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시리즈

[요우리코] 초콜릿과 팬의 상관관계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극장판인 <The School Idol Movie Over The Rainbow>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2월에 현 X, (구)트위터에서 진행되었던 이벤트 '요우리코 전력'에 참여하며 작성했던 글 입니다.

2019년 2월 17일의 요우리코 전력 주제였던 '팬'을 키워드로 작성하였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발렌타인데이. 여학생으로만 이루어진 세이신 고교지만, 예외 없이 학생들 간에 우정초코가, 또는 우정초코를 가장한 진심초코가 오가곤 하는 날. 

아직은 동장군이 물러가지 않아 시들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옷을 겹겹이 껴입은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 학교에서 유명한 두 명의 와타나베 중 한 명인 와타나베 요우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이루어진 통폐합으로 우라노호시 고교에서 세이신 고교로 옮겨오게 된 와타나베 요우.

어릴 적부터 뛰어난 하이다이빙 실력으로 누마즈에선 한집 건너 한 집에서 알고 있는 이름 이기도 하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하던 스쿨아이돌 활동인 Aqours를 세이신 고교에서도 계속 이어 하는 덕택에 교내에서 얼굴을 모르는 이가 없는 인기인이다. 더불어 학교의 전 학생회장인 또 다른 와타나베가 그의 사촌이기에 교내에서 둘의 존재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추위를 많이 타는 그는 발렌타인인 오늘도 목도리와 모자와 장갑까지 착용한 체, 몸을 잔뜩 움츠리고 늘 함께 등교하는 스쿨아이돌부 친구들과 함께였다.

 

“요우쨩은 팬이 많아서 좋겠다. 오늘도 초코, 잔~뜩 받겠네”

 

“마음은 고맙지만 어차피 받아도 다 먹지 못 하는걸...”

 

“치카도 이번엔 초코 잔뜩 받아보고 싶어~”

 

“치카쨩은 충분히 귀여우니까 올해엔 꼭 받을 수 있을 거야!”

 

“정말~? 하지만 작년에도 요우쨩에게 똑같은 말 들었는걸! 작년엔 친구들한테 밖에 못 받았잖아! 올해도 똑같을 거야 분명~ 하아~”

 

울상 짓는 치카의 옆으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옆엔 함께 스쿨아이돌부를 하는 아쿠아 친구들이 있었기에 타카미 치카는 평소 같은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쨘~! 오하요소로~ 치카쨩의 올해 첫 초코는 이 와타나베 츠키가 접수 하겠습니다~!”

 

“츠, 츠키쨩?!”

 

언제 나타났는지 인기척도 내지 않은 채 치카의 옆으로 바짝 다가온 츠키는 치카가 겉면의 포장을 확인할 새도 없이 조금 열려있던 치카의 가방 안으로 포장된 초코 박스를 재빠르게 집어넣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여서 치카와 요우를 비롯한 아쿠아 멤버들도 깜짝 놀랐다.

 

“삐기!”

 

“깜짝 놀랐구만유”

 

“리.리얼충?!”

 

“츠키쨩!?”

 

“에헤헤... 츠키쨩이었구나, 난 또 누구라고! 왔으면 진작 얘기를 하지~”

 

“츠키쨩 방금 그거, 혹시 진심 초코?”

 

“아, 요우쨩 너무 경계 하지마~ 이 츠키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구!”

 

“츠키쨩한테 초코를 받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네, 고마워 츠키쨩!”

 

“응, 치카쨩! 지금 받은 초코, 집에 가서 몰래 혼자만 열어봐야해♥”

 

“에?...”

 

“츠키ㅉ”

 

“아! 요우쨩은 잠깐 나 좀 봐! 그럼 아쿠아 여러분! 요우좀 잠시 빌려갈게!”

 

“잠깐 츠키쨩!”

 

“그럼 이만! 요소로우~”

 

“아.. 요우쨩이랑 츠키쨩 가버렸네”

 

“올 때도 갈 때도 순식간이구만유”

잠시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깬건 사쿠라우치 리코였다.

 

“저기 얘들아, 츠키쨩이 갑작스레 나타나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우리 오늘 수업 전에 신곡에 대해 회의하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부실로 가자”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치카쨩 ‘그런 일’ 이라니? 혹시 오늘까지 가사 가완성 해오기로 한 거 잊은 건 아니지?”

 

“에? 그랬나? 치카 어제 귤을 잔~뜩 먹어서 기억이 나질 않네~”

 

“정말, 치카쨩!”

