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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토 오키타 남매

유리 환생자X

総心 by 천파복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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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부장이 납치 당하다!]

최근 에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뉴스다. 그래. 우리 편의점의 단골, 히지카타 씨가 납치된지도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밤중에 반항의 흔적도 없이, 마치 유령처럼 사라져버려서 더욱 화제다. 덕분에 요즘 아저씨들이 에도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지. 얼른 범인이 잡혀야 할텐데…. 유리는 편의점 앞을 쓸며 생각했다. 문득 바람이 불지만 않았어도 바로 정리하고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쓸어둔 것들 다 날아가겠네! 유리를 미간을 잔뜩 모았다. 무심한 목소리가 바람 사이로 날아든 것은 그때였다.

"여기 장사 합니까?"
"아, 네! 어서오세요!"

엉망이 된 머리를 대강 정리하며 유리가 손님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우산에…중국 옷. 야토 손님이네. 살면서 야토는 두 번째로 본다. 붉은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뭘 사러 오셨어요? 눈으로 물었다. 그러나 손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 일단 들어오시겠어요?"

마치 그림이 된듯 못박혀 서있던 남자는 유리의 말에 발을 뗐다. 유리가 열어준 문으로 남자는 편의점 안으로 쑥 들어갔다. 거침없이 손을 뻗은 남자는 매장 안의 콘돔을 죄다 쓸어담았다.

"24,309엔입니다."
"그쪽은 이름이 뭡니까?"
"네?"
"이름이 뭐냐고요."

발정 났으면 빨리 계산이나 하고 가지 왜 자신의 이름을 묻는단 말인가? 그래도 철저한 자본주의의 노예인 유리는 답했다.

"유리라고 해요."
"유리…. 유리. 저는 오키타 소고라고 합니다."
"아…. 네."

콘돔 13상자를 사이에 두고 할만한 대화는 아니었다. 유리는 다시 한 번 가격을 말했다.

"24,309엔입니다."

오키타 소고라는 야토는 그제서야 지폐를 내밀었다. 이상한 사람이야. 유리는 생각했다. 그날 밤 유리가 소고에게 납치당하지만 않았다면 그저 우스운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었다.

바로 당일, 편의점의 셔터를 내리던 유리의 눈앞에 소고가 나타났다. 독특한 손님이었기에 기억하고 있던 유리가 가볍게 아는 척을 했다.

“아, 어서 오세요. 지금은 장사 다 끝났는데. 뭐 사러 오셨어요?”
“….”

달빛 아래에서 소고는 유리를 그저 빤히 쳐다봤다. 오싹. 유리는 어쩐지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주춤하고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

“꺄악―!!”

소고가 유리를 들쳐업고 지붕 위로 풀쩍 뛰어올랐다. 유리는 정신이 아득해져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 뭐, 뭐야?! 이게 뭐 하는 짓- 읍! 으읍!”

유리는 자신을 짐짝처럼 들고 날아다니는 소고에게 마구 반항했다. 꽃잎으로 바위 두들기기처럼 의미가 없는 짓이었지만. 유리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자신을 납치한단 말인가? 유리가 훌쩍이느라 얌전히 있자 납치범은 속도를 높였다. 무심하게도 달이 밝은 밤이었다.


*


“이봐, 저녁 먹어.”
“….”

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식판을 받았다. 야무지게 밥을 씹어먹는 유리를 소고가 빤히 쳐다보았다. 이런 일상도 벌써 일주일 째. 유리가 소고라는 야토에게 납치당한 지도 일주일 째라는 말이다.

납치당한 유리는 의외로 함선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덕분에 마찬가지로 납치당한 히지카타를 만날 수 있었다. 첫날,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히지카타를 보고 유리가 얼마나 놀랐던가!

'부, 부, 부장님―?!'
'뭣. 유리?'
'네! 설마 부장님이 납치당한 곳도 여기인 거예요?”
'젠장. 그래. 너는…그 동생에게 잡혀왔냐?'
'자기를 오키타 소고라고 소개한 미친놈을 말하는 거라면…네.'

유리는 자신보다 며칠 일찍 온 히지카타에게 함선의 구조를 소개받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히지카타의 납치범, 오키타 미츠바도. 두 사람에게서 풍기는 핑크빛 분위기에 유리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둘만 남았을 때 유리가 히지카타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물었다.

'부장님, 혹시 스톡홀름 증후군…. 뭐 그런 거예요?'
'갑자기 무슨 개 짖는 소리냐?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들어나 봐라.'

아니, 자신의 시선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것을 본인이 모른다는 것인가? 아아. 유리는 혼절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히지카타와 유리는 탈출 계획을 짜기 위해 틈만 나면 모였다. 그래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히지카타의 시선이 미츠바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극구 부정했지만, 그것은 사랑에 빠진 사내의 것이었다.

“미츠바.”
“토시로 씨. 오늘도 여기에 있네요.”
“여기 경치가 예뻐서….”

