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Path of Exile History # 00.

내가 해본 것, 내가 해보고 싶은 것,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것

나의 PoE 입문은 내 생각보다 더 오래 전에 이루어졌다. 카카오게임즈가 PoE를 한국에 들여오기 직전 Steam 버전으로 한 번 해봤으니까... 그게 2019년 봄의 얘기이다. 당시 나는 Twitch 방송을 보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고, 내가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들이 PoE라는 게임에서 한데 뭉쳐 게임을 했었기 때문에 나도 그 그룹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마침 날 정신적으로도 많이 서포트해준 친구도 같이 PoE에 발을 담고 열심히 공부했던 때라 나도 그 친구의 도움으로 이 게임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이끈 첫 빌드는 ED Contagion. (Shadow였는데 어느 Ascendancy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진짜 '1~5번 키가 물약이고 Q~T 키가 스킬이야'를 누가 알려줘야만 했고 스킬 젬과 서포트 젬을 링크한다는게 무슨 개념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게임 입문은 정말 지옥이었다. 패시브 트리는 오히려 쉬웠다.. 그냥 누가 만들어둔거 보고 따라서 찍으면 되는거였으니까. (남들 겁줄 때 일부러 패시브 트리를 보여주긴 하지만, 정말.. 패시브 트리는 어려운게 아니다. 직접 빌드를 만드려고 하는게 아닌 이상 정말로. 진짜.)

아이템에는 소켓을 추가할 수 있는데, 이건 랜덤으로 주어지고.. 아이템 레벨에 따라, 아이템 종류에 따라 최대 소켓 개수가 달라지고. 색상을 맞춰야 젬을 장착할 수 있으며 이 소켓들을 연결하면 연결된 서포트 젬의 기능이 스킬 젬에 적용된다... 소켓을 연결하려면 Orb of Fusing이 필요하다... 사실 남들보다 생각을 많이 안 하고, 생각을 하는 것도 귀찮아하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싶으면 싫증부터 나는 나의 뇌는 사실 이때부터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수다를 떨 수 있으니까. 오락을 하면서 머리를 써야 한다는게 너무너무 싫지만 그래도...!

그렇게 친구의 도움과 욕망을 발판 삼아 첫 빌드를 실패하고 성황리에 다음 빌드를 접했다. (아마 분명 그 사이에 수많은 다른 빌드를 시도했겠지만 다 기억을 하진 못한다... 나의 뇌는 너무나도 옛 메모리를 잘 지우기 때문에)

아마 Arc 를 기반으로 하는 Witch 빌드였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의 도움 없이 PoE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빌드 가이드를 보면서 진행을 해보겠다고 과감하게 시도를 했던 빌드. 이 빌드도 역시 개차반이 되었다. 이유는.. 여전히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서. 스킬 특성상 단일딜이 매우 부족하니 분명 어디선가 단일딜 (보스를 잡기 위한) 스킬을 쓰라고 적어놨을텐데, 내가 그걸 무시했던게 아닐까 싶다.

하여간에 이렇게 계속 Act 10 깨는것까지 어려워하는 나를 답답하게 여겼는지 날 도와주던 친구가 튼튼한 원거리 빌드 하나를 가져왔다. Bleed Bow Gladiator 빌드. 이 쯤 되니 나도 아이템 옵션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살짝 한 0.5%정도로 성장해서 어떤 아이템을 써야 하는지, 어디에 몰빵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친구가 준 템이 얼마나 좋은 템인지 감은 잡는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 덕분에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나의 개인 신기록이 생겼다. 바로 엔드게임 보스인 (메이븐 나오기 전에) Sirus 만나기. 레벨 90 넘기기. (92까지 찍었다)

내 친구들은 죄다 게임 시작한지 1주일 이내에 렙 100 찍는 고인물들이라 거기에 비교하면 콧웃음도 안 나올 지경의 기록이긴 하지만... 하여튼 이 때 정말 열심히 했다. 몹 잡는것도, 보스 때려 잡는것도 재밌어서 (덜 죽고 많이 죽이니 당연히 신나지...) 열심히 게임했다. 그러다가 리그가 끝나고 이 빌드가 엄청나게 너프를 먹고.. 나는 또 레벨 90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그래도 그 이후로 정말 많고 다양한 빌드를 시도했다. Lacerate Gladiator (아마 이것도 Bleed 쪽이었던 것 같은데) 도 해보고, ED Contagion도 다시 해보고. Rain of Arrows/Toxic Rain 빌드도 해보고 (Deadeye였나?), Spellslinger도 해보고. 미니언도 잔뜩 들고 다녀보고...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쏙 드는 빌드는 못 찾았다. Bleed Bow처럼 쉽고 편했던걸 제대로 못 찾은게 제일 컸다.... 사실 아직도 아이템 만드는걸 어려워하는 편이라 더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 리그에선 Lightning Arrow Deadeye 빌드로 시작해서 Tornado Shot으로 갈아탔다가 보스 못 잡고 금방 죽어버리는게 너무 짜증나서 Boneshatter Juggernaut 조금 올리고 (큽 레벨 90되기 직전이고 3디바인 정도 하는 무기를 겨우 구했는데...!!!) SRS가 좋다(?) 그래서 Witch 베이스로 하다가 앗, 이게 아닌갑다... 하고 지금은 SRS Guardian을 또 레벨링 하고 있다. 다행히 적당히 레벨링 할 때 도움될 템들을 조금 만들어둬서 그거 쫌쫌따리 쓰면서 레벨링 하면 될 것 같으니 부담도 덜하고... 다른 친구가 쓰고 버린(?) 템을 강탈하거나 그러면 되니까. (도둑놈이다 그냥)

한 리그에 캐릭터만 넷. 하지만 아직도 내가 고집하는 빌드 같은 것도 없고... 어떤 직군도 없고... 이 펜슬이라는 사이트가 사라지기 전 까지는 직접 빌드를 돌려보고 어땠는지 후기나 적어보지 않을까? 언제나 초보의 마음으로 얼마나 그 빌드가 OP 인지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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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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