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나의 봄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는 콧노래를 부르며 손을 놀려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그녀의 보호자로부터 그녀를 맡기겠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밤에 그녀가 배에 도착을 했다. 자주 있는 일인지라 크루들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반기고 상디, 그 또한 그녀를 반겼다.

“좋은 밤이에요!”

“네, 짐은 이리 주세요.”

이번엔 꽤나 오랫동안 그녀를 맡길 모양인지 다른 크루들과 그녀의 보호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상디는 그녀의 짐을 방에 가져다 놓고 돌아왔다. 그녀는 전보다는 풀어지긴 했지만 그녀의 보호자의 곁에 찰싹 붙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번엔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깐.”

가벼운 작별 인사와 함께 훌쩍 보호자가 떠나고 나자 그녀는 살짝 풀이 죽어 보였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그녀를 데려다가 키워주고 이름을 지어준 이였으니 부모나 다름없는 사람일 것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처음에 그녀의 보호자가 그녀를 데리고 이 배에 들렸을 때엔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인사 해.”

“안녕…, 하세요….”

항상 혼자서 다니던 그녀의 보호자가 그녀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엔 다들 누군가 싶어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호자의 뒤에 숨어서 살짝 얼굴만 내밀고 있던 그녀는 누가 말만 걸어도 입을 꾹 다물고 보호자의 뒤에 숨기 바빴다. 그런 그녀를 맡기고 떠난 보호자가 야속할 만큼 혼자서 끙끙 앓는 것이 눈에 보이기도 했다.

“저기…, 상디 군, 지금 시간 있어?”

“네, 레이디!”

그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눈앞의 변화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말만 걸어도 도망치고 구석에 숨기 바빴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말도 걸고 같이 밥도 먹고 여러모로 적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으세요?”

“그…, 케이크….”

“네! 만들어드릴까요?”

“아니, 만들고 싶은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순식간에 머릿속에 온갖 위험한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녀에게 식칼을 들게 한다든가 불 앞에 서게 한다는 것은 절대로 무리였다. 만약에 다치기라도 한다면 여러모로 큰 일일 테니 말이다. 거기다가 그녀가 요리를 거의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음…, 꼭 만드셔야겠어요?”

“…역시 안 될까?”

“그럼, 간단한 거라도….”

“응!”

앞치마까지 두르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이여서 상디는 아주 쉽고 간단한 일들만 그녀에게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거의 대부분의 작업은 상디의 손에서 이루어졌지만 그녀는 같이 만드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는지 그런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여서 상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장식만 하면 될 것 같네요!”

“응!”

예쁘게 깎아 놓은 싱싱한 과일들을 올리는 것 정도는 전혀 무리가 없었으므로 상디는 서서 흐뭇하게 그녀가 케이크를 장식하는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케이크가 만들고 싶어 하는 건가 싶긴 했지만 그녀가 좋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앞섰다.

“다 됐다!”

저렇게 좋아하는 데 뒷정리가 뭐가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혼자 할 때에 비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그녀가 가고 나서 차근차근 치우면 되겠지 싶어서 상디는 좋아하는 그녀를 따라 같이 좋아했다. 

“이따가 점심 먹고 같이 먹어요.”

“네! 맛있는 점심 만들어 드릴 테니 가서 씻고 오세요!”

그녀를 씻으라고 내보내고 난 후에야 상디는 편안하게 뒷정리를 하며 점심을 준비했다. 전에 한 번 같이 요리를 해본 적이 있었을 때에 비하면 훨씬 양호했다. 그 땐 계란프라이도 태워먹고, 칼질하다가 손가락도 베이고 말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 같이 케이크 먹어요!”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케이크를 들고 냉큼 상디에 옆에 앉은 그녀는 한껏 들떠서 신이 나 보였다. 다들 그 모습에 덩달아 들떠서 시끌벅적해지긴 했지만 싫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같이 만든 거야?”

“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괜히 자신이 뿌듯해졌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조근조근 말하면서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도, 눈이 마주치면 웃어 보이는 얼굴도, 어디 하나 싫은 점이 없었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심장이 간질간질해졌다.

“상디 군, 잠깐만 와 줄 수 있어요?”

“네, 물론이죠!”

냉큼 그녀를 따라 일어난 상디는 쪼르르 방으로 들어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방에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가지고 온 가방 안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내든 그녀는 기대에 찬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선물이에요.”

“네?”

“얼른 열어봐요.”

넥타이와 넥타이핀에 그녀를 쳐다보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어울릴 법 한 거 찾느라 힘들었는데 마음에 드냐고 물어오는 목소리에 뭐라 대답할지 몰라 상디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마음에 들어요?”

자신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무척 좋아서 이런 저런 말을 내뱉었다는 건 알겠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말을 할 때마다 그녀가 웃고,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남았기에 손 안에 든 물건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선물 받을 줄 몰랐어요.”

“그야…, 생일이잖아요.”

“…아!”

“생일 축하해요.”

배시시 웃어 보이는 얼굴에 상디는 냉큼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새 넥타이를 매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비뚤어진 것을 잡아주고 나자 상디는 귓가에 심장 소리가 늘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이렇게까지 가까이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인지 화악, 하고 달콤한 냄새가 맡아졌다.

“잘 어울려요.”

“고마워요.”

상디는 살짝 그녀의 손을 잡아,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전부터 그녀가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의 안이 그녀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이제야 확신이 섰다. 

“좋아해요.”

“네?”

“아주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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