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약간의 반항
히메노 유우키, 안경을 쓰게 된 사유
"이걸로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도수가 맞지 않는데."
걱정스러운 말과 함께 건네진 안경을 소년, 히메노 유우키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렌즈를 통해 살짝 왜곡된 상이 맺혀 보였다. 렌즈가 볼록이던가, 오목이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나안으로 보면 선명하게 보일 글자가 안경을 통해 보니 불분명했다. 소년은 만족스럽게 손가락 끝으로 은빛의 테를 어루만졌다. 얇은 철의 감촉에 체온이 옮아 금방 미지근해졌다.
이건 만족스럽지 않다. 체온이 옮아 미지근해진 물건은 하여간 무언가를 연상시켰기에. 그는 천천히 테에 대고 있던 손가락을 떼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테를 바꾸어달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여차할 때를 대비하려면 제일 튼튼한 걸 사야 할 터였다.
몸 속의 중심까지 파고드는 아픔, 차가운 것이 열과 습기를 머금어 내는 끈적한 소리.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듯한 감각과 온몸을 훑어내리는 듯한 시선. 그리고 귓가를 핥아내리는 소리와 감촉―
'히메는 정말이지 눈이 예쁘구나.'
소년은 흠칫했다. 지금 이곳은 바깥이고, 안경사와 자신 뿐일 텐데도 어째서인지 귓구멍에서부터 흘러내려 온 몸을 흐르는 듯한 끈적한 목소리는 어떻게 해도 완전히 떨어져 주지를 않았다.
"괜찮아요. 잘 보이지 않는 편이 훨씬 나아서."
소년은 방긋 웃으며 손에 든 안경을 걸쳤다. 익숙지 않은, 왜곡된 시야 탓에 일순 눈앞이 어찔했다. 눈 바로 앞에 있는 안경사의 모습조차 조금 휘어보이는 것이 퍽 만족스러웠다. 가능하다면 색도 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서야 눈에 띌 것이다. 아쉬운 일이었다. 지금으로선, 세계를 받아들이는 수단이 아주 조금이라도 좁고 현실과는 달랐으면 했기에. 가능하다면 이렇게, 시야가 왜곡된 채로 굳어버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얇은 쇠 테는 금방 체온을 머금어, 안경은 얼마 안 가 처음부터 몸의 일부였던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시야 또한 그렇게 되겠지. 아릿한 절망감 또한 이제는 몸의 일부처럼 익숙했다.
다만 그럼에도 작은 머리로 느끼는 불합리만은 익숙해지지 않아, 때때로 몇 배는 아픈 것으로 끝날 저항을 반복하고 만다. ―불합리하다.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무엇에, 라는 말은 넣지 않았다. 시야에, 절망감에, 아픔에, 혹은―불합리에.
가능하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빨리 익숙해졌으면. 그럼 어느 쪽으로라도 편해질 텐데.
그렇게,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쓴 채 소년은 밤의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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