 

“오늘도 한바탕 할 것 같구만유....”

 

.

 

아쿠아 멤버들이 스쿨아이돌 부실에 모여 신곡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을 무렵, 와타나베 츠키는 요우를 데리고 학생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교정 뒤편으로 갔다. 마침 한창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을 시간이라, 교정 뒷편은 가끔 참새와 길고양이만 지나다닐 뿐, 조용했다.

 

“츠키쨩, 무슨 일인데 여기로 데려온 거야?”

 

“요우쨩.”

 

“으, 응?”

 

“솔직히 말해봐, 리코쨩에게 줄 초코 준비했지?”

 

“에? 그걸 츠키쨩이 어떻게 알아?!”

 

“척 하면 척이지~ 언제 건네줄 거야?”

 

“그건 츠키쨩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지 말입니다”

 

“요우쨩 작년에도 줄 타이밍을 놓쳐서 못 건네줬다며!”

 

“에, 그건...! 작년엔 러브라이브랑 학교 통폐합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했고...”

 

“작년이야 이미 지난 일이니까, 올해는 꼭 제대로 전해줘야지!”

 

“응...”

 

“계획 같은 건 있어?”

 

“계획...이라니, 그냥 방과 후에 시간이 비는 타이밍이 있으면 전해주려고 했는데”

 

“무드가 없잖아~ 좀 더 로맨틱한 상황을 연출하는 건 어때? 리코쨩 그런 거 좋아할 것 같은데~”

 

“정말 츠키쨩! 리코쨩이랑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알았어 알았어~ 그냥 요우쨩이 올해도 우물쭈물하다가 건네주지도 못하고 이대로 졸업을 맞을까봐 내가 걱정 되서 그러지~”

“걱정은 고마운데 츠키쨩,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어, 실례였다면 미안!”

 

“응... 그건 그렇고 츠키쨩! 치카쨩한테 준 초코, 어떻게 된 거야?!”

 

“에? 요우쨩도 봤잖아. 그냥 초콘데?”

 

“정말?”

 

“응.. 아?! 아하~ 내일 치카쨩에게 물어보면 ‘어떤’ 초코인지 알겠지~”

 

“아~ 정말 츠키쨩!! 내 소중한 치카쨩을 탐낸다던가 그런 거야~?!”

 

“글쎄~? 어느 쪽일까?”

 

츠키의 어깨를 투닥투닥 세지 않게 두드리는 요우와 그에 대한 반동으로 어깨를 움츠렸다가도 츠키는 이내 꺄르륵 웃어보였고 요우도 그런 츠키를 보자 뚱한 표정을 지었다가도 별거 아니란 듯, 곧 함께 웃어보였다. 이내 교실에서 보자는 인사와 함께 요우는 아쿠아 멤버들이 회의 중인 부실로, 츠키는 교실로 향했다.

 

.

 

시간은 어느새 2교시 쉬는 시간.

 

우우웅-

 

무음으로 설정한다는 걸 깜빡 진동으로 잘 못 설정해 두었는지 리코의 스마트폰에서 작게 진동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란 리코가 멍하니 보고 있던 필기노트를 덮고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요우에게서 온 라인 메시지 한 통. 리코는 고개를 들어 교실 친구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확인 한 후, 당분간은 자신에게 접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안심이 들자 요우에게서 온 라인를 황급히 확인 했다.

 

‘요소로~ 쉬는 시간 잘 보내고 있어 리코쨩? 상담하고 싶은 문제가 생겨서 그런데, 점심시간에 교정 뒤편에  벤치 있는 벚나무 밑에서 볼 수 있을까?’

 

메시지를 확인한 리코는 살짝 달아오른 볼을 한 쪽 손으로 감쌌다가 고개를 들어 다시 주변을 확인한 뒤, 빠르게 메시지를 적어나갔다.

 

‘점심시간? 특별한 일정은 없어. 점심 먹고 가면 되지?’

 

리코가 메시지를 전송한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요우에게서 답신이 왔다.

 

‘응! 리코쨩! 그럼 점심 먹고 *시 **분에 거기에서 보자!’

 

‘응! 알았어 요우쨩’

 

리코는 메시지 의 ‘요우쨩’ 뒤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전송해 버렸다. 나름 오래 썸을 타오다 얼마 전에 드디어 사귀게 된 사이지만, 아직은 겨우 손을 잡는 정도라 하트를 붙이기엔 부끄러웠던 탓이다. 더구나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연인들에겐 사랑이 담긴 초콜릿 교환과 스킨십 진도를 빼기에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마침 리코도 어제부터 요우에게 건네줄 초콜릿을 만들면서 어떻게 건네줄지 고민하고 있던 터라 먼저 연락을 준 요우짱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요우쨩과의 메시지로 조금씩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켜보려 애쓰며 리코는 다음 수업 준비를 했다.

