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농놀

알아가기

2023.04.23 / 슬램덩크 - 정대만 드림

대만은 낯선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교에 있다는 것은 알았어도 갈 일이 없었던 탓에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조차 낯설기 짝이 없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편도 아니었으니 더욱더 도서관의 엄숙한 분위기에 목이 갑갑해지는 것만 같았다.

 

“크흠.”

 

자신의 발소리만이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대만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높게 치솟은 책장들 사이로 익숙한 이의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리자, 곧 보고 싶었던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성큼, 옆으로 다가가자 책에서 눈을 떼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이의 눈동자에 대만의 입가가 느슨해졌다.

 

“왔어요?”

“응, 찾던 건 그거야?”

“네.”

 

살짝 웃음 짓는 얼굴에 대만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도서관인 탓에 평소보다 훨씬 목소리를 낮추고 있지만, 그게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해 더 가까이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나도 한 권 빌려 갈까?”

“보고 싶은 거 있어요?”

“…아니, 그냥. 네가 좋아하니까.”

 

대만의 대답에 작은 웃음이 돌아왔다. 곧 대만의 손을 잡아끌어오는 작은 손에 대만은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있었지만, 대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가슴팍 정도밖에 오지 않는 그녀에게 순순히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져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커튼이 쳐져 있지 않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인지 재채기가 날 것 같이 코가 간지러워졌다.

 

“이 책, 제가 좋아하는 책이에요.”

“어? 어….”

“이따가 집에 가면 제가 가진 걸로 빌려줄게요.”

 

곧 대출하고 오겠다며 놓인 손에 대만은 빈손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움켜쥐었다. 익숙한 듯이 도서부원에게 말을 거는 그녀를 뒤에서 쳐다보고 있다가 성큼성큼 그 옆으로 다가갔다.

 

“이제 가요.”

“그래.”

 

책을 들지 않은 손을 다시 잡자, 곧 다시 손가락이 얽혀왔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니 멀리서 부활동 중인 학생들의 웅성거림만이 들려왔다.

 

“나도 다음에 농구 가르쳐 줄래요?”

“나야 좋지!”

“근데 운동신경 거의 없으니까….”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어.”

 

대만은 들뜬 얼굴로 자신이 친절하게 잘 알려줄 수 있다며 몇 번이고 호언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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