 인간은 이상하게 밀려오는 찝찝함을 간단히 목 스트레칭을 하며 외면했다.
다음날,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저를 내려다보는 고양이요, 떠오르는 건 어젯밤 보았던 강아지였다.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면 정말 내가 키우는 수 밖엔 없을 거다. 주변에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중학교 후배. 어제저녁, 자기 전까지도 강아지에 대해 대화했었다. 인간은 손을 뻗어 근처에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가슴 위에 앉아있던 고양이가 침대 아래로 내려와 기지개를 켜는 걸 보고 웃다 손에 쥔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메신저에 들어온 내용을 확인한 뒤 시간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식사하고 씻고 나와 옷을 챙겨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주말 아침인데도 여는구나. 다른 곳인가 싶은 정도로 어제와는 다른 밝은 분위기와 함께 직원과 인사를 나눈 뒤 의사를 따라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제보다 눈에 띄게 좋아 보여 퇴원해도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었다.
“피가 엄청나게 났는데요?”
“오시기 전에 상태를 확인했는데 단순한 타박상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피가 아니라 다른 아이의 피가 묻었을 수도 있고요.”
“음… 뭐. 일단 아이가 다 나았다는 거죠?”
의사의 처방을 듣고 아이를 안은 체로 카운터로 갔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 바로 카드를 내밀어 결제를 하는데 아이의 이름을 듣고 아차 싶었다.
“상호 보호자님. 이건 영수증이고요.”
“아...”
“상호 보호자님?”
“네. 죄송합니다. 이건 영수증하고 카드…감사합니다.”
왜 하필이면 얼마 전 헤어진 후배 이름으로 했을까. 어젯밤 정말 정신이 없긴 했었나 보다. 영수증과 주머니를 대충 쑤셔 넣고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그 주변에 있는 강아지 짖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병원 밖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덕에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어 매우 밝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희찬아. 그 강아지 퇴원해도 된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어. 어. 내가 키우려고. 우리 집으로 갈 건데 올래?”
인간, 류우서는 제 중학교 후배인 정희찬의 등장으로 그나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할 때 저를 따르던 있던 고양이를 졸업 후 데려와 함께 산 이후로 다른 동물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특히 강아지. 집에 있던 고양이가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하악질을 하며 경계를 하던 차에 희찬의 등장은 여느 때보다 반가웠다. 아마 저보다 덩치가 크니 고양이의 경계는 당연했을 거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도 저런 비슷한 반응을 했던 것 같았는데… 생각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일단 고양이를 제 방에 넣어두고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를 희찬에게 보여주는 순간 희찬은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가져온 게 소용이 있으려나 라는 이상한 말을 꺼내더니 괜찮을 거라며 일단 들고 있는 걸 다 받았다. 괜찮다니.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괜찮다면 그런 거겠지.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고양이가 문을 긁어대던 통에 결국 강아지를 제 방안으로 넣어 쉬게 하고선 고양이를 밖으로 나오게 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동안 전화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어느 주제가 나오게 되었다. 저도 모르게 뱉은 말에 우물쭈물하다 숨을 길게 뱉어낸 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상호는 잘 지내?”
“어… 잘 지내는 것 같은데요.”
“그렇구나.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그…최근에 상호한테서 연락이 안 되어서 혹시 무슨 일이 있나 했거든.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그… 저 방에 있는 짐도 보내줘야 할 텐데.”
“아… 햄. 우리 나갈래요?”
“어? 강아지를 혼자 두면”
“괜찮아요. 혼자 둬도 되니까 나가요!”
동물 학대로 신고 당하는 거 아닌가 했지만 저보다 작은 희찬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그래. 오늘 날씨는 정말 좋았다. 일한다고 미뤄덨던 것들을 이상하게 꼭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후배와의 데이트를 즐기고 희찬이 사는 곳에 가서 2차로 물건 몇 개를 받아왔다. 강아지 물건은 아니고 생필품인데 필요하면 쓰라고. 거절하려니 제발 받아달라기에 생필품이기도 하니 받기로 했다. 그리고 희찬이네 집에서 어느 정도 놀다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이 일요일이라 다행이었다. 희찬이가 더 놀다 가라 했지만 희찬네 집에 있는 강아지를 보니 서둘러 받은 생필품을 챙겨 나왔다.