경치가 예쁘긴 개뿔. 우주 경치가 다 거기서 거기지. 여기가 미츠바의 방과 가장 가까운 방이라는 것을 이제 유리도 안다. 둘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두 사람을 버리고 유리는 창가에서 폴짝 내려왔다.

방을 나서는 유리의 뒤로 소고가 따라붙었다. 짜증도 날대로 났겠다, 소고가 자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 간덩이가 커진 유리는 맹랑하게 따졌다.

“하아. 저기요, 아무것도 안 하고 쫓아다니기만 할거면 저는 왜 납치했어요?”
“어라. 뭔가를 해주기를 바래? 아쉽네. 나는 프라이드가 높은 여자가 취향이라.”
“내가 말을 말지!”

유리는 씩씩거리며 발걸음을 크게 옮겼다. 그 뒤를 유리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들고 소고가 따랐다.


*


납치된지 이주째. 히지카타와 미츠바는 기어코 연인 사이가 되었다. 유리는 절망하면서 한껏 비아냥댔다.

“좋―으시겠어요, 아주? 님이 넝쿨째 떨어지다 못해 넝쿨로 본인을 납치해주셔서? 이김에 은퇴하시죠, 부장직. 우주에서 알콩달콩하게 사세요, 셋이서!”
“어이, 나는 왜 넣어.”
“그럼 뭐, 저까지 넣어서 넷이라고 할까요?!”

캬악 이빨을 드러내는 유리를 보며 소고는 생각했다. 이 녀석은 언제쯤 자신에게 고분고분해질까? 강제로 길들이기는 싫은데.

…싫다니? 왜? 이제 와서? 소고가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유리는 방을 나섰다. 씩씩거리며 유리는 탈출에 대한 의지를 더 다졌다. 비상 탈출용 소형정이 있을만한 곳을 다시 한번 방문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유리가 물었다.

“아니, 여기는 비상 탈출용 소형정도 없어요?”

답이 없었다. 유리는 확 짜증이 올라와 팩 뒤를 돌며 말했다.

“여기는 비상 탈출용 소형정도…없….”

답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항상 유리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소고가 없었으니까. 유리는 텅 빈 공간에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애꿎은 함선 벽을 한 번 발로 찼다.


*


탈출의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왔다. 미츠바가 말한 것이다.

“둘 다 돌려보내 줄게요.”
“뭐?”
“둘 다 돌려보내 준다고요.”

넷이서 밥을 먹다가 나온 소리였다. 소고와 미츠바는 태연한 기색이었다. 유리와 히지카타는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먼저 정신을 차린 히지카타가 더듬댔다.

“갑자기…왜….”
“…두 사람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죠. 삼 주 동안 행복했어요, 토시로 씨.”

미츠바는 히지카타의 손을 꼭 잡았다. 탈출은, 에도로의 복귀는 그렇게 허망하게 이뤄졌다.


*


진선조 둔영의 지붕 위. 대원들의 환대를 받는 두 사람을 보며, 소고가 미츠바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사랑한다면서요. 왜 놔줬어요?”

미츠바는 후훗 웃으며 되물었다.

“그러는 소 짱은? 왜 안 잡았니?”

소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유리를 바라보았다. 삼주 내내 자신이 왜 유리를 데려왔는지를 고민했다. 낯선 곳에 와서도 꿋꿋하게 밥을 퍼먹는 모습은 나름대로 귀엽긴 했으나, 홀린 듯이 납치를 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고는 이 순간에 깨달았다. 햇빛 아래에서 활짝 웃는 유리에게 흠뻑 젖었음을.

“사냥에 실패하다니, 둘 다 부끄러운 야토들이네.”

소고는 그에 대꾸하지 않았으나, 미츠바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잔인한 야토들의 운명. 햇빛 아래의 것을 사랑하게 되는.


*


두 달 후, 유명한 야토 남매 용병은 돌연듯이 은퇴를 선언했다. 같은 날, 에도의 한 집이 한 남매에게 팔렸고, 진선조에 남자 야토 한 명이 들이닥쳤다. 그 야토는 뻔뻔하게도 진선조의 직위를 요구했으며, 마츠다이라에 의해 1번대 대장직을 맡았다. 그런 진선조에 여자 야토 한 명이 며칠에 한 번씩 찾아오고는 했다.

유리가 진선조를 찾은 것은 그런 나날이 어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소고는 부러 유리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둘은 납치 이후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유유자적 마루에서 낮잠을 자던 소고가 안대를 올리고 일어나 앉았다.

“어라. 납치범이 어엿하게 취직한 경찰서에는 무슨 일입니까, 피해자 씨?”
“아, 저요?”

유리는 팔짱을 끼고 씩 웃었다. 어쩌면 스톡홀름 증후군은 나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쪽 보러 왔어요.”

소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햇빛 아래의 것이 달을 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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