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요르] 친구 사이에 키스 정돈 괜찮잖아
*지인에게 받은 유사 커미션
"너한테 키스 해보고 싶어."
"……뭐라고?"
요르테의 자택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평화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셀린은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말에 놀라 천장을 보던 시선을 돌려 요르테를 보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다는 자각 조차도 없는지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폭탄 같은 발언에 놀란 사람은 오로지 셀린 한 명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요르테의 집사가 근처에 있진 않았는지 살폈으나, 두 사람 몫의 숨소리만 들리는 걸 보아하니 아예 집 밖에 있는 듯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요르테를 다시 쳐다보자 시선이 마주친 요르테는 무슨 문제 있냐는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소파에 누워있는 셀린을 빤히 볼 뿐이었다.
"왜 그렇게 두리번거려?"
"네 집사가 들었을까 봐. 엘레젠 종족은 집 안에만 있으면 전부 들을 수 있으니까."
"들어도 상관 없어. 어차피 주인과 집사일 뿐이잖아?"
"어느 주인과 집사가……. 그보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언제 허투루 말하는 거 봤어? 안 하고 싶으면 거절해도 돼."
요르테의 저 발언이 성애적 뜻을 담은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말 그대로 입만 맞추고 싶단 의미이리라. 셀린을 처음 본 날 요르테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너 예쁘다." 일 정도로 외관이 아름다운 이를 유독 좋아했으니 그 영향도 아예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셀린은 모든 걸 전부 제쳐두고 단순한 이유를 고민했다. 과연 친구 사이에 키스를 하는 건 옳은 일인가? 관계가 진전되지 않고 그대로 친구로 남아있다면 그 정돈 괜찮은 게 아닐까? 평소라면 절대로 고민하지도 않았을 사안이었으며, 최종으로 내린 결정 또한 제정신이었다면 나올 리가 없었다. 어쩌면 요르테의 돌발 발언이 셀린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헤집고 갔을지도 모른다.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마친 셀린이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여전히 태연한 모습 그대로인 요르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해도 돼. 상관 없어."
"생각을 꽤 오래 하던데. 네가 괜찮다면야 나는 좋고."
마시고 있던 차를 다 마셨는지 빈 찻 잔을 테이블에 내려둔 요르테는 그대로 일어나 셀린의 앞에 섰다. 장갑을 낀 손이 셀린의 턱 끝을 스치고 지나가자 잠시 시선이 맞아떨어졌으나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진 않았다. 아예 셀린의 허벅지 위에 앉은 요르테는 그대로 멈추지 않고 입술을 붙여왔다. 말랑거리는 입술이 닿자 자연스럽게 허리에 손을 둘렀고, 그대로 요르테를 끌어 당겨 무릎에 앉도록 유도했다. 다홍빛과 금색으로 일렁이는 눈이 선명하게 번뜩이자 셀린은 그대로 닿았던 입술을 떼었다.
"눈 뜨고 있으려고?"
"감아야 돼? 네 얼굴 보고 싶은데."
"그건 아닌데 이유가 궁금해서."
"이유 들었으니까 뜨고 있어도 되지? 고작 그런 이유로 멈추지 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멀어진 게 탐탁지 않았는지 이번엔 요르테가 먼저 잽싸게 붙어왔다. 셀린의 양 볼을 감싸고 여유 부릴 틈조차 주기 싫은 사람처럼 집요했다. 호흡을 맞추고 열린 틈으로 침입한 혀가 서로 얽혀 쉬이 풀리지 않을 것처럼 굴었다. 요르테의 눈은 여전히 셀린의 얼굴을 오목조목 뜯어볼 듯 담고 있었다. 그런 시선을 잠시 느끼다, 셀린은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가 차단되자 맞닿인 살이, 겹친 입술 새에서 들리는 물기 가득한 소리가, 벅차오르는 숨을 쉬려 연신 헐떡이는 요르테의 작은 호흡 따위가 생경하게 들린다. 먼저 하고 싶다고 말한 것치곤 오래 버티지 못하는 모습이 퍽 웃겼다. 고개를 틀어 숨 쉴 구간을 만들어줄 수도 있었지만, 이걸 빌미로 체력 관리하라는 조언을 새겨듣도록 하기 위해 더욱 몰아세웠다. 점점 뒤로 물러나는 몸을 당겨 떨어질 새도 없이 붙이고 질척거린단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타액을 섞어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요르테는 셀린의 어깨를 마지막 힘을 짜내 밀어냄으로써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제야 눈을 뜬 셀린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요르테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체력 기르랬잖아."
"그……. 얘기가……. 왜 지금 나와?"
"먼저 하자고 한 것치곤 오래 못 버티길래."
"너가 너무한 거란 생각은 안 해?"
"알았어. 이번은 내 잘못이 맞으니까 이걸로 봐줘."
셀린은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목을 가볍게 쥐고 자신의 가슴으로 위치를 옮겨주었다. 이 얼굴을 마음에 들어 했다면 다른 곳도 그러할 거란 단순하고 1차원적인 연결 고리였다. 방금 전 입을 맞출 때보다도 눈을 반짝이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행히 그 단순한 생각이 잘 얻어걸린 모양이었다. 어느새 완전히 집중한 얼굴을 하고 양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셔츠 위를 지나다니는 작은 손이 제법 분주하다. 셀린은 요르테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겨 아주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네가 신경 쓸 곳은 가슴뿐만 아니라 여기도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고개를 틀어 다시 입술을 포개려는 그때, 요르테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필히 요르테를 보필하는 집사이리라. 저 자에게 이런 모습을 들키면 한동안 고생을 할 게 분명하다. 용건 없이 찾아온 날엔 방에서 무얼 했는지 알아내려 할지도 모른다. 노크를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려는 요르테를 번쩍 들어 방금까지 셀린이 앉아있던 소파에 앉혀 위치를 뒤바꿨다.
"너 무시하고 그냥 하려고 했지."
"당연한 소리 아냐? 저건 신경 쓰지 마."
"내가 쓰여서 안 돼. 다음에 또 올게."
"역시 아쉬운데……."
"왜 아쉬워하는지 모르겠는데 참아봐."
아쉬움과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볼에 얕은 입맞춤을 남기는 걸 끝으로 짧은 유희가 마무리됐다. 친구 사이에 서로의 입술을 탐하게 될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 번으로 끝나리라 생각한 가벼운 일탈은 아마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셀린을 향한 요르테의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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