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야담집(2부)

[중혁독자]경성야담집 1.황연의현 (2)

에쏘휘핑 by 더블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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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재의 인물, 단체, 시대, 국가와 관련이 없습니다.

이 글에 차용된 각종 민담 및 요괴들에 관한 내용은 필요에 의해 각색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전지적 독자 시점의 2차 창작으로 원작의 내용과 무관하며, 어떤 영리적 목적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京城夜談集

恍然依現

-2-

“우와~ 엄청난 인파네. 경성 사람의 반은 나온 것 같은데.”

김독자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공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라 할 만했다. 벌써부터 교주를 부르짖으며 기도하는 이부터 그저 관심 어린 구경꾼까지 모여든 사람들은 다양했다. 사람 구경을 하는 김독자와는 달리, 광대뼈 아래를 복면으로 가린 유중혁은 군중들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고 팔각정 쪽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범상치 않은 인상의 사람들이 구경꾼과 신도들이 팔각정 안을 엿보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본래 트여있어야 할 팔각정은 너울 같은 것이 둘러져 안을 볼 수 없었다.

“저기 있겠지?”

부채를 펼쳐 입을 가린 김독자가 유중혁에게 슬쩍 기대며 속삭였다. 중혁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멀찍이서 정오를 알리는 타종 소리가 울렸다. 열두 번의 종이 울리는 동안 군중들의 웅성거림은 점차 잦아들었다. 기대, 의심, 선망, 그리고 흥미 어린 무수한 시선들이 일제히 팔각정을 향했다.

 

 

 

 

『불쌍한 중생들아.

규율에 잡아먹히지 마라.

언젠가 찾아올 내세의 구원에 속지 마라.

구원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빌어먹을 튀기 새끼. 오늘에야말로 죽여 버리겠어.”

남자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시퍼런 날붙이를 움켜쥔 사내는 비척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매일 있는 일이었다. 김독자는 작은 여우로 변신해 남자의 팔이 닿지 않는 장롱 위에 올라가 숨을 죽였다. 남자는 늘 술에 취하면 광기로 얼룩진 눈을 희번덕거리며 김독자를 찾았다. 그리고 걸핏하면 그에게 매질을 하고 욕을 퍼부었다. 김독자는 남자가 싫었다. 좀 더 어릴 때 남자는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아마도 김독자에게는 남자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러지 않는 것은 그저, 어머니가 슬퍼할 것이 싫어서였다. 이수경이 직접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반쯤 본능적으로 김독자는 그 사실을 알았다. 남자가 앓아 누울 때마다 그를 극진히 간호해 살려 놓은 것이 이수경임을 김독자는 알고 있었다. 어린 소년은 어머니가 슬퍼할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내의 폭력 아래에 숨을 죽이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야. 사랑이 있으면 다 괜찮을 줄 알았어. 아니더구나.

남자가 처음부터 그런 인간은 아니었다고 수경은 말했다. 그가 돌변한 것은 자신과 혼례를 치른 여자가 구미호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라고 했다. 김독자는 남자의 멀쩡한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김독자가 기억하는 남자는 언제나 술에 취해 있었고, 어머니를 때리거나, 자신을 때리거나, 무언가를 때려 부수고 있었다.

“어? 오늘, 에야 말로. 이 더, 러운… 짐승 새끼를….”

눈이 마주쳤다. 광기와 증오로 번들거리는 눈은 도무지 사람의 그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자는 김독자를 짐승이라 부른다. 그리고서 자신은 사람이라 한다.

혼란스럽다.

남자가 히죽 웃더니 움켜쥔 무언가를 휘둘렀다. 그것은 간단히 장롱을 베어버렸다. 당황한 김독자가 펄쩍 뛰어올라 바닥을 굴렀다. 그가 허겁지겁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남자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김독자를 따라 걸어왔다. 남자가 쥔 검의 날 부분이 파르스름하게 빛났다. 단순히 달빛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어떤 주술을 품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걸…. 겁에 질린 김독자는 얼어붙은 채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그 검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어떻게 그 검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저 검에 맞으면 김독자는 무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도망치려 해도 네 다리가 모두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검이 내뿜는 기운은 어린 요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독자야!”

남자가 두 손으로 움켜쥔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김독자는 눈을 꽉 감았다. 어디선가 달려든 이수경이 김독자를 품에 감싸 안았다. 작은 여우의 시야는 곧 새파란 빛으로 가득 찼다. 멀리서 술에 취한 남자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수경이 사라진 자리에는 창백하게 빛나는 검 한 자루만이 땅에 박혀 있었다.

“엄마…!!”

소년의 울음 섞인 절규와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

젠장, 위험수당을 더 올릴걸. 어머니 비상금을 탈탈 털었어야 했는데.

김독자는 후회했다. 금액을 적으면서 망설이는 게 아니었다. 이수경이 자신을 찾은 것은, 정말 어쩔 수 없어서였던 것이다. 등 뒤로 돋아오른 소름을 자각하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절로 흘러내린 눈물을 거칠게 닦아 뿌리쳤다.

‘이렇게까지 위험한 놈일 줄은 몰랐다고…!!’

