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if

카지푸름

블루베리 리그의 전 챔피언. 그게 그를 칭하는 수식어였었다.

지금은 다르다. 팔데아 리그의 챔피언 랭크에 등록한 카지는 옛날보다야 키도 꽤 컸고 치프 챔피언의 축하와 함께 받은 그 자리를 기뻐했다.

"카지! 축하해! 갑자기 팔데아 리그에 도전한다고 해서 정말 놀랐어!"

"아, 푸름아...! 응... 열심히 노력했어."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달려오는 사람은 카지가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블루베리 아카데미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지금 꽤나 오랜만이었다.

푸름은 앳된 티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보니 머리가 조금 길어져 있었고 몸도 더 성숙해져 있었다.

"우와~ 카지 진짜 키 많이 컸다!"

푸름은 팔을 들곤 카지의 키를 실감했다. 제 누나인 시유가 키가 크다보니 카지도 키가 클까 싶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키가 큰 걸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가 너무 커졌을까?"

"어? 아니? ...그러고보니 머리 예전엔 전부 묶어버리더니 이젠 안묶는거야?"

"누나가 너무 반항하는 거 같다고 해서 평소엔 내리고 있어. 배틀할 때만 이렇게... 묶어."

카지는 푸름의 앞에서 머리를 묶어보았다. 예전에는 머리를 전부 넘겼지만 지금은 앞쪽만 넘길 정도였다. 반다나로 머리를 묶은 카지는 푸름에게 보여주었고 그 순간 푸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은 붉어졌다.

'어라......?'

카지가 이렇게 큰 것은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두근두근 크게 뛰었다. 순간 카지의 금빛 눈을 피한 푸름은 한쪽만 땋아둔 제 옆머리를 배배 꼬기 시작했다.

어째선지 이렇게 부끄럽고 얼굴이 붉어질 일인가 싶어 힐끔 카지를 다시 보았다.

"우으... 푸름, 나 뭐 잘못했어?"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어, 응. 아무것도 아냐!"

어딘가 이렇게 부끄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계속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었다. 어릴 때는 체감 못했는데 카지가 이렇게 불쑥 자라버렸을 거라곤 생각 못해서일까.

푸름은 어딘가 멋져진 것 같은 친구를 보곤 역시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에 팔데아 리그 챔피언에 등재 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네."

카지는 기자 앞에서 웃어주었다.

"블루베리 리그에서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 쪽은 더블 배틀이 주를 이룬다면서요?"

"아, 맞아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예전의 카지는 쑥스럼쟁이였다고 생각하던 푸름은 카지가 정신적으로도 성장하긴 했고 친구의 드높은 성장을 축하할 무렵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카지 씨, 지금까지 올 수 있던 원동력은 뭔가요?"

"그건..."

카지는 잠깐 눈을 내렸다가 다시 기자를 쳐다보았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팔데아 리그에. 어릴적부터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제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잔뜩 가져선 질투하고 시기도 했는데, 그 사람은 전부 용서해주었거든요. 항상 주인공이라서 정말 부럽고 질투했어요. 하지만 다 깨달으니까 역시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마음 깊이 생각해서..."

푸름은 카지의 그 말에 갑자기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이 빙그르르 돌아가는 것 같았다.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와, 갑자기 청혼이라도 되나요!? ...그럼 상대는..."

카지는 싱긋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진 않았다. 푸름은 어안이 벙벙했고 기자는 눈치가 빨라 이것저것 메모하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금방 끝났다. 사진도 마저 찍었고 이번 잡지에 실린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고 잡지사 사람들이 사라지자 푸름은 카지에게 화난듯이 다가왔다.

"카지, 그게 무슨 말이야!?"

"왜...?"

"그치만, 아니, 그게... 갑자기 그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니고 나도 네가 좋아! 정말 좋아서..."

카지는 푸름의 허리를 잡곤 끌어 당겼다.

"나도 푸름이를 많이 사랑하는데... 푸름이는 아니야?"

"어? 그게... 아니, 그건 아니야... 나도 널..."

"그래?"

카지는 재차 그리 묻곤 푸름이 답 없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자 얼굴을 가까이했다. 이게 뭔지 눈치 챈 푸름은 눈을 꽉 감았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첫 키스에 카지의 수트 겉옷을 꽉 잡고 까치발을 한 채 있었다.

키스는 가볍게, 그리고 길게.

입술이 떨어진다.

'대박 특종.'

기자는 엄지를 척하고 올렸다.

월간 ***

『팔데아 챔피언 둘의 사생활!?

얼마전 더블 배틀로 챔피언에 랭크한 카지 씨가 돌연 인터뷰에서 사랑을 고백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갑자기 푸름 씨와 돌연 키스!? 낯낯이 취재해 보았다.』

"카지이이이이...!!!!"

푸름은 잡지를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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