집에 가면 상호가 있겠지. 강아지 상호. 지금 집은 사귀었던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마련한 집이어서 큰 편이었다. 각자 원하는 방까지 정해 짐도 어느 정도 정리했는데 갑자기 헤어지자며 나가던 통에 몇 달은 혼자 생활한다고 그 방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다행이긴 한데… 늦은 시간이 되니 별생각이 다 들어 자책을 하며 문을 열었다.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하악질 소리에 짐을 그대로 현관 입구에 두고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강아지가 낑낑거리고 있으니 바로 안아 들었다. 평소엔 얌전한 아이인데 강아지가 그렇게도 싫었던 걸까. 희찬이 강아지한텐 안 그러던데. 그 강아지는 크기가 작아서 그런 걸까. 일단 고양이가 진정되게 분리한 뒤 강아지를 한동안 열리지 않은 방의 문을 열었다. 금방이라도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아지만 그 방안으로 넣고 다가오는 강아지에게 잠깐 있으라며 쓰다듬어 달래준 뒤 문을 닫았다. 우선 엉망이 된 집부터 정리를 해야 했다. 받은 생필품은 주방 창고 쪽으로 옮겨놓고 드레스룸으로 가 문을 여니 다행히 드레스룸은 멀쩡했다. 문을 닫고 정리를 마친 뒤 제 방문을 열었다. 고양이가 안정되었는지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다가와 몸을 비빈다. 잠깐 있으라며 이번엔 강아지가 있는 곳을 문을 열었다. 눈치를 보며 낑낑거리는 소리에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울지 말라고. 그러고는 그 방을 빠져나왔다. 연락되어야 여길 정리를 하든 할 텐데. 아무리 연락해도 전화기는 꺼져 있는데 잘 지낸다는 희찬의 말이 떠올라 열린 틈으로 강아지만 확인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강아지는 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제 고양이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니 방안에만 둘 수도 없을 테니까.
씻고 나오니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저를 보더니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간다. 저 방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눈치를 보고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입고 나와 제 방으로 들어가 바로 침대 위에 누웠다. 책장 위에 있던 고양이가 아래로 내려오더니 그대로 침대 위, 제 옆으로 몸을 눕힌다.
“미안해. 며칠만 좀 참아줄 수 있겠어?”
대답이라도 한 듯 우는 소리에 고양이를 품에 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윗집에서 들렸겠지, 하면서.
얼마나 잠들었을까. 또다시 들리는 발소리에 이어 고양이의 하악질 소리, 곧 잊힐 것만 같던 아는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빠르게 일으켰다. 어째서인지 조금 열린 방문을 열어젖혔다. 당황한 목소리에 남성이 어째서인지 제 고양이에게 다리를 물리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일단 우서는 제 고양이를 품에 안아 제 방안으로 넣고선 문을 닫았다.
저를 보며 눈치를 살피던 남자는 몇 달 전 헤어졌던 남자친구였던 중학교 후배 기상호였다. 언제 들어온 걸까.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 방문이 조금 열려있던 건 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을까. 기상호. 상호는 우는 소리를 내며 제 다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상호. 눈앞에 있는 건 분명 상호였다.
“…상호야.”
“우서햄, 저 그게...”
“아니, 너 말고… 상호야!”
방 안으로 들어가니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눈으로 훑어보고 침대 밑, 옷장 안, 문 뒤를 보고 방 밖으로 나왔다. 상호 옆을 지나 주방 창고 냉장고 옆, 식탁 아래 거실로 나와선 탁자, 소파 아래까지 거실 밖 베란다로 나가려 하니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에 흠칫 행동을 멈췄다. 분명 저보다 키는 작았는데. 못 보던 사이에 좀 더 큰 것 같았다. 동물도 아니고 사람이 그렇게 금방 크던가? 상호는 열려있던 베란다 문을 조심스레 닫는다.
“저예요.”
“어?”
여전히 쳐다보지 않은 체로 이번엔 제 손이 잡혔다. 손이 이렇게 컸던가?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그 강아지. 저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돌아서니 분명 뒤에 있던 상호가 사라졌다. 낑낑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강아지 상호가 있었다. 현실 감각이 사라진 것 마냥 멍한 상태가 되어 주저앉았다. 자다가 깬 게 아니라 이 상황까지 꿈인 걸까. 눈을 질끈 감았다. 양손으로 제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니 다시 손이 다가와 제 손을 저지했다.
“죄송해요. 햄 충격 받으실까 봐 말 못한 건데...”
“내가 받을 충격 때문에 헤어지자고 한 거구나.”
“그야…”
“상호야. 그럼 내가 괜찮다고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눈을 뜨니 다시 상호가 저와 비슷한 자세로 쭈그려 앉은 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풉. 입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가 이어졌다. 점점 빨개지는 눈에선 한두방울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래. 이렇게나 여렸다.
“상호야.”
“네, 햄.”
“상호야.”
“네. 우서햄.”
울먹이는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르자 지금부터 전날, 그 앞으로 떠올랐던 감정을 마음속에서부터 하나하나 청소해갔다. 강아지 때의 모습을 봐서인지 등 뒤로 꼬리가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머릿속은 복잡했으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원인 하나를 해결했으니 나머진 차차 풀어가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힘이 빠졌다.
“일단 우리 잠부터 잘까? 안 피곤해?”
“그럼 햄 옆에서 자도… 잘래요.”
“그래, 그래. 그나저나 다친 곳은 괜찮아? 왜… 아니다. 우선 잠부터 자자.”
“네.”
베란다 문을 딛고 몸을 일으키니 따라 일어난 상호가 손을 내밀었다. 상호의 손을 잡고 제방 쪽으로 향했다. 안에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살짝 문을 열어 제게로 다가오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상호가 들어가고 나서야 몸을 토닥여준 뒤 바닥에 내려놓는다. 캣타워 위로 올라가는 제 고양이를 보면서 인사를 한 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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