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망설임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던 상디는 문득 여자 방에 혼자 있을 그녀를 떠올렸다. 똑똑, 하고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자 곧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살짝 문을 열자 침대 헤드에 기대 누워 책을 읽고 있던 모양인지 그녀가 책을 덮으며 침대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같이 마을 구경 갈래요?”

 “네, 갈래요!”

 

냉큼 가겠다고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괜히 가슴 언저리가 간지러워졌다. 얇은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자 바닷바람이 그녀의 뺨을 간질였다. 부드럽고 하얀 손이 상디의 시선을 사로잡아서 힐끔힐끔 안 그런 척하면서도 그녀의 손을 몰래 훔쳐봤다.손을 잡고 싶은데 어느 타이밍에 잡아야 하나 고민하던 상디와는 상관없이 그녀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연신 귀 뒤로 넘기다가 바람이 불지 않는 마을 안으로 들어서서야 손을 내렸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우리 뭐 할 거 있어요?”

“음, 아뇨. 필요한 것들은 첫날 왔을 때 어느 정도 사둬서…,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그것도 사고요.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에그 타르트, 에그 타르트가 먹고 싶어요.” 

“재료는 있으니까, 돌아가면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진짜요? 신난다!”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섬에 정박한 후에 합류한 터라 그녀는 이 섬을 둘러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대충 지리를 알고 있는 상디가 이런 것도 있다면서 그녀에게 안내했다.

 

“…예쁘다.” 

“사줄까요?”

 “네? 아뇨, 아뇨! 괜찮아요.”

 

손사래까지 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어딘가 아쉬워졌다. 멋쩍은 듯이 웃자 그녀가 상디의 소매 끝자락을 잡아끌었다. 괜히 그녀에게 잡힌 옷자락에 시선이 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상디의 모습에 그녀가 어쩔 줄 모르며 말을 덧붙였다.

 

“예쁘긴 한데, 나한텐 안 어울리니깐 괜찮다고 한 거예요, 알았죠?” 

“네, 알겠어요.”

 “다음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게 있으면 사줘요.”

 

그렇게 마을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한참을 걷자 그녀의 발걸음이 살짝 느려진 것을 느낀 상디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다리, 아프지 않아요?” 

“조금요.”

 “저기서 쉬었다 갈까요?”

 

카페 쪽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 난 상디는 천천히 그녀를 훑어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예쁘다는 생각에 상디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뭘 한들 안 예쁠 수 있을까. 상디의 흐뭇한 미소에 그녀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예뻐서요.”

 “…진짜, 으으, 고맙긴 한데….”

 

순식간에 뺨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사랑스럽다는 게 이런 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도, 꼼지락거리는 손가락도, 오물거리는 입술도 어디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어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너무, 그…, 어….”

 “네.”

 “…부끄러워요.”

 

시킨 음료가 나와 겨우 시선이 분산되자 그녀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지간히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귀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드는 목소리에 마음이 편해졌다.

 

“…슬슬 돌아갈까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네, 역시 좀 더 놀고 싶긴 한데…, 다들 우리 기다리겠죠?”

 

계산하고 카페를 나오자 노을이 지기 시작해서 확실히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시간일 것 같았다. 3걸음 정도 앞장 서 있는 그녀가 몸을 틀어 상디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디는 아까처럼 고민하지 않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별다른 고민 없이 상디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자 그 손을 조심스럽게 움켜쥐자 손안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사실 아까부터 손이 잡고 싶었거든요.” 

“저도요.”

 “역시 그냥, 잡을 걸 그랬네요.”

 

상디의 말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에게 고개를 숙여보라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고선 그가 고개를 숙이자 쪽, 소리와 함께 뺨에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실은 뽀뽀도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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