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네 이야기

[논CP] 프시케

아키라와 무명의 이야기

*아키라와 피린님네 사니와 무명군이 이야기를 하고 놉니다.

나모나키(이름이 없는) 혼마루에는, 이따금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손님이 하나 있다.

오늘도 네 번의 도약만에 제대로 '고정'된 방으로 혼마루에 들이닥친 손님, 신도 아키라-사니와로서의 이름은 나츠-는 한참을 혼마루의 주인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의아한 질문을 그에게 던쳤다.

"영혼은 머리에 있을까, 가슴에 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갑자기 뜬금없이? 라는 반응을 할 법하지만, 이 혼마루의 주인은 그런 반응 대신에 턱을 매만지며 눈을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도 그 반응에 한 몫한다. 때로는 혼마루의 주인, 무명이 그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질 때도 있는데, 오늘은 아키라의 차례였던 것 같다.

"흥미로운 주제네."

"그치?"

"일단 사람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단순하게?"

"단순하게."

"그러면 몸과 정신일까."

"그릇과 영혼."

아키라가 종이 위에 볼펜으로 큼직하게 글자를 적어나가자, 무명도 붓을 들어 그 옆에 글자를 적었다.

"그렇다면 하나의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일까. 하지만 기억이 없어진다고 해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지."

"하지만 대개는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과, 기억을 잃은 후의 자신을 분리해서 표현하고는 해."

"그렇다면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기억인가?"

"하지만 기억이 온전해도 인생을 헤집는 커다란 일을 경험한 사람은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여 보기도 해."

나처럼. 아직 자신에 대해 자세히 말한 바는 없기에, 무명은 굳이 뒷말을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아키라는 볼펜으로 기억이라는 단어 옆에 물음표 세개를 그렸다. 선배, 이건 무슨 뜻이야? 알 수 없다는 뜻.

"몸과 영혼의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보통은 그릇보다는 영혼을 중요하게 여기곤 하지. 그렇다면 하나의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그릇보다는 사람일까?"

"하지만 그릇과 영혼을 분리해버리면 사람이라고 볼 수 없게 되니까. 여기에도 같은 그림을 그려야겠네."

무명이 몸과 영혼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 아키라가 그린 것 처럼 똑같이 물음표 세개를 그렸다. 하얀 종이 위에 서로의 생각이 쌓여가는 광경이 조금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선배, 처음에 왜 영혼이 가슴과 머리 중 어느 쪽에 있을 것 같냐고 물어봤어?"

"심장과 뇌를 이야기 한 거 였어. 앞에서 말한 거랑 겹칠지도, 아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왜, 심장이 멈추고 아무 조치를 못 취한채로 4분을 넘기면 죽지만, 뇌가 기능을 잃어도 몸은 살아있는 상태가 종종 있거든."

"영혼과 몸을 분리하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만 집중하면, 심장에 있을 가능성이 좀 더 높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을 관장하는 건 뇌고, 사람을 규정하는 것이 기억이라면, 그 사람의 영혼의 대부분은 기억으로 이루어지는 게 맞지. 그렇다면 사람의 영혼은 머리에 있는 걸까?"

무명은 두 사람의 글씨로 가득한 종이를 빤히 내려다보다가 처음 적은 단어들부터 방금 적은 단어들까지 읽어보는 것을 두어번 반복했다.

"선배, 영혼과 기억이 꼭 함께 있다는 가정도 좀 틀린 걸지도 몰라."

"기억은 몸에 종속되어있는 것이다?"

"영혼은 단순한 동력원일지도 모르지."

"시계약처럼?"

"시계약처럼."

두 사람은 동시에 각자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시계를 종이 위에 그린다. 적당한 크기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숫자를 쓰고, 시침과 초침을 그리고....무명은 조금 더 자세히, 복잡하게 그리고 싶어한 것 같지만, 종이의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았던 터라 금방 포기한 듯 했다.

시계가 멈추면, 시계약을 갈아, 다른 시계를 보고 시침을 다시 맞추면 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서글픈 이야기네. 온전한 그릇에 다른 영혼이 들어오면, 머리가 제대로 작동해서 기억을 부여한다면 그릇은 제대로 움직이니까, 영혼에는 의미가 없다는 거잖아."

"이것도 그냥 가설이고, 어느 한 가지로만 볼 수 없는 건지도 몰라. 영혼이란 건 기억의 집합체인 동시에 동력원일지도."

"그럼 길게 늘어뜨려져서 머리와 가슴을 연결하는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애초에 영혼이라는 게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해."

그럼 말이야, 우리가 사니와니까 이야기해보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도검남사의 영혼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본체일까."

"애초에 영혼이 있는 걸까. 우리가 깨우는 건 마음이니까."

"물건이니까 그 자체가 영혼의 모양인지도 몰라."

"그럴까."

복잡하네, 복잡하지. 어렵네, 어렵지.

그렇게 동시에 말한 두 사람은 각각 펜과 붓을 놓았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다는, 두 사람만의 신호다.

"선배는 가끔 이상한 주제를 들고 온다니까."

"그래도 재미있지?"

"응, 선배랑 이야기하는 건 즐거워."

머리 아픈 이야기는 끝났냐며 무명의 카슈가 쟁반에 과자를 받쳐들고는 방에 들어온다. 아키라가 꺄르르소리를 내며 카슈를 반긴다. 내가 아니라 과자를 반기는 거잖아? 하는 말과 함께, 카슈가 쟁반을 내려놓는다. 아니야~카슈군도 봐서 좋아, 하는 말에 됐거든? 이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친해보이는 것이 보기 좋아서, 무명은 턱을 괴며 슬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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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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