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연성

옆자리

2014. 6. 22 / Brothers Conflict - 아사히나 이오리 드림

※ 드림주 설정 있음, 원작 없음 

조용한 도서관엔 책 넘기는 소리만 들려, 무척 조용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반납해온 책들을 카트를 끌며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꼽아 넣으면서 힐끔 창가 쪽 자리를 쳐다보았다. 오늘도 명당자리에는 그가 앉아있었다. 아사히나 이오리, 말끔한 교복 차림의 그는 학교 내에서도 꽤나 인기인이여서 그를 노리는 여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아마, 나도 그 중에 하나…. 

 

“아.” 

 

꼽아할 자리가 꽤나 높았던 터라 발꿈치를 들어 책을 꼽으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잘 닿지 않았다. 근처에 발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누가 쓰고 치워둔 모양인지 주변을 둘러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따가 꼽을까. 

 

“여기?” 

“아, 응.”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깨가 움찔 떨었다. 바로 등 뒤에 가슴이 닿아서 더욱 놀랐다. 책을 꼽아준 그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서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냐, 항상 혼자서 책 정리하고 있었지?”

 “응? 응….”

  

어쩐지 뺨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가 그를 쳐다봤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싶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남은 책들도 정리를 해야 하는 터라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카트를 옮겼다. 다행히 다 손이 닿을 법한 위치여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책을 꼽을 수 있었다. 정리를 다 하고 카운터로 돌아가자 그가 책 몇 권을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거 대여 할게.” 

“대여기간은 일주일, 인데 알고 있지?”

“응, 수고해.”

  

그가 도서관을 빠져나가고 의자에 앉아서 깊은 숨을 내뱉었다.

몇 번이고 책을 대여해가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오늘처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처음이었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 같아서 괜히 가슴 위에 손을 올려서 그 박동을 느꼈다. 

  

“수고 했어, 그만 정리하고 가자.”

“네.”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고 실내를 한 바퀴 돈 후, 그가 앉아있던 책상 자리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의 자리가 아닌 그 옆자리에 앉자 아까 봤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진짜 옆자리에 앉아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거 반납.” 

 

책을 빌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것은 다음 주나 돼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도서관에 모습을 비춘 그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못 볼 줄 알았는데…. 딱 한 번 같은 반이 된 적이 있었지만, 1학년 때이기도 했고 그와는 자리도 멀리 떨어져있었던 터라 제대로 말을 섞어볼 기회도 없었다. 

 

“여기 항상 너뿐인 것 같아.” 

“아…, 응….”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던 터라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 있는 게 편하기도 해서 어영부영 떠넘겨 받았다는 것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서 어색하게 긍정했다. 덕분에 가끔씩 오는 그의 모습을 혼자 독점하듯이 볼 수도 있고.

 

 “괜찮은 책 있으면 추천해줄래?” 

“아, 시집도 좋아해?” 

“응.”

  

그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선 책상 밑에 두었던 가방에서 책을 찾았다. 도서관에는 없는 책이기도 했고, 이동 시간에 자주 보는 터라 항상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읽고 있던 거 아냐?”

 “으응, 괜찮아.”

  

그는 고맙다며 종이와 펜이 있다면 빌려달라고 했기에 서랍을 뒤적여 종이와 펜을 꺼내주자 그가 딱 그다운 글씨체로 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척 봐도 메일 주소인 것 같아서 종이를 받아들고 그를 쳐다보자 그가 사람 좋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도서관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

 “으, 응.”

 “먼저 메일 줘.”

  

그가 도서관을 빠져나가고 난 후에 정신이 없어서 종이가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고 자판을 잘 못 눌러서 확인한 끝에 그의 메일을 등록하고 첫 메일을 보냈다. 간단한 인사와 이름뿐이었지만 무척이나 떨렸다. 그로부터 등록했다는 메일이 도착했을 때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것 같아 손으로 꾹 입을 막았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기만 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그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 말고도 그의 주변에 그에게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도서관에 그가 자주 들리는 이유도 아마 여학생들이 도서관에서는 조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날씨 좋다.” 

 

그가 앉아있던 자리의 창문을 열자 햇빛을 받아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날씨도 좋은 날에 도서관에 있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도서관 창문을 통해 보는 밖도 괜찮았다. 종이 냄새를 좋아하는 터라 마음이 편해졌다. 그가 앉아있던 자리 말고 그 옆자리에 앉자 몸이 풀려서 책상에 엎드렸다.

  

“이런 날엔 놀러 가야하는 데.”

 “그러게.”

 “에, 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그가 내가 빌려주었던 책을 들고 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에 앉는 그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아서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책상 위에 책을 올려다놓고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책 괜찮더라.” 

“아사히나 군이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네, 하루타 상이랑은 책 취향이 맞는 것 같네.” 

 

그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깜짝 놀랐다. 아마 얼굴에서도 티가 났을 것 같아 애써 시선을 돌리자 그가 낮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귓가가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화끈화끈한 것 같았다. 부끄러워…. 

 

“우리 같은 반이였지?” 

“…응.”

 “그리고 자주 날 쳐다보고 있었고. 알고 있었어.”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나 생각하며 연신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그의 손이 내 손 위에 겹쳐졌다. 손가락이 움찔했다. 그의 손을 피하지도 못하고 피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연신 말을 잇지 못하고 어, 어 하고 있는 사이에 그가 내 손가락에 손가락을 얽혀왔다. 

 

“다음부턴 멀리서 쳐다보지 말고 내 옆에 앉아줘.” 

“으, 으응?” 

“너를 좀 더 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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