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너의 행복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는 어쩐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아마도 그녀의 보호자가, 그녀는 그녀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남자에게 맡기겠다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한 탓이 분명했다. 루피를 따라 해적이 되었을 때도 해적이라는 게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현상금이 붙었을 때도, 웃긴 그림이어서 이게 뭔가 싶긴 했지만 싫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상디?” 

“아, 네! 레이디. 뭔가 필요한 게 있으세요?” 

“…물, 마시려고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물 정도는 스스로 먹을 수 있다는 그녀에게 자신이 가져다주겠다며 앉아있으라며 의자를 권한 상디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초조함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그녀의 보호자가 그녀를 데리러 온다면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제 다른 안전한 곳에 맡기는 게 좋겠다고 말을 할 생각이었다. 그녀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고마워요.” 

 

배시시 웃는 그녀의 얼굴에 상디는 가슴 언저리가 뜨거워졌다. 용암처럼 뜨거운 것이 흘러넘쳐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같이 아프게 뜨거웠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자신도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게 좋나요?” 

“솔직히 말해도 돼요?” 

“네.” 

 

그녀가 무슨 대답을 할까 싶어서 괜히 걱정이 앞섰다. 여기 있는 게 싫다고 하면 어쩌지, 그녀의 보호자가 위험한 곳에 가거나 그녀는 데리고 갈 수 없는 곳에 갈 때는 밀짚모자 해적단에 그녀를 맡기고 가고는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해적도 아닌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힘조차 없는 민간인이었다. 그녀의 보호자 또한 해적은 아니었지만,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을 뿐이었다. 

 

“처음엔 여기 있기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요,” 

“이유, 물어봐도 될까요?” 

“이젠 다들 편해지기도 했고, 상디도 있잖아요.” 

 

그 한마디에 뜨겁게 타들어 가던 가슴이 편안해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도 중요한 사람일까. 다른 곳보다 그녀가 이곳에 있으면서 더 큰 위험에 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여기 오면 위험해지는 것 같아서 사실 걱정이 커요.” 

“…일이 터졌을 때 도움이 안 돼서 미안해요.”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 

“네, 알아요.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괜히 물컵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괜한 말을 한 것 같아서 상디는 입안이 마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보호자는 워낙 막강한 사람이라, 아마 그녀의 보호자 혼자서도 그녀를 지키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위험한 해적선에 그녀를 맡기는 것이 이해가 안 되면서도 그녀가 오지 않는다면 섭섭해, 할 자신이 있어서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있어 줘서, 지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오늘은 에그 타르트라도 만들어볼까요?” 

“네!” 

 

활짝 웃는 얼굴에 상디는 티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처럼 처음 왔을 때 비해서는 지금 많이 익숙해진 것이 상디의 눈에도 보였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보호자가 한 말처럼 안전하게 그녀를 감싸주고, 그녀의 행복을 위해줄 사람이 잘 어울렸다. 그게 자신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입안이 썼다. 

 

“구경해도 되요?” 

“그럼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였지만 가슴이 갑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완성된 간식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올지, 아니면 같이 나가서 먹을지 묻는 물음에 그녀는 냉큼 여기서 먹겠다며 다녀오라며 상디의 등을 밀어줬다.

 

“금방 다녀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간식을 전달하고 온 상디는 부엌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는 정식 크루도 아니고, 이 배에서 자신과 가장 친할 뿐이지 실제로 관계를 정의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는 사이 정도일 것이다. 

 

“아까 여기 있는 게 좋으냐고 물었잖아요.” 

“네, 그랬죠.” 

“엄청 좋아요. 할 수 있다면, 다 같이 여기 살았으면 좋겠어요.” 

 

힐끔 상디의 얼굴을 살펴본 그녀는 살짝 웃어 보이고선 옆자리를 톡톡 쳤다. 앉으라는 제스처에 상디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턱을 괴고 상디를 쳐다보는 눈빛에 상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에그 타르트, 아직 안 먹었죠? 엄청 행복한 맛이 나요.” 

“…그래요?” 

“네, 얼른 먹어봐요.” 

 

그녀의 미소에 상디는 입안 가득 행복을 머금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래라는 것은 원래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녀가 좋다면야 언제까지고 그녀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그에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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