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탐단

[라이마유] 발렌타인데이

2022.09.24 시계열 ??? 시공의 라이마유.

책갈피 by 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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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매섭다. 슬슬 여기서 말고 카페 같은 곳에서라도 만나자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상한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차일피일 미루었더니 이러다 소문이 문제가 아니라 얼어죽게 생겼네. 외투를 끝까지 잠그고 불량 군에게 받은 초콜릿을 먹고 있으면 갑자기 뜨끈한 캔이 볼에 닿았다.

"바람이 매섭네요. 슬슬 카페 같은 곳으로 장소를 바꿀까요?"

"사양할게, 그러면 꼭 진짜 약속이라도 하는 것 같잖아. 그래서 무슨 일이야?"

이런이런,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지금같은 밀회도 좋지만. 그렇게 말하며 후다츠키 군이 캔을 건넸다. 날이 날이다보니 잠깐 혹시? 싶었는데, 맛을 보니 평범한 커피다. 씁쓰름하고 밍밍한 단맛. 불량 군의 커피를 생각하면 이런 건 역시 흙탕물에 불과하지만, 폭력적인 그 맛에 비하면 혀에 상냥하게도 느껴졌다. 일단 따뜻하니까 나쁘진 않아.

"그런데, 그 초콜릿은?"

"이거? 불량 군 수제 초콜릿."

"아하, 미각의 그가 만든 초콜릿이라면 분명 절품이겠군요. 그래서 마유미 씨는 준비하셨나요?"

발렌타인 초콜릿. 이런, 발렌타인이란 걸 잊지는 않은 모양이다. 혹시 초콜릿이나 받겠다고 이 나를, 이 날씨에 불러낸 건 아니겠지? "아니? ...이건 안 줄거야." 맛있으니까. 먹어서 사라지고 마는 게 슬플 정도로 맛있는 걸. 이 날씨에 나를 바깥에서 기다리게 만든 (커피를 사오기는 했지만) 후다츠키 군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

"저도 그걸 먹고 싶은 건 아닌데요. 어쩔 수 없군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 후다츠키 군이 내 무릎 위에 종이봉투를 하나 올려놓았다. 바람이 세게 불어와 봉투를 잡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약간의 무게, 작은 크기의 통의 존재를 느낀다.

"이건 뭐야?"

"선물입니다. 화이트데이 기대하겠습니다, 마유미 씨." 웃음기 서린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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