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준호] 바랐던 것은 하나 뿐인데

권준호는 근래에 곤란한 욕망에 휩싸여있었다. 아니, 딱히 외설스러운 욕망은 아니었다. 오해는 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권준호는 상당히 곤란해했다. 어떤 도덕적인 일면에서 그를 옳지 않은 충동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범죄적으로, 그러니까 위법을 저지르는 정도는 또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를 상처입혀놓고 그 상처입은 표정을 바라보고 싶다는 욕망은, 준호에게 썩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권준호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기적인 사람은 결코 되지 못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사려 깊고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싶다'라는 욕망 또한 결단코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대만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준호는 생전 느껴본 적 없었던 소유욕이 마음 깊은 곳에서 눈 뜨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소유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진리이고, 준호의 지론인 문장이었다. 이성이 외치는 냉철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따르다가도 준호는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욕망을 다시 느껴야만 했다.

그의 상처 입은 얼굴을 보고 싶다.

단순히 상처 입은 얼굴이어서는 안된다. 그의 무너진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오로지 자신이 상처의 이유가 되어야 했다. 그의 전부가 되어서, 그의 세상에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어쩌면, 외면해오던 그 깊은 욕망이 바라던 얼굴을 비로소 지금 마주한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뭘 더 대체 어떻게 해야 돼?"

실연의 일면으로 일그러진 그의 눈빛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드디어 마주했다는 환희가 깃들어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허공을 맴도는 손은 준호를 붙잡지 못했다. 못내 답답한 듯 가슴을 내려치기도 했다. 그 거친 손이 눈을 덮어 가리고 머리를 쓸어올렸다. 잠긴 목,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음성이 옅은 진동처럼 떨리며 낮게 울렸다. 그는 화가 나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외로워했고, 그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어 했다. 사랑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고, 사랑을 원했다. 준호는 상처 입어 헐떡이는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며 기묘한 짜릿함을 느꼈다. 동시에 깊은 연민이 솟아 가벼운 공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만아."

"기다리는 대로 기다리고, 네가 하라는 대로 하고, 원하는 대로 다 맞췄어."

"그러려던 게 아니라,"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권준호."

준호는 뒤늦게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순한 대형견처럼 고분고분 말을 듣던 애인의 눈빛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그만 그를 이만큼이나 상처 입히고 말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준호는 마땅히 그의 상처를 자신이 보듬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정열적인 집착으로 점철된 그의 눈동자가 준호를 꿰뚫듯이 바라봤다. 준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완벽히 이해한 얼굴이었다.

"네가 바라던 게 이거야? 내가 너한테 전전긍긍하면서 뭐 마려운 개처럼 절절메는거?"

"아니야. 정말 난 그려던 게 아니라...."

"아니. 그래, 좋아. 그렇게 해줄게."

준호는 미약한 두려움이 발치에 깔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두려움이 몰고 오는 기쁨이 있었다.

"나 이제 네 말대로만 안 해."

준호는 문틈을 우악스럽게 열고 들어오는 대만을 막지 않았다. 애초에 막을 생각도 없었다. 의도치 않은 강제적인 이별이 이런 선물을 불러올 줄이야. 억센 손이 준호를 붙들고 강하게 끌어안았다. 준호는 눈을 감고 사랑하는 이와의 재회를 만끽했다.


작심삼일일게 뻔하긴 하지만

요즘 멘탈 상태나 문장력 상태나... 처참해서 도저히 글 쓸 맛이 안 나네요

재활 겸 문장력 쌓아올리기 겸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약 10분 ~30분 간 되는대로 써내려간 뒤 퇴고를 연습하는 조각글 챌린지를 해볼까해요.

첫글은 대만준호였지만...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커플링일 수도 있고

아님 제 드림컾일 수도 있고... 하여간 그렇습니다.

펜슬에 업로드 할 것 같아요!

봐주실 분이 있을까 ... 싶지만...

문장력 수복을 위해 노력해봅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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