팔각정을 나선 그자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 순간, 그것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자신조차 일순이었지만 넋을 놓을 뻔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정신 지배 주술이었다. 정신 밑바닥에 가라앉혀 놓은 트라우마가 단숨에 머리를 지배했다. 간신히 정신을 되찾은 그는 강렬한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유중혁…?”

“큭…, 김독…, 자, 도망….”

유중혁이 비틀거렸다. 그의 이마에 연꽃을 연상시키는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김독자가 그 문양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결계 같은 것 때문에 만질 수가 없었다. 제기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사람은 유중혁뿐이었다. 시민들은 모두 넋이 나간 얼굴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거나, 가사 차림의 남자를 향해 경배를 올리고 있었다. 자학하듯 땅에 이마를 찧는 사람, 괴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 상황을 통제해야 할 순경들조차 비슷한 상태였다. 모두의 이마에 연꽃무늬가 빛나고 있었다. 김독자는 다시 한번 주문을 외며 중혁의 이마로 손을 가져다 댔다. 희미하게 빛나던 연꽃무늬가 사라지며 중혁이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정신의 부하로 기절한 중혁의 눈을 감겨 준 김독자가 고개를 돌려 팔각정 방향을 쏘아보았다.

그곳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놈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아주 오랜 기간 수없이 환생을 반복한 영혼이 그 육신에 담겨 있었다. 먼 이국의 땅에 저런 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문헌으로 읽었다. 구원교의 전단을 발견한 뒤 그의 이름을 다시 찾아보았다. 아라한阿羅漢. 모든 것의 이치를 깨우친 자. 작은 벌레에서부터 여러 괴물을 거쳐 인간에 이르기까지, 수천, 수만 번의 죽고 태어나는 삶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 이를테면 환생자. 역사 속에서 그는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늘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구원교주救援敎主.

니르바나 뫼비우스涅槃 輪回.

“…무슨 짓을 한 거지?”

김독자가 그를 똑바로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니르바나는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마릇한 몸 위로 하늘하늘한 이국의 옷을 둘러 선계의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고개를 기울여 김독자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단숨에 거리를 좁혀 그의 앞에 우뚝 섰다.

“…너구나. 저 가여운 꼭두각시의 혼을 속박하는 이가.”

니르바나의 눈동자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유중혁을 향했다가 다시 김독자에게로 돌아왔다. 그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는 듯 낭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김독자는 대꾸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니르바나를 쏘아보기만 했다.

“나는 이 나라의 가여운 중생들을 해방하러 왔다.”

“…해방? 내 눈에 보이는 건 멀쩡한 사람들을 세뇌해 이용하는 미치광이 사이비 교주뿐인데.”

김독자의 도발적인 발언에, 그에게 거의 이마가 닿을 듯 얼굴을 들이대고 있던 니르바나가 웃었다. 그가 눈을 접어 웃자 연한 빛깔의 속눈썹이 팔랑거렸다. 한순간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가 고운 손을 뻗어 김독자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려는 듯이 움직였다. 흠칫한 김독자가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 미소띤 얼굴의 니르바나가 나직이 속삭였다.

“그대야말로 자신의 욕심으로 이 사내의 혼을 구속하고 있지 않은가.”

“시끄러워. 난 그런 게….”

김독자가 이를 악물었다.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은 니르바나가 가볍게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곧이어 니르바나의 전신에서 눈부신 황금빛 광채가 흘러넘쳤다. 한쪽 손을 든 그가 수인(手印)을 맺으며 낯선 언어를 중얼거렸다.

‘…범어(梵語)로 된 주문인가.’

김독자가 반 발짝 물러나며 소매에서 꺼낸 부적을 던졌다. 허공에서 불붙은 부적이 니르바나를 향해 날아갔다. 니르바나의 전신을 감싸고 흐르던 빛이 그의 손끝에 모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부적에서 흘러나온 기운과 맞부딪혔다. 두 기운의 충돌이 만들어 낸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김독자가 두른 도포 자락과 니르바나의 가사가 아무렇게나 휘날렸다.

“오만한 반인반요야. 너의 무력함을 알려주마.”

그가 맑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김독자는 대꾸하지 않고 다른 부적을 꺼내 들었다. 니르바나가 양손을 느릿느릿 움직였다. 거대한 원을 그리듯 움직인 손길이 다시 수인을 맺었다. 김독자도 새로운 부적을 꺼내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는 김독자를 공격하는 대신, 뒤로 훅 뛰어오르더니 팔각정 위로 가볍게 올라섰다.

『방황하는 중생들아.』

그가 반쯤 정신을 놓은 대중들을 돌아보았다. 이미 눈에서 생기가 사라진 사람들이 니르바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고, 누군가는 피를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들을 자애로운 미소로 둘러보던 니르바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의 등 뒤로는 현란한 연꽃무늬의 진陣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현재만이 전부이니, 너희의 욕망을 받아들일지어다.』

“아…, 아아…!!”

“아아, 니르바나 님…!!”

“……크윽!”

