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셰이피오
오늘 하늘공원에 갔다. 별일은 아니지만 셰이드와 단둘이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난간에 팔을 올리고 몸을 기대며 셰이드에게 물어봤다.
“셰이드, 넌 관심 가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 것 같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혹시 피오. 관심 가는 사람이 생겼나?”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셰이드, 요즘 말이 많아졌어!”
“음……. 혹시나 궁금하면 미오나 래오한테 물어보는 게….”
“됐어...”
……. 피오와 셰이드 사이에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 둘은 이 정적이 익숙하다는 듯, 겉모습에 어색함이 묻어나오지 않았다. 피오는 셰이드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난간에 기댄 채로, 입을 삐쭉 내밀고 있었다.
—피오! 어디야! 얼른 안 들어와?
“아…! 형 미안... 지금 셰이드랑 집으로 갈게….”
—알았어. 조심해서 와.
“셰이드. 이제 가자. 더 늦게 가면 래오형한테 혼날 거 같아...”
“음…. 나랑 있어서 괜찮지 않은가? 래오에게 나랑 같이 있어서 괜찮다고 하면,”
“셰이드, 오늘 너무 말이 많아졌어. 진짜! 이미 너랑 간다고 래오형한테 말해놨는데 어떻게 그래. 그냥 가자.”
“알았다. 피오.”
셰이드가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네…. 무슨 일 있나? 걱정되게시리...
피오가 셰이드를 힐끔 쳐다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셰이드는 피오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피오가 관심이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했지만 셰이드는 감히 물어볼 수 없었기에.
미오누나가 어딨는지 집안을 돌아다녀서 찾아냈다. 이걸 말해도 되는 걸까, 고민했지만 셰이드에게 말해선 되는 게 없어서 미오누나에게라도 말해봐야겠다고 결정했다.
“누… 누나. 지금 시간 되면 나랑 잠깐 얘기할 수 있어…?”
“어? 음... 뭐, 그래! 무슨 얘긴데?”
“아..., 여기서 말할 건 아니고... 누나 방에 들어가서 하면 안 돼…?”
“무슨 얘기길래 그래? 그러면 올라가서 하자!”
“누나는 관심 가는 사람 생기면 어떡할 거야...?”
미오누나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곤 입을 열었다.
“너어~! 좋아하는 사람 생겼구나?!”
“어? 아니!! 아니야 그런 거...”
“에이~ 맞으면서. 누군데?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길래 나한테까지 물어봐~?”
“사... 사실 셰이드야...”
“뭐어?” “뭐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내가 관심 가는 사람이 셰이드라는 사실을 말하자마자 톡시가 놀란 소리를 내며 내 눈앞에 나타났다.
“어? 톡시. 언제부터 있었어?”
“미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거. 피오! 정말 셰이드를 좋아하는 게 맞아?”
“아니! 톡시는 왜 듣고 있는 건데...”
“그건... 미안하지만 얼른 말해주라는 거!”
“어... 좋아하는 건 아닌데... 관심만 있는 정도라구…!”
“그렇구나…. 셰이드는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좋아하는 거 아니래도. 내가 저번에 관심 가는 사람 있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관심 가는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대.”
피오와 미오, 그리고 톡시까지. 셋이 한방에 같이 모여 피오가 셰이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피오와 셰이드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자기 전 미오와 톡시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셰이드도 궁금했다. 피오가 누군갈 좋아하는 건 아닌지,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은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셰이드는 동면 상태에 들어갔다.
“피오! 그럼 화이팅!”
“셰이드랑 잘 해보고 오라는 거!”
어째선지 톡시까지 합류해서 도와주고 있었다.
“응... 래오형 나 잠깐 셰이드랑 나갔다 올게!”
“지금? 언제 올건데?”
“아…. 그냥 잠깐만! 금방 올 거야...”
“뭐... 그래. 빨리 와야돼! 야. 오지오.”
“아, 왜! 지금은 굳이 안 따라 나가도 되거든? 형은 눈치도 없어?”
“어? 뭐가? 뭔데!”
아무래도 래오만 모르는 것 같았다. 지오는 어찌 된 영문인지, 피오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미오의 방문 앞에서 몰래 들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셰이드와 함께 하늘공원으로 갔다. 가는 동안에 항상 흐르던 정적이었지만, 오늘만은 어색했다. 셰이드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런 셰이드가 못마땅해 보였다. 지금 나는 얼마나 두근대고 있는데…….
“저기, 셰이드 있잖아….”
“피오. 무슨 일인가?”
“그... 내가, 널…. 셰이드 너를…….”
“…….”
“조…, 좋아한다고…!”
조용하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으면 대답을 해줘야 할 거 아닌가…. 괜히 째려보는 척하며 고개를 돌렸더니, 셰이드가 셰이드답지 못하게 매우 당황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셰이드…. 왜 이렇게 말이 없어졌어…….”
“아….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면 뭐...”
“피오. 사실…. 나도 피오를 좋아한다.”
“뭐? 진짜?! 셰이드! 너도 날 좋아한다고?”
“음…. 그렇긴 하다만…, 피오 딴에는 불편하면….”
“아니! 전혀 안 불편해! 나도 셰이드 좋아한다니까?”
이게 꿈이 아닌 걸 알면서도 꿈이 아니길 빌었다. 꿈인가, 하고 생각했을 때였다.
—피오~!! 언제 들어와! 잠깐만 나갔다 온다며!
아, 시간도 별로 안 지났는데 들어가면 래오형한테 계속 잔소리 듣겠네….
“금방 가…! 셰이드랑 있어서 괜찮으니까.”
“…! 피오.”
—하아…. 알았어. 곧 저녁 먹을 거니까 얼른 와.
“응... 금방 갈게. 셰이드. 래오형한테 너랑 있어서 괜찮다고 했으니까, 지금 안 가도 될 거 같아…!”
“피오, 그래도 시간이 늦었는데 지금 가는 게 더 좋지 않나. 금방 저녁도 먹는다 하니,”
“셰이드! 오늘 유독 말이 많아졌어! 내가 늦게 가도 된다하면 그런 거야…!”
“흠…. 알겠다, 피오.”
남은 날들에는 서로 수다스러운 날들만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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