 

.

 

점심시간

 

너무 긴장한 탓인지 요우는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뒤,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리코에게 전해줄 하트모양 초콜릿이 포장되 담겨있는 작은 종이가방을 뒤로 숨겼다 앞으로 가져와 괜히 내용물이 잘 있는지 확인 한 후, 다시 뒤로 숨기고 시선을 떨어뜨리고 발을 바라보며 발끝으로 휘적휘적 리코의 이름을 적어보기도, 하트를 그려보기도, 초코라고 적어보기도 하며 리코에게 초코를 건네면서 하려고 생각해둔 말을 속으로 수십 번을 되뇌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떨리던 가슴이 차차 진정되어 갈 때쯤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들자 시선의 끝에 천천히 걸어오는 리코가 보였다. 요우는 숨기고 있던 종이가방의 끈을 꽈악 쥐며 입을 떼었다.

 

“아! 리코쨩 왔구나!”

 

“요우쨩, 일찍 온다고 서둘러 왔는데 먼저 와 있었네. 오래 기다렸어?”

 

“와타나베 요우!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지 말입니다~”

 

“정말? 다행이다”

 

눈꼬리를 흐리며 부드럽게 웃는 리코쨩의 얼굴을 보자 진정되었던 요우의 가슴은 다시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리코도 요우에게 건네줄 초콜릿을 뒤로 숨긴 채 천천히 요우와의 거리를 좁혔다.

 

“요우쨩... 상담..하고 싶은 문제라는 게 어떤 거야?”

 

“아! 실은 말이지, 어제 신곡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작곡 담당인 리코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후훗, 그건 아침 회의 때 얘기했어도 되는 문제잖아. 요우쨩도 참..”

 

“아! 그, 그렇지! 내 정신 좀 봐!”

 

“후후후 요우쨩 가끔 그런 바보 같은 점이 귀엽다니깐”

 

“리,리코쨩... 부끄럽지 말입니다”

 

“후후..저 요우쨩”

 

“아, 리코쨩 사실은 이거!”

 

“엣”

 

“오늘...발.렌타인 이잖아... 무드 있게 전해주려고 했는데 역시나 어렵네”

 

“요우쨩...”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내 진심초코, 받아줘 리코쨩!”

 

“분명 요우쨩이 정성스럽게 준비했을 텐데 마음에 드는 게 당연하잖아”

 

“헤헷...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어! 리코쨩 입에 잘 맞았으면 좋겠다~”

 

“저... 요우쨩, 사실은 나도 준비했는데... 여기”

 

“엣!”

 

“그... 요우쨩처럼 잘 만들진 못했겠지만 정성을 담았어.”

 

“리코쨩...”

 

리코가 건네는 초콜릿을 본 요우는 눈가를 촉촉이 하고는 이내 리코를 와락 껴안았다. 갑작스런 요우의 적극적 스킨십에 깜짝 놀랐지만 요우에게 받은 초콜릿과 요우에게 줄 초콜릿 모두 자신의 손에 들린 채 둘의 품 사이에서 포장이 구겨져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요, 요우쨩 포장 구겨져...”

 

“아 맞다! 미안!”

 

서둘러 몸을 뗀 요우는 리코와 붉어진 얼굴로 서로가 만들어온 초코를 다시 제대로 교환했다.

 

“초코 고마워 리코쨩”

 

“나도, 요우쨩. 집에 가서 맛있게 먹을게”

 

“저.. 리코쨩”

 

“응?”

 

“잠깐, 저쪽에...”

 

요우는 손가락을 들어 교정 건물로 들어가는 계단 쪽을 가리켰다. 리코가 요우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쪽-

 

리코의 볼에 재빠르게 입을 맞추고 요우는 이내 수줍은지 리코와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코와 요우, 둘 다 붉게 물든 볼로 한 동안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 한 채 고정된 자세로 그렇게 서 있었다. 말없이 흐르는 그 침묵의 시간 동안, 어쩌면 둘은 ‘드디어’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요,요우쨩”

 

“리,리코쨩! 싫었다면 미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갑작스러워서, 부..끄러워서 그랬어”

 