환희에 찬 사람들이 비척거리며 니르바나에게로 몰려들었다. 이지를 상실한 짐승 같은 움직임이었다. 잠시 비틀거리던 김독자가 주문을 외우며 사방으로 부적을 던졌지만, 자석처럼 니르바나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김독자의 정신 방벽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뿐, 타인의 정신지배에 관여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세뇌에 특화된 니르바나의 주술을 전부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큭…!!”

“중혁아!”

전생을 모두 기억하는 유중혁은 정신공격에 취약하다. 그가 가진 기억의 양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니르바나의 저주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끌어낼 것이고, 그것들은 감옥처럼 유중혁을 덮칠 것이다. 김독자는 다급히 부적을 던지며 수인을 맺었다. 유중혁에게로 달려가려는 그를 방해하듯 넋이 나간 얼굴의 인간들이 김독자의 팔다리를 잡아챘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김독자는 입술을 깨물며 요기를 발출했다. 그제야 그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이리저리 나동그라졌다.

“유중혁!”

간신히 뻗은 팔로 유중혁의 손을 붙들었다. 유중혁은 텅 빈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 김독자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김독자는 마지막으로 반쯤 실성한 얼굴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가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지금은 너희를 구할 수 없어.”

그가 품에서 꺼낸 부적을 던지며 주문을 외웠다.

다음 순간, 유중혁과 김독자의 모습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경성 한복판의 집단 狂氣광기 事態사태, 背後배후는 누구인가.

-행정부 장관, 혹세무민하는 사이비가 판치는 세태에 우려 표명

“젠장.”

욕설을 뱉어낸 김독자가 신문을 구겨서 던져버렸다. 불쾌감이 그의 아랫배에서부터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이렇게 완패해 본 게 몇십 년 만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일대일로 붙었다면 질 것 같지 않았다는 게 더욱 부아가 치밀었다. 그 장소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말려들게 하며 싸울 수도, 없었다. 그들의 세뇌를 다 풀 수도 없었다. 당장 정신이 붕괴하기 직전인 유중혁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며칠이 흐른 지금, 공원에 모였던 인파 대부분이 실종된 것으로 밝혀지며 세상이 시끌시끌해졌다.

“김독자. 이렇게 된 건 네놈 탓이 아니다.”

“…….”

김독자의 앞에 따뜻하게 끓인 차와 과자를 가져다 놓은 유중혁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유중혁은 유중혁대로 다소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그는 아직 세뇌 주술의 후유증 때문에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는 듯했다. 김독자는 대꾸하지 않고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나 지금, 김독자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며칠 전의 패배나 구하지 못한 실종자들이 아니었다. 니르바나가 자신에게 속삭인 말들이 가시처럼 그를 찔러대고 있었다. 그가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면서, 유중혁은 부러 니르바나가 자신에게 했던 말까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그대야말로 자신의 욕심으로 이 사내의 혼을 구속하고 있지 않은가.

전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김독자가 그 말에 동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교활하게도, 그는 그때 유중혁의 의식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역겨움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김독자의 곁에 앉은 유중혁이 그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갑자기 중혁의 어깨에 기대게 된 김독자가 놀란 눈을 깜박였다. 중혁은 여전히 뻣뻣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그의 손만은 김독자의 어깨를 서툴게 다독이고 있었다.

“…….”

“괜찮다. 다시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응.”

안도감과 불안감의 기묘한 공존 속에서 김독자가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대답을 의기소침함 쯤으로 이해한 유중혁이 김독자를 더욱 끌어당겨 제 품에 안았다. 중혁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댄 채로, 김독자는 프스스 웃었다.

“중혁아.”

“음.”

“…나 미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나중에…. 나 미워하지 마.”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중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 중얼거리며 김독자의 등을 다독였다. 김독자는 더 말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김독자는 가만히 유중혁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내가 얼마나 추한지 알면 너는 질려버릴걸.

침묵하며,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계십니까.”

잠깐의 침묵을 깬 것은 노크 소리였다. 퍼뜩 눈을 든 김독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제 우울했냐는 듯 멀끔해진 얼굴이 된 김독자가 중혁의 품을 벗어났다. 유중혁은 아무 말 없이 경쾌한 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하는 김독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당신이 김독자입니까?”

“그런데요….”

제복 차림의 남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김독자를 내려다보았다. 가볍게 웃고 있던 김독자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어느새 김독자의 뒤에 나타난 유중혁이 위협적으로 한쪽 발을 움직여 탁탁 소리를 냈다.

“뭡니까?”

김독자가 짐짓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 차가운 얼굴의 경관이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불시에 아랫배를 맞은 김독자가 비틀거렸다. 상체를 수그린 김독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이비 종교를 퍼뜨리고 우리 국민을 혼란케 한 죄로 너를 체포한다.”

 

恍然依現/完

큰 문제가 없다면 8월 중독배에 내려고 합니다.

1부 <경성기담집>도 재판 예정입니다. 

타 회지는 대부분 19금이라 재판 여부는 아직까지 고민 중입니다.

(혹시라도 최근 사태가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가급적 재판하려고 합니다.)

재판 원하시는 책이 있으시면 스핀스핀으로 요청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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