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텔의 위험성
하무님 썰기반 라하빛전 짧글
아 웃기다 레야 옷갈아입는와중에 언텔타서 우아아악 하는 그롸
분명 레야가 당한쪽인데 본인보다 더 놀라는 그롸
그 이후로 언텔빈도수가 낮아진 그롸였다.
(생각해보니 집안으로는 언텔이안되는데…동인적허용 ㄱㄱ)
그라하 x 여코테 빛전
평화로운 어느 날 아침… 아니, 평화롭나? 전날 연회에서 과하게 술을 마신 영웅은 잠에서 깨어나, 간만의 숙취에 머리를 부여잡은 채였다. 분명 평소만큼만 마신 것같은데… 세월의 흐름인가? 아니, 조금 들떠서 오버해버린 것같기도하고…. 드문드문 끊겨있는 기억을 되짚던 영웅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침대 맡 탁상위에 남겨진 쪽지가 눈에 들어온다.
‘미안. 일어나는 거 기다리려했는데… 쿠루루한테 연락이 와서 먼저 가볼게. 얘기해둘테니 천천히 와. 보냉고에 (대충파판음료) 넣어뒀으니 (대충 파판포션)하고 같이 마시고. 일어나면 연락 줘.’
다정하기도 하지. 쪽지를 구기지 않기 위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영웅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간 입꼬리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걱정이 묻어나는 쪽지 구석에는, 빨간 고양이 그림과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니까 ==^’ 같은 잔소리도 함께였다. 귀여워. 그런 마음에 베개를 터질 듯 때리던 영웅은 다시금 올라온 숙취에 얌전히 누울 수밖에 없었다.
창밖을 보니 해가 중천이다. 오늘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전날 연회에서 술을 주체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분명 라하가 옆에서 말렸던 것도 같고. 다정한 제 연인은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던 모양이다. 숙취에 좋은 음료에, 늦잠을 잘 것을 예상한 상황정리까지…. 다만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영웅이 이렇게까지 늦게 일어날 줄은 몰랐다는 점이겠지.
영웅은 기지개를 피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회의는 이미 다 끝났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참석하긴 해야지. 우선 몰골을 좀 정리하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리제네를 머라에 붙이고, 제 연인이 준비해준 숙취음료를 마시곤, 대충 몸을 씻고, 오늘은 뭘 입을지 고민하던 차였다. 적당히 편한 걸 입어야겠어. 그렇게 고른 반바지에 수영복, 셔츠를 탁, 하고 펼쳐서 슥,하고 입는순간 슉,하고…. 슉?
“우아아아아아아악!!!!!!!”
바지에 다리를 넣는 순간이었나. 갑작스레 나타난 그라하가 집안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른것은. 영웅의 바로 앞에 나타난 그라하는 아주 잠깐의, 그러나 천년같은 침묵 뒤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쾅!!! 하고, 벽에 부딪힐때까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레야는 그저 멍하니 그라하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라하의 비명소리에 머리가 울려 소리의 근원을 흐리게 바라봤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몰려오는 두통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 찰나, 다시금 그라하의 비명이 들려왔다.
“미안!!!! 아무것도 못…못 보진 않았지만, 너무 늦길래 걱정이 돼서!!!!!”
“…잠깐, 진정 좀…”
제발 조용히… 울리는 소리에 그저 머리를 손으로 짚고있는 사이, 무언가 물건들이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미안!!하는 짧은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슉…하고. 사라져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정신없는 소동 끝에 뒤늦게 눈을 뜬 영웅은 제 앞을 살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떨어진 화분과 깨진 그릇으로 엉망이 된 집안, 그라하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신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힌 방바닥이었다.
“…하?”
헐벗은 채로, 여전히 바지에 다리를 넣고 있는 영웅은 어이없는 표정을 한 채 그대로 한참을 멈춰있었다. 대체 뭔데??
“…라하, 괜찮은거야?”
“응? 아, 응!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지 않아보이는데…. 쿠루루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라하를 노려봤다. 그라하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회의는 끝난지 한참이었다. 애초에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굳이 영웅을 독촉하진 않았으나. 레야가 걱정된다며 잠시 다녀오겠다는 그라하는 1분도 되지 않아 새빨개진 얼굴로 털썩 주저앉으며 나타났다. 여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쿠루루의 눈이 한없이 가늘어졌을 때였다.
“늦어서 미안! 어제 너무 마셨는지….어라, 벌써 끝났어?”
영웅이 문을 박차며 등장했다.
“레야,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회의라지만… 다음부턴 주의해줘.”
“미안합니다….”
쿠루루의 한숨섞인 짧은 꾸짖음에 레야는 잔뜩 풀이 죽었다. 100퍼센트 자신의 과실이 맞기 때문에. 그 모습에 웃으며 영웅을 다독인 상냥한 쿠루루는 회의 결과에 대해 짧게 공유해준 뒤, 그라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웅의 시선이 쿠루루를 따라 그라하에게 옮겨졌다. 영웅이 문을 박차고 들어설때부터 화들짝 놀란 그라하는 먼 곳을 보며 연신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붉어진 얼굴로 귀는 이쪽을 향해 한껏 젖혀진 채, 안절부절 못하며 말이다. 평소라면 누구보다 먼저 말을 걸고 반겼을 터이나, 지금은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하고 눈치만을 보고 있었다. 연인 사이에 끼고싶지 않으니 먼저 가보겠다며 쿠루루는 발걸음을 옮겻다. 다음에는 늦지말라는 당부도 잊지않고. 영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제 연인을 불렀다.
“저기, 라하…,”
“미안! 정말 일부로는 아니었어!!”
누가 뭐라했나. 그저 이름을 부르기만 했는데도 파렴치한 변태로 몰린 것마냥 구는 것이 제법 귀엽기도 했지만 황당함이 우선이었다. 아니…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구는 바람에 아무 생각도 안들어…. 난 괜찮다니까? 하고 연신 안심을 시켜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붉어진 얼굴은 사그라들 줄은 몰랐다. … 또 레야는 상냥하니까 그래. 같은 의미부여를 하고 있으려나. 영웅은 다시금 울리는 골에 머리를 짚었다. 진짜 괜찮은데…. 다 벗은 것도 아니었고. 엷은 한숨이 뒤따랐다.
한편, 그라하는 깊은 자기반성과 굳은 다짐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영웅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벌인 짓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빛이 잔뜩 들어오는 침대 맡에 앉아서, 막 씻은 참인지 물기가 묻어나는 흰 머리칼에, 살짝 젖은 몸을 숙여……. 호색한 같으니! 머리를 쾅하고 벽에 박으며 겨우 생각을 멈춘 그는, 당황한 영웅을 뒤로 한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언텔은 무조건 중요한 상황에만! 가능한 레야의 허락이 있을때만! 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한동안 레야는 답답함에 땅을 치다못해 두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쥐어뜯게된다.
“라하, 지금 바로 와야해. ET12시에 출발이야!”
“…지금 가도 돼?”
“빨리! 1분도 안남았어!”
“…… 정말 가도 돼?”
“아 제발, 그라하 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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