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듀스 스페이드 드림


* 24년도 듀스 생일 기념 글. 축하한다 절친아 사랑한다 절친아...

6월 3일. 육상부 연습이 끝난 운동장 구석.

막 씻고 나와서 머리카락이 전부 마르지 않은 듀스는 유리창 앞에서 손가락을 세워 대충 머리를 정리하다가 선배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어이, 듀스! 감독생이 찾아왔는데?”

“예? 아이렌이요?”

“그래, 얼른 가 봐.”

 

오늘도 일과 중 거의 대부분을 붙어있었는데,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상대가 찾아와 주어 기쁜 것과는 별개로 혹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지 걱정부터 된다. 듀스는 말을 전해준 선배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아이렌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미안, 듀스. 혹시 나 바쁜 데 온 거야? 잭에게 이 시간쯤이면 끝난다고 들었는데…….”

 

다행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뒷짐을 진 채 서서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는 아이렌의 표정은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

안도한 듀스는 얼른 아이렌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도 막 씻고 나온 거니까! 하나도 안 바빠!”

“연습 끝난 거 맞아?”

“응! 그, 저 안에 잭이랑 사이스도 있어.”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에이스와 그림까지 넷이서 함께 다니는 게 익숙해서 그런지, 이렇게 단둘이 있자니 괜히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해져서 헛소리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우연히 마주치거나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아이렌이 굳이 시간 내어 자신을 찾아와 주지 않았나.

아무리 함께 지난 기간이 좀 된다고 해도 이성을 대하는 건 서투른 듀스는 비누 향이 느껴지는 제 뺨을 문질렀다. 갑자기 낯을 가리는 듀스의 모습에 소리죽여 웃은 아이렌은 상대를 놀리는 대신 해야 할 말만 간결히 전할 뿐이었다.

 

“다른게 아니라, 줄 게 있어서 왔어.”

“줄 거? 혹시, 생일 선물이야? 하지만 선물은…….”

“아까 받았다고?”

 

듀스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 아이렌은 교실로 등교하자마자 제게 생일 선물을 건네주었다. 내용물은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허브차 한 캔. 듣자 하니 제법 유명한 브랜드 제품인데다가, 차게 마셔도 좋다고 하던가.

그 선물이 마음에 들었던 듀스는 아이렌이 더는 제게 줄 게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주는 쪽은 아직 축하가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선물이 하나라는 법은 없잖아. 이건 그냥 보너스라고 생각해.”

 

아이렌은 히죽 웃으며 뒤에 숨긴 선물을 내밀었다. 그가 들고 있던 건,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통이었다.

중간에 고무줄을 끼워 뚜껑을 고정한 통을 받아든 듀스는 조심스럽게 선물을 살폈다.

 

“이건 뭐야? 도시락통 같이 보이는데.”

“정답이야, 듀스.”

“응?”

“배고프지 않아? 연습 끝나서 허기질 거 같은데.”

 

그거야 물론 배가 고프지. 자신들은 한창 먹을 나이이기도 하고, 지금은 몸을 움직이고 나온 상황이지 않은가.

금방 상황을 파악한 듀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시락통을 꼭 쥐었다.

 

“설마, 아이렌이 직접 싸 온 거야?”

“응. 별거 아니지만.”

“별거 아니기는!”

 

반사적으로 외친 듀스는 아차 싶어 입을 다물었다. 아직 동아리 활동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원들이 주변에 있는데, 제가 너무 큰 소리를 낸 게 아닐까 멋쩍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냐는 듯, 여기저기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의도치 않게 이목을 끈 걸 반성하며 헛기침 한 그는 똑같이 눈치를 보는 아이렌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연습 끝나면 배고팠는데.”

“안 그래도 그렇다고 들어서 준비해 봤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당연히 마음에 들지!”

“흐음, 내용물도 안 보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거야, 만들어 줬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운 거니까.”

 

만약 아침에 선물을 따로 챙겨주지 않고 이것만 줬어도 자신은 지금처럼 똑같이 고마워했을 거다. 듀스는 그리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도시락이 마음에 들었다. 제가 배고플 시간을 미리 알아둔 후,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내어 요리까지 했는데 어떻게 안 고마울 수가 있겠나.

섬세한 아이렌이라면 아마 내용물도 제가 좋아하는 걸로 채워뒀겠지. 그러니까 내용물은 안 보냐는 식의 말을 한 게 아니겠나.

도시락 뚜껑을 열지도 않았는데 벌써 입이 귀에 걸린 그는 얼른 방으로 가 식사를 할 생각에 들떴지만, 아무래도 아이렌의 계획은 좀 다른 모양이었다.

 

“좋아, 그럼 어디 앉을 곳 없어?”

“어?”

“지금 먹을 거 아냐? 자리 없나 싶어서.”

