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성녀는 개종하기로 했습니다 12화
추락한 성녀 12
*본 작품은 어한오 팀의 오리지널 창작 작품입니다. 무단 도용 및 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 작품은 포스타입, 글리프에서 동시 연재 중에 있습니다.
추락한 성녀 12
루블, 보쓰, 히즈
***
여하튼 저 여자만 보면 재수가 나쁘다고 생각은 했었다.
“저를 증오하시나요?”
아무리 마음에 안 들고 싫더라도 면전에서 그렇게 답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보스의 마음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선 더더욱.
“·····그게 중요합니까?”
적당히 대답을 회피하고 넘어가고 싶었으나 눈앞의 여자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중요해요. 제가 이곳에 머무는 한 매우 중요해요.”
한없이 진지한 눈으로 아트레우스를 바라보는 아마데아는 아마 진심으로 묻는 것일 터이다.
‘그래서 더 싫지만.’
아트레우스는 올라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물었다.
“왜 중요합니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저한테는 중요하니까요. 저는 변하기로 했거든요.”
인내심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아트레우스는 그레이스에게 눈짓을 했다.
‘대답해야 합니까?’
‘해. 어느 정도는 솔직해도 괜찮다.’
그레이스의 허락하에서라면 괜찮을 거라고 판단한 아트레우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증오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보다는 두렵습니다. 아가씨께선 저희를 너무도 많이 죽였습니다.”
“두려움··········.”
아마데아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싶더니 다시 고개를 확 들어 올려 그에게 빠르게 물었다.
“그럼 지금 이렇게 눈앞에 있는 것은 괜찮나요?”
그 갑작스러운 몸짓에 긴장 중이던 아트레우스에게서 어둠의 힘이 피어올랐다. 말은 없었지만 말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아, 미안해요. 놀랐군요.”
“·····괜찮습니다. 제가 제어가 미숙해서 그런 겁니다.”
성녀로 살던 시절이었다면 몰랐을 ‘두려움’은 지금의 아마데아는 너무도 뼈저리게 알았다. 아마 그녀가 에메로스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그를 위해서 해야 할 일도 떠올릴 수 있었다.
“전언을 들려주어서 고마워요.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예. 그렇다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트레우스는 찜찜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마땅히 할 얘기도 떨어졌으니 다시 자리에 앉을 명분도 없었다. 실제로 빨리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제가 배웅하겠습니다.”
그레이스는 아트레우스의 뒤를 따라 저택을 나섰다.
“수고했다. 이제 가보거라.”
“에버렛 씨. 이걸로 된 겁니까?”
“그래. 충분히 잘 해줬어.”
“대체 보스는·····. 아니, 아닙니다. 제가 보스의 의중을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 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저 여자의 속내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아트레우스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정말로 신성력이 제거된 겁니까?”
“너도 느끼지 않았니? 정말 아무 느낌도 나지 않는다는 걸.”
만약 신성력이 남아있었다면 이 정도 지근거리에선 서로 반목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가 걱정하는 바를 잘 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옆에서 감시할 터이니 일단은 안심하거라.”
“예. 에버렛 씨는 믿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가 뭔가 꿍꿍이가 있다면·····.”
“그것까지 포함해서 안심하라는 거다. 성녀의 힘이 없는 상대라면 나라도 감당할 수 있고, 뭔가 수작을 부리더라도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어색한 두 번째 만남은 겨우겨우 끝이 났다.
“그레이스. 그는 돌아갔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잘 배웅했습니다.”
아마데아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차가 식었군요.”
“다시 내오겠습니다.”
아마데아는 짧게 고맙다고 대답하고는 이내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레이스는 그녀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차를 최대한 늦게 들이기로 했다.
‘전에 그가 내게 그랬지. 그레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를 두려워해서 맡길 수가 없었다고.’
그녀에게 적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서 보게 되니 아마 데에도 적잖이 심력을 소모했던 모양이다. 아마데아는 차와 함께 나온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우레티카에서 먹던 것에 비하면 질이 떨어져. 당도만 높였지 식감은 별로야.’
그녀는 아녹스에 관해 아는 것을 다시 짚어봤다.
‘아녹스. 이단자들의 나라. 정확한 위치는 불명.’
그레이스의 아녹스에 대한 수업에서도 위치는 빠져있었다.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었다.
‘아우레티카의 사람들은 모두 아녹스가 국경지대인 숲 저편에 있다고 생각하지.’
실제로 그녀도 아우레티카를 벗어나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더구나 그곳에서 헬레니온과 그 부하들을 마주쳤었다. 역시 아녹스는 숲 반대편에 위치한 것일까.
‘그렇지만 어떻게? 숲은 성지라서 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어.’
성스러운 숲이라서 발길을 금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신이 내려온 첫 번째 땅이라는 전설 때문에 성지로 불릴 뿐, 그곳에 가본 이는 없었다.
‘그 숲에선 길을 찾지 못하니까. 일반적인 길 찾기 방법을 쓸 수 없다고 들었어.’
그렇다면 그때 숲에서 나온 헬레니온 일행은 어떻게 그곳에 있던 걸까.
아마데아는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잘근거리던 입을 멈췄다. 왜 이제야 생각난 거람.
‘아까 그 아트레우스라는 자에게 말을 맡겼으면 좋았을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다음에 그가 오거나 혹은 다시 아트레우스가 올 때 물어보기로 했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레이스가 차를 들고 나타났다.
아마데아는 그레이스가 과연 어디까지 알려줄지 궁금해졌다.
“그레이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그레이스는 차분히 차를 정량 따른 뒤 그리 하시라며 대답했다.
“아녹스는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레이스는 아마데아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마치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대
가가 따를 겁니다.”
“대가?”
그레이스는 아예 아마데아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그녀에게 배운 바로는 예절에 어긋나지만 지금의 아마데아는 그런 것을 지적할 정신이 아니었다.
“저희 쪽 사람이 아우레티카에 잡히면 어찌 되는지 아십니까?”
“그야, 즉결 처형을·····.”
“왜죠? 왜 그들을 고문해 정보를 캐내지 않습니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마데아는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내가 보고 들은 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누군가 내 눈과 귀를 막고 조종하고 있던 건가.’
그레이스는 아마데아가 충격을 추스를 때까지 인내했다. 그 배려 덕에 아마데아는 서서히 생각을 정리시켰다.
‘생각해보니 이상해. 왜 포로에게서 정보를 캐내지 않은 거지?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이상한 일투성이야. 과거의 나는 이런걸 깨닫지 못했다니.’
“즉결 처형의 관행이 생긴 것은 간단합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아마데아는 상념에서 벗어나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저희는 침묵을 강제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 알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해주셔야 뎄습니다.”
- 카테고리
- #오리지널
- 페어
-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