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자아성찰과 연애에 대한 탐구(?)

이 모든 것은 연애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내게는 몇년 째 짝사랑중인 상대가 있다. 얼굴도 모르고,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그 친구가 굉장히 모든 것을 프라이빗하게 유지하고 싶어한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친구 입에서 나온 말을 이리저리 기워낸 한 덩어리의 정보 뿐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친구에게 매우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라면 그 무엇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이기 마련이니 나름 자연스럽지 않나?

그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진 않고, 그 친구도 스스로에 대해 많이 말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나의 최대한의 애정은 물질적으로만 이루어졌다. 아마 최근 몇년 동안 꾸준히 나같은 행동을 한 사람은 나 말곤 없지 않았을까? 일단, 이게 문제가 아니고…
몇 년간의 나를 돌아보면 주기적으로 “고백을 하고 이 짝사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때가 발생한다. 그 친구와의 인터랙션이 늘어났을 때나, 아니면 가끔 핸드폰 사진 앨범을 뒤적이다 그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발견했을 때다.

애정이 너무나도 거대해져 가는데, 고백은 할 수도 없고. (그 친구가 본인 입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그런거 다 거짓이다’라는 말을 했었으므로..) 내가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은근슬쩍 오프라인 만남의 계기를 만드는 것, 그리고 같이 게임하는 친구인 상태로 같이 하하 호호 웃는 것 뿐이다. 당연히 전자는 다 실패하고 있으며 후자를 선택해 살고 있으나 그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 감정이 고통받는다.

그 친구가 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필을 하고 싶었다. 내가 다른 친구들과 오프라인으로 만나 먹고 즐기며 사진을 찍어 보냈으니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인지하고 있겠지. 하지만 거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보통은 ‘나의 장점을 어필해라’ 라는데, 대체 나의 장점이 뭐란 말인가?

나는 참 평범한 인간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외모? 특출나게 예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생겼다고 하기도 어렵다. 적당히 눈코입 괜찮은 곳에 위치해있는, 그냥 조금 과체중인 사람. 대충 친구들은 ‘귀엽다’거나 ‘말랑말랑하다’ 라는 식으로 칭찬해주는 딱 그정도인 사람. 건강은 딱히 좋진 않고 돈도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아주 못 버는 것도 아니고… 성격은 대부분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막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적당히 차분하고 좀 더 Positive한 방향으로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물론 유독한 발언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농담삼아 종종 유독한 종류의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주변에 의해 중화되는 것 같다.

이렇게만 나열해두면 그냥 주변에 두기 좋은 토템같은 것 같지 않은가? 친구로 두기 좋지만, 연애를, 더 나아가 결혼까지 하고 싶은 사람일까? 잘 모르겠다. 사실 이런 가정을 하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연애 한 번 못 해본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해본 사람이, 타인으로부터 고백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 제대로 된 상상을 할 수나 있나? 어릴 적 이런 얘기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넌 너무 차가워서 다가가기 어려워.”

무슨 의미인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금의 추측으로는 내가 타인에게 굉장히 무관심하고 어느정도 ‘친구’라고 불러도 그 사람들에게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데, 그것 때문에 느끼는 거리감을 의미한 것 아닐까 싶다. 다행인지 아닌지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일부러 약간 멍청한 척 행동하며 타인이 내게 갖는 경계심을 열심히 줄여왔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연기에 가까웠으므로 나는 여전히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그것 때문에 대체 무엇이 타인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내가 갖고있는 이 애정 또한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살면서 내 가족 외에 ‘이 사람과 같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 든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며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 든가, 더 나아가 ‘이 사람과 내 남은 삶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정도의 마음이 드는 사람은 이 친구가 유일하니까. (예외가 있다면 그건 내 혈육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와 연인이 될 때 대체 어떠한 이유로, 어떤 것이 동기가 되어 서로를 연인이란 이름 아래에 있도록 합의를 하는 것일까?

고백이라는 절차를 거쳐 승낙과 거절 이후에 관계가 성립되는데, 다들 거절을 받았을 때의 충격을 감수할 수 있는, 그 이후의 감정적인 무너짐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사람들이라는 걸까? (적어도 나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친구로 지내자 해도 그 어색함을 어떻게…?)

상대가 나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인이 되어보자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건 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고 당신과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다. 관심 있느냐, 혹은 의향이 있느냐’ 물어보는 걸까? 동의를 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는걸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상대방과 좀 더 터놓고 수다를 떨며 알아가는 걸까? 어떤 사람인지 그 과정을 통해 이해하는 걸까? 오늘 일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그런 것을 공유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런 관계는 ‘친구’와 무엇이 다른걸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아닌 상태에서 연애를 한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인걸까? 성적인 욕구를 거리낌 또는 죄책감 없이 해결할 구실이 생긴다는 의미일까? (정말 몰라서 혼자 추측중일 뿐이다. 대체 이런 것에 대해서는 누구한테 물어보고 답을 구해야 하는건지..)

더 생각하다가는 인간의 근본에 대해 고찰하고 있을 것 같아 여기서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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