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한의 일기

20241130 작가노트

우리 은하 어딘가 돌아보기(1)

지금까지 작성했던 <우리 은하 어딘가>의 내용 전반을 돌아보는 글로 스포일러가 다수 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쓰려 했는가

전반적으로 <우리 은하 어딘가(이하 우은어)>의 초기작성내역―초고라고 하기에는 빠진 부분이 너무 많다.―를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난잡함’이었다. 사실 우은어는 구상부터 내가 보고 싶은 내용 전반을 때려넣은 잡탕과도 같은 존재인만큼 작금의 세태란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만, 한동안 글을 놓았다 다시 잡은 입장에서는 작가의 생각없음이 이렇게 통렬하게 드러날 수 있는가 싶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 생각없이 살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정제되지 않은 혼돈을 보면서 방향을 잡으려 시도하긴 했다. 각 종족에게 필요한 미덕은 무엇인지, 각 인물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 다음으로는 그래서 어떠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의도에 의의를 두는 까닭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전반적으로 머리가 어지럽다. 무엇을 보고 싶다, 까지만 존재하고 앞뒤 맥락도 얼추 만들어두긴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가야겠다는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사실 모든 종족이 힘을 모아 울레자즈를 물리친다는 방향은 있는데 왜 그래야하는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 외에도 날려버린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가령 누구와 누가 전쟁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그래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면서 구도가 어떻게 바뀌는 지에 관한 고찰이 전혀 없다.

여전히 미련이 남는 이유

그런데도 미련이 남는 이유라고 한다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같은 면이 있어서, 살다보면 종종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패배라고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은 기억이 있는 이유는 내가 보고 싶었던 장면을 한데 모아뒀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장면은 제법 된다. 하나 꼽아보자면 특히나 아래의 장면을 좋아하는 것도 있다:

적절하게 밈이 들어간 다음의 구절도 좋아한다.

앞뒤 맥락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것도 좋아한다.

이외에도 몇 장면이 더 있지만 여기까지만 꺼내도록 하겠다.

해결책: 써라. 그런데 어떻게?

역시 이 고통을 끝내는 방법은 글을 완성하여 치우는 법 밖에 없겠다. (달리 뭘 어쩌겠는가? 놓지도 못해, 접지도 못해. 그만 괴롭고 싶고, 그럼 써야지.)

정리할 방법이 없다면 차라리 더 생각없이 쓰는 것이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언제는 이것저것 재면서 글을 썼다고? 공들여서 단번에 홈련을 치려는 것 보다야 여러 번 때려서 그 중에서 홈런이 나오기를 바라는 게 합리적인 시도 아니겠는가. 물론 가성비는 떨어지는 만큼 시간과 노력이 더 들겠지만 어설프게 써서 매번 내 안의 검열관을 불러들이느니 차라리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결국 펜을 다잡기로 한 자신을 응원한다.

나아가라! 잃을 것은 자존심 뿐이요, 얻을 것은 이 세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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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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