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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은 밤에

트친님 리퀘스트

  • FF14 그라하 HL 연인드림 연성입니다.

  • 드림에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꾸욱!

  • 트친(ㅇㅋ)님 리퀘스트로 작업했습니다.

  • 공백 미포함 1100자 정도 되는 짧은 글입니다.

  • 별다른 리퀘스트 소재 없이 서사만 주셔서 대충 1세계에 있을 시절의 수정공 시점으로 연성 해봤습니다‘ `)9

네가 보고 싶은 밤에

copyright by. Mer

 

 

유독 그런 날이 있다. 늘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만, 유독 그날따라 그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지는 날. 그라하 티아에게는 S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 * *

 

그의 마지막 기억 속 S는 제법 잘 웃고 발랄한 여동생과도 같은 어린 모험가의 느낌이 강했다. 함께 조금 더 있고 싶었던 마음을 접고 미래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아보겠다는 약속만을 남긴 채 탑에 잠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가 약속대로 그가 쉽게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뭔가를 해낼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어리게 보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그때만 해도 그녀가 원하는 만큼 원대로 살다가 떠났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검은 장미에 스러진 영웅에게 미래를 전달해주기 위한 계획에 네가 필요해.”

“…….”

 

그라하 티아는 그들이, 그녀가, 그렇게 허무하고도 슬픈 결말을 맞이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시드들이 200여 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오랜 계획에 동참했다. 저가 잠에 들며 찾아보겠다고 했던 이름은 그가 깊게 찾지 않아도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한때 배신을 당해 커르다스의 설원으로 도망치는 신세를 겪었으나 1000년이 넘도록 이어져오던 용시전쟁의 막을 내린 영웅이자 제국으로부터 도마를 해방시키기 위해 활약했던 동방의 맹우로 그녀의 이름은 세계 곳곳에 노래로, 책으로, 이야기로 남아있었다. 그녀는 약속을 지켜주었고, 그는 그녀가 슬픈 결말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고독함과 싸우며 너를 구하러 갈 시간이 다가왔다.

 

 

* * *

 

유독 그런 날이 있다. 늘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만, 유독 그날따라 그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지는 날……. 수정공에게는 S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그럴 때면 하도 읽어서 낡고 해진 책을 꺼내들었다. 영웅이, 그녀가 용시전쟁의 막을 내렸던 시기의 가주였던 에드몽 드 포르탕의 수기로 알려진 ‘창천의 이슈가르드’. 이제는 원본이 아니라 그가 수차례 적어 내려간 필사본이었고, 이제는 그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 책을 읽을 때마다 그녀가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는 했다.

 

*

 

오랜 시간 책을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은 그라하 티아의 오랜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버릇은 수정공이 된 지금도 여전했다. 사실 이제는 인간의 몸이 아니다보니 예전처럼 크게 어딘가 뻐근하다거나 하는 기분은 크게 들지 않지만, 어쩐지 시간이 늦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올려다보는 하늘은 대낮같이 밝기만 하다. 혹시나 싶어 시계를 보니 벌써 잠들 시간을 훌쩍 넘은 깊은 한밤중이었다. 별빛은커녕 어두운 밤하늘조차 볼 수 없는 새하얀 하늘은 종종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시계를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게 만들고는 했다. 그러고 보면 네 머리도 이 하늘처럼 하얀 빛을 띠고 있던가? 아니, 이보다 더 푸른 빛깔을 띠고 있었던 것 같기도……. 책에서는 네 생김새를 자세하게 묘사해주지 않으니 기억 속에서 바래진 네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 이 세계에서 이런 몸이 되어 이제 너를 보게 되더라도 나는 너에게로부터 내 존재를 숨겨야 하는데 어째서 네가 이렇게도 보고 싶은지…….

 

“……S, 네가 어서 이곳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오늘은 유독 네가 보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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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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