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연성

변치 않는 마음

2014. 7. 6 / 기동전사 건담 00 - 세츠나 F. 세이에이 드림

넓은 언덕 위에 선 세츠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누군가의 무덤을 쳐다보았다. 품에 안고 있던 꽃다발을 내려놓고선 그 옆에 앉은 세츠나는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네가 좋아하던 날씨더군.”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세츠나는 눈을 감았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눈앞에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이 선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던 그 미소.

  

“세츠나, 이리 와봐.”

  

자신은 그때 그저 그녀를 쳐다볼 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었다. 이에 그녀가 그럼 어쩔 수 없지, 하며 자신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음에도 세츠나는 그녀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머리에 닿고, 곧 활짝 웃는 얼굴이 세츠나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나뭇잎, 붙었어.”

  

그리고는 곧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세츠나는 심장이 불안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게 더 잘 어울렸다. 전쟁도, 분쟁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 어째서 그녀가 솔레스탈 빙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필시 그녀도 그녀만의 사정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어라, 세츠나.”

  

자신을 발견하면 웃어 보이는 얼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 주변이 모두 고요한 시간, 그녀는 홀로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녀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터라 세츠나는 조금 신기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세츠나도 마실래?” 

 

자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읏샤, 하는 소리를 내고 바닥에서 일어나고선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곤 톨레미 안으로 들어갔다. 곧 그녀가 가지고 나온 것은 우유가 담긴 컵이었기에 세츠나는 말없이 그 컵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세츠나는 아직 어리니깐, 우유로.”

  

세츠나는 여전히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는 세츠나에겐 우유만을 주었으니까. 

자신에게 있어서 그녀란 존재는 어떤 존재였는지 아직도 불분명했다. 그녀는 언제나 화사했고,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고, 그 달콤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었다. 그리고—,

 

“같이 있어줘.”

  

한 없이 가라앉은 눈을 하고 슬픔을 머금었던 그녀의, 세츠나는 이런 상황에 달래주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의 말에 따라 침대 구석에 웅크려 앉은 그녀를 쳐다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자 세츠나는 한 걸음, 그녀가 웅크려 앉아있는 침대로 다가갔지만 거기까지였다.

  

“왜, 우냐고, 묻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에 세츠나는 입술만 달싹이다가 꾹 입을 다물었다. 묻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에 그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웃어보였다. 

 

 “세츠나는 상냥하구나.”

  

이리 오라는 그녀의 말에 침대에 걸터앉은 세츠나는 자신의 손을 꼭 잡아오는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세츠나는 그녀를 보면 가슴이 아팠다. 이 감정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심장이 욱신거렸다.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는 게 너무 무서워.” 

“…그래.”

 “응, 그러니깐 세츠나는 죽지 마.”

  

손가락과 손가락이 얽혀오면서 그녀는 자신의 손을 꽉 잡았지만 자신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땐 그녀의 손이 무척이나 차가워서, 불안하게 뛰는 심장이, 흐느끼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그 뒤로 그녀는 자신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 날이 신기루였던 것처럼, 언제나 웃었고 세츠나는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이 좋았다. 그녀가 울면 심장이 너무나 아팠다. 그래서 그녀가 울지 않길 바랐다. 자신은, 자신의 손은….

  

“…세츠나.” 

 

소중한 이들을 잃었다. 그녀는 이곳의 사람들을 가족처럼 생각했고 그만큼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니, 자신이 죽으면 그녀가 울어줄까?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확신은 들었다. 자신도 그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아, 응….”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와락, 자신을 끌어안아오는 터라 세츠나는 머뭇거리며 따라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제 자신은 그녀보다 컸는데,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았다. 가녀렸다. 그게 가슴을 울렁이게 하면서 불쾌한 기분을 들게 했다. 어째서 그녀는 이렇게도 약한 걸까? 

 

“역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아아.”

  

그 때 그녀는 뭐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닦아냈더라.

자신은 뭐라고 그녀에게 대답했더라. 죽지 않겠다고 했던가? 변화하겠다고 했던가?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그러니깐 너도 함께 나아가 달라고 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을 두고 멀리 떠나버렸으니 말이다.

 

“왜 아직도 네가 나한테 우유만 줬는지 모르겠어.”

  

네 안에 나는 언제나 어린애였나? 그래서 언제나, 언제나 나에게 선을 그었나? 

그렇다면 왜 죽는 순간 내 이름을 불렀나, 그렇게나 애절하게. 왜 나였나. 네게 가족이라고 칭할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다들 네가 나를 많이 좋아했다고, 아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에게 나는 특별한 존재였나?

 

“어째서야,”

  

죽지 말라고 했던 건 네 쪽이면서, 어째서 날 두고 먼저 가버린 거야. 

언제나 스스로의 죽음에 각오하고 있던 너였지만 주변인의 죽음엔 힘들어 했다. 그걸 알았기에 나는 언제나, 모두를…. 그게 너를 위해서였던가? 나에게도 모두가 소중했던가? 이젠 잘 기억나지 않았다. 바람결에 뺨에 흐른 눈물이 말라갔다. 

 

여전히 너를 향한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감정이 변하지 않을 것은 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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