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극-2-
240116. 이전에 쓰던 거 이어서.
새로운 이름은 남찬연이라고 했다.
찬란하게 빛난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무언가를 갈고 닦는다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던가. 어떤 자를 쓰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자 문화권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기에 어쩐지 이 감각은 신선했다.
"대학 졸업 후에 딱히 하는 일은 없음. 타지로 이사와서 딱히 교류는 없음...이라."
마치 누군가가 쓰라고 준비해주기라도 한 듯 딱 맞아떨어지는 꼴이었다. 새로 여동생이 된 여자는 아무래도 성인 남자가 무서운 듯 가까이 다가오려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론가 가버리지도 않은 채 같은 집 안에 조용히 존재했다. 원한다면 내가 나가겠다고 이야기해도, '가족은 같이 사는 법이니까요.' 라고 말하며 듣지 않았다. 날 멀리 두면 이 신분으로 뭐라도 저지를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라면 확실히, 빈틈이 없다고도 봐야겠다. 뭐, 어제오늘 마법사의 존재를 알게 된 우자가 그걸 하루아침에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시간이 해결하겠지, 아니, 어쩌면 해결하지 못해도 좋았다. 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녀석이 남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한동안 먹지도 자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슬슬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버린 몸은 그 정도로는 죽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생활을 지속해도 굶어죽지도, 정신이 닳아버리지도 않았다. 그대로 전부 녹아서 공기 중으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한 번 형태를 얻어버린 몸과 혼은 그렇게 쉽게 사라져버리지도 않았다. 못해먹을 짓이었다.
방 안에서의, 가라앉으면서도 한없이 응고되어있던 시간을 끝낸 것은 여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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