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답례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는 뭘 하면 그녀가 좋아할 지를 떠올리며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일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긴 했지만 초조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요리를 시작하고도 남을 시간이긴 했는데….

“아….”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소리에 상디는 물고 있던 담배를 황급히 끄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나풀나풀한 원피스 잠옷차림의 그녀였다. 눈을 비비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상디는 순간 와락 그녀를 끌어안을 뻔했다가 곧 그녀가 목이 말라 일어났을 거라는 것에 생각이 닿아 멈칫했다.

“물 드릴까요?”

“…네, 큼큼.”

아직 잠이 덜 깬 모양인지 컵을 받아드는 손에 힘이 없어 상디는 조심스럽게 컵을 받쳐 그녀가 물을 마시는 것을 도왔다. 잠에 취한 그녀는 그런 상태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물을 마시자 조금 잠이 깨는 모양이긴 했지만 여전히 눈꺼풀이 무거운 모양인지 느릿느릿 눈을 감았다 떴다.

“더 주무셔야죠.”

“상디 군은요…?”

“전, 아침식사 준비를 해야죠.”

“…그럼, 안 잘래요.”

졸린 게 눈에 보이는 데 안 자겠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 상디 만이 안절부절 못했다. 원래 아침잠이 많은 편인 그녀여서 이 배에 탄 사람들 중에서 가장 늦게 일어나곤 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자지 않겠다고 하니 걱정도 되고….

“눈이 감기고 있는데, 그냥 가서 편하게 자요.”

“그렇지만…, 혼자 있어야 하잖아요.”

평소에도 혼자 있기는 하지만 그게 나쁜 것도 아니었기에 상디는 이 아가씨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어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녀가 좋다는 일을 못 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녀가 있어준다면야 자신도 좋았으니 말이다. 단지 그녀가 평소보다 조금 잤기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졸리면 바로 가서 주무세요.”

“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식탁을 보면 그녀가 기뻐할까 싶어서 상디는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의 고개가 점점 앞으로 기울었다. 주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도마소리와 지글지글한 기름소리에 점점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곳이 상디의 공간이라는 것도 한 몫 하긴 했다.

“레이디…, 아.”

그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더 힘이 들어간 나머지 그녀가 졸려하고 있었단 사실을 잊었었다. 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얼굴에 상디는 의자에 걸쳐놓았던 겉옷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들어가서 자라고 깨우기엔 너무 곤히 잠들어있기도 했고…, 역시 다른 것보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막아 세웠다.

“레이디 앞에선 역시 멋진 신사로 남아있고 싶은데 말이죠.”

잠든 이의 얼굴을 만진다는 게 이미 신사에서 벗어난 것 같긴 했지만 나름의 인내심도 필요했다. 말랑말랑한 뺨을 쓰다듬고, 살짝 벌어진 입술을 문지르다가 숨결이 손에 닿자 상디는 얼른 손을 떼어냈다. 낯가림이 심해서 다른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던 이가 자신에 앞에서만 무방비하다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긴 했지만 역시 조금은 의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릴게요. 마이 레이디.”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 잠든 그녀를 한 번 보고 상디를 한 번 쳐다보고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던 것 외에 그다지 큰일은 없었다. 여기서 자면 안 된다며 나미가 그녀를 깨우고 나서야 다 같이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상디의 겉옷을 끌어안은 그녀가 다시 상디를 찾았다.

“잠들어버려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불편하진 않았어요?”

“네, 엄청 편했어요.”

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시야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잡아다 귀 뒤로 넘기는 그녀의 손길에 상디는 겉옷 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잠시만요.”

바람을 등지고 선 상디는 안 주머니에서 그녀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머리핀을 꺼내들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보는 순간 그녀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샀던 것이었다. 막상 그녀의 머리에 꼽아 보니 생각보다 더 잘 어울렸다.

“머리핀?”

“네, 답례에요.”

“무슨 답례요?”

“이거요.”

넥타이를 슬쩍 내보이는 상디의 모습에 그녀는 뺨이 살짝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건 생일 선물인데, 생일 선물을 주고 답례를 받으면…, 하고 고민하는 목소리에 상디는 살짝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 끝에 입을 맞췄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린 거니깐 부담가지진 마세요.”

“으으, 그래도요.”

“그러면 같이 데이트 해주실래요?”

“…그거면 돼요?”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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