 

혹시, 제가 먹는 모습까지 봐야 성에 차는 걸까. 어차피 바로 먹을 거라서 상관없긴 하지만, 밖에서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뭐 어떤가. 소풍이라도 왔다고 생각하고 먹으면 그만이리라. 어차피 지금은 연습도 끝나서, 흙먼지가 날리고 있지도 않으니 상관없겠지. 그리고 만약 기숙사로 돌아갔다가 에이스가 이 도시락을 보기라도 한다면……. 분명 뺏어 먹으려고 눈독을 들일 게 분명하다.

다른 누구에게도 나눠주지 않을 거긴 하지만, 역시 에이스에게는 이 소중한 도시락을 한 입도 주기 싫다. 그런 생각이 든 듀스는 여기서 도시락을 해치워야겠다고 결정하고, 비어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그러면, 저기로 갈까.”

“좋아.”

 

선수들이 앉아 쉬는 벤치는 연습이 끝난 후라 그런지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연습하는 중이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외부인도 앉아있어도 되겠지.

그 예상이 옳았는지, 두 사람이 앉아 도시락을 열어보는데도 말을 얹는 사람은 없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힐끔거리는 사람은, 조금 있었지만 말이다.

 

“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본 듀스는 삼각형 모양으로 잘린 달걀 반찬과 소시지, 먹기 좋게 자른 과일, 그리고 주먹밥을 보고 감탄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맛있어 보인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제가 좋아하는 반찬일 수밖에 없지. 듀스는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특이한 모양의 달걀 반찬을 가리켰다.

 

“이거, 계란말이야?”

“응. 꼭 케이크 같아서 예쁘지?”

 

확실히, 이렇게 보니 케이크 같다. 듀스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코밑을 훔쳤다.

일부러 제 생일 도시락이라고 이런 걸 만들어 주다니.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면, 표정 관리가 힘들어진다.

에이스에게 도시락을 빼앗기기 싫은 마음과 별개로, 이 정성을 자랑하고 싶은 모순된 감정은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사이. 아이렌은 수저를 꺼내며 조잘조잘 도시락에 관해 설명했다.

 

“이 계란말이, 안에 파프리카가 들어있긴 하지만 이렇게 작게 잘라둔 건 먹을 수 있지? 우등생은 편식하면 안 돼.”

“음……, 그래. 이정도는 먹을 수 있어.”

“그거 다행이네. 이거 만들기 전 연습삼아 만들어 봤는데, 식감이 좋아서 빼기가 좀 그렇더라고.”

 

열심히 만든 만큼 맛에는 자신이 있는 건지, 아이렌은 기대를 가득 품은 얼굴로 포크를 쥐었다.

‘어라.’ 제게 포크를 넘겨주지 않는 상대를 보며 듀스가 의아해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포크로 계란말이를 찔러든 아이렌이 상대의 입으로 손을 가져갔다.

 

“자, 듀스. 아~”

 

장난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렌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보아하니, 그는 당연히 이럴 작정으로 도시락을 싸 온 모양이었다.

예상 밖의 친절, 혹은 애정 공세에 사고 회로가 고장 난 듀스는 뱃속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순식간에 올라오는 열기에 작게 탄식했다.

이건,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

솔직히 아이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러면 ‘내가 애인 줄 알아?’라고 한마디 했을 텐데, 아이렌이 이러니까 부끄럽긴 해도 좋다. 그러나 주변의 경악하는 시선들을 무시하기에는 역시 제가 너무 눈치를 보는지라, 듀스는 슬쩍 고개를 뒤로 빼고 말았다.

 

“아, 아이렌. 그, 내가 직접 먹을 수 있…….”

“그래? 이것까지가 선물이었는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아냐! 그, 먹을게!”

 

그래. 인생은 역시 눈치 보지 않고 사는 쪽이 득 보는 거지. 자신만을 위해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을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씩씩하게 답한 그는 얼른 계란말이를 베어 물었다. 보기 좋은 것이 맛도 좋은 법인 건지, 부드러운 계란말이는 달콤하고 고소해서 부끄러움 따윈 금방 잊게 만들어 주었다.

 

“어때, 맛있어?”

 

듀스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비록 부끄러움에 반찬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혀에 닿는 감칠맛은 외면할 수 없는 법이었다.

 

‘다른 사람 생일에도 도시락을 챙겨주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좀 질투가 날 거 같은데.

행복한 와중에도 걱정이 앞서는 그는 일단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하고, 입에 들어오는 음식을 아기 새처럼 계속 받아먹었다.


글 TMI.

글 속에 나온 계란말이는 이 영상(https://youtu.be/qHhhGiS_LA4?si=1jia2-tbDEyoiepz) 의 계란말이 입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정작 저는 아직 만들어 보진 못했습니다.

자기가 받아 먹는 건 부끄럽지만 남 먹여주는 건 좋은 그저 공격 특화형 연인 아이렌(16세?,감독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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