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2014. 7. 5 / 다이아몬드 에이스 /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드림
처음 그를 본 것은 중학야구에서였다.
원래 스포츠라는 것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극성맞은 친구를 둔 탓에 야구장으로 끌려가야만 했고 거기서 그를 보게 되었다.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그의 이름을 인식하는 순간, 나는 그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구라는 게 원래 이런 스포츠였나? 세상에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있었나? 그 때부터 나는 야구에 대해 빠져들었다. 그가 서 있는 마운드가 이렇게나 벅찬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그 곳에서부터 시선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이도에 갈 거야.”
“뭐?”
“그 사람이, 그 학교에 다닌데.”
내 성적으로는 세이도는 무리인터라 공부에 전념했다. 얼마 안 된 인생이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무언가에 목을 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도 내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수험이 끝나고 나오던 나는 마운드 근처를 맴돌다 그의 모습을 봤을 때 나는 가슴이 벅찼다.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마운드 위에 서 있던 그는 언제나처럼 빛이 났다.
다른 것보다 그것이 제일 기뻤다. 수험에 전념한다고 그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꾹꾹 눌러 담으며 버틴 지 1년. 겨우 그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참을 연습을 보고 있다가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부활을 끝내고 나온 그를 마주했을 때였다.
“수험생?”
“아, 네, 네….”
“야구를 좋아하나?”
“네, 무척.”
“그래.”
웃는 그의 얼굴은 무척, 심장 떨리는 것이었다.
그는 나가는 길은 저쪽이라며 말을 하고선 다른 부원들과 함께 사라졌지만 내 안에선 그의 존재감만이 확고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봄. 나는 그와 같은 세이도에 입학할 수 있었다.
“또 야구부 보러 가?”
“응!”
“진짜 야구 좋아한다니까.”
학교 생활은 재미있었고, 친구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친구들로부터 매니저가 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것만은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평등하게 그를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부상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에게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일 것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만나러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배.”
그는 나를 쳐다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었던, 찬란했던 나의 빛은 이렇게, 발밑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나보다 그가 더 힘들 것을 알기에, 알지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좋아해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야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그인데, 그에게서 야구를 빼앗는다면…, 무엇이 남지?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겠지만, 곧 있으면 여름대회였다. 그의 부상은 선배가 여름대회에 나가지 못함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그는….
“쭉 좋아했어요.”
“미안.”
그가, 그를 좋아하고, 힘이 되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았으면 했다. 고백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와 사귀고 싶었다면 이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고백했고, 받아줄 때까지 따라다녔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포기하지 말아요.”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의 이기심으로 그를 상처 입힐지도 모른 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가, 야구를 그만두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부상의 정도는 모르겠지만 재활을 한다면 나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를 위해서 내가 그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네가 대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맞아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다면.”
“하지만, 전 선배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요. 왜냐면, 나한테 물었잖아요.”
그는 기억도 하지 못할 질문이었지만, 아직도 나는 그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묻지 않았지만 나는 그때와 똑같이 대답했다.
“네, 무척.”
“뭐?”
“야구, 무척 좋아해요. 그 시작은 선배한테 있어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야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멈추지 마요.”
내 말에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재활 치료를 다니면서 선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날 이후로 그의 앞에 나서는 일은 없었지만 여전히 그는 내 안의 빛이었다. 졸업식 날,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는 게 질투도 났지만 그가 원래의 그로 돌아와서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땐 고마웠다.”
그는 어떤 일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를 볼 수 있는 날은 오지 않겠지. 그가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다가, 저 멀리 부원들과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아뇨, 제가 더 고마워요.”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