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내 클래스메이트는 꽤 귀엽다

에이스 트라폴라 드림

* 23년도 에이스 생일 연성

“어때, 잘 어울려?”

 

에이스는 피팅룸에서 나오자마자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보며 물었다.

얇은 티 위에 걸친 짙은 붉은색과 검은색의 체크무늬 셔츠는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옷처럼 잘 어울린다. 아이렌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그를 살피다 짧고 굵은 평을 내렸다.

 

“역시 옷은 옷걸이가 중요하구나.”

“뭐야, 그거. 무슨 의미?”

“마네킹이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네가 입으니 예쁘네.”

 

진심을 담은 근사한 칭찬에 에이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정말이지, 조금은 장난을 치더라도 받아줄 수 있는데 어쩜 저렇게 매사에 진지한지 모르겠다.

멋쩍은 기분을 참을 수 없는 에이스는 결국 허탈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뭐야, 너무 띄워주는 거 아냐?”

“내가 빈말하는 성격은 아니잖아?”

 

그래. 그게 문제지. 농담은 하더라도 거짓말은 안 하는 아이렌이니까, 저 칭찬이 더 부끄러운 거다.

그것보다, 제가 봐도 잘 어울린다 생각하긴 해도 그렇게 칭찬할 정도인가.

한층 높아진 자신감으로 거울을 둘러보는 에이스는 제 옆에 다가온 아이렌의 칭찬 2절에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그런데 너랑 정말 잘 어울린다. 이건 사람이 옷의 덕을 보는 게 아니라 옷이 사람 덕 보는 수준인데.”

“그 정도야?”

“그럼. 나도 하나 사고 싶어질 정도야. 이 색 말고 다른 색으로.”

 

이건 칭찬의 연장선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구매 충동이 든 건가. 에이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속뜻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드러난 의미에만 답해주었다.

 

“그럼 사지 그래?”

“음? 그래도 돼?”

“그거야 뭐, 네 돈으로 사는 건데 뭐 어때?”

“아니, 커플룩이 되잖아 그러면.”

 

아. 그 문제 때문이었나.

생각지도 못한 관점에 멈칫한 에이스는 저도 모르게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아이렌을 상상하고 귀 끝이 붉어졌다.

교복도, 기숙사복도 아닌 사복을 단둘이 맞춰 입는다니. 그런 건 너무 낯부끄럽지 않나.

하지만 자신과 나란히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렌과 자신을 보며 이를 갈 듀스나, 부러워하거나 못마땅해할 선배들을 떠올리면 괜히 우월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양가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에이스는, 이윽고 이 기회를 놓치면 손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건, 뭐, 같이 입고 나가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색도 다르면 많이 티 나진 않을 것 같고.”

“그런가?”

“그래. 그리고 뭐, 다른 녀석들이면 몰라도 너랑 맞춰 입는 건 딱히 기분 나쁘거나 하지 않으니까.”

 

마지막 말은 괜히 덧붙였을까. 은근슬쩍 흘린 본심을 상대가 놀림거리로 삼지 않을까 걱정된 에이스는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렌은 옷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럼 입어보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 에이스.”

 

제가 입은 것과 치수는 같고 색은 다른 셔츠를 집어 든 아이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피팅룸 안으로 사라졌다.

어느새 덩그러니 남은 에이스는 먼저 제 옷을 계산한 후, 매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오늘 일정을 되짚어 보았다.

오전 일찍 나와 생일 선물을 받는 대신 점심을 얻어먹고, 주변을 구경하다가 옷가게까지 오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고 하자 나란히 입어보고 구입하고…….

다른 녀석들이랑 다 같이 나왔다면 평범하게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걸로 보이는 일정이, 아이렌이랑 단둘이라는 이유만으로 데이트같이 느껴진다. 제가 좋아하는 메뉴를 골라주고 옷을 칭찬해 주는 아이렌의 모습에서 드라마 속 흔히 보는 전형적인 연상 애인 캐릭터를 겹쳐 본 그는 얼굴에 오른 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했다.

 

‘오늘 정도는 같이 입고 다니자고 할까.’

 

아까 제 입으로 따로 입으면 되니 어쩌고 해놓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상할까.

하지만 아이렌이 싫다고 하면 그만두면 되는 거지, 제안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손을 움직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붉어진 얼굴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때. 피팅룸이 열리며, 아이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때, 에이스? 이상하지 않아?”

 

자신과 체격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같은 치수를 고른 아이렌의 셔츠는 그 몸에 넉넉하게 맞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역시 입는 방법일까.

셔츠를 겉옷처럼 걸친 자신과 달리 야무지게 청바지 안에 끝자락을 넣고 소매를 걷은 아이렌은 평소 단정한 교복차림에선 볼 수 없는 발랄함이 느껴졌다.

아, 이렇게 보니 연상이 아니라 확실히 동갑 같은걸.

그런 생각이 든 에이스가 지나치게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귀여워.”

“어?”

“응?”

 

제가 말해놓고도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 에이스는 정확히 3초 후, 머릿속 생각이 그대로 입밖에 튀어나왔다는 걸 깨닫고 입이 떡 벌어졌다.

제가 미쳤지. 그걸 왜 또 말하고 난리야. 이건 진짜 놀림감이다.

혼란에 빠진 에이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아이렌은 그를 놀리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일게. 고마워.”

“……어, 그래.”

“그럼 계산하고 온다?”

 

소리죽여 웃는 아이렌은 기뻐보였다. 역시 평소 치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칭찬을 들으면 기쁜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옷을 갈아입지 않고 구매한 옷차림 그대로 계산중인 상대를 힐끔거린 에이스는 이를 꾹 깨물고 마른세수했다.

 

‘죽을래.’

 

생각해 온 일을 이뤄서 행복하긴 한데, 창피해서 죽을 거 같다.

아무래도 요 며칠 자기 전 이불을 열심히 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입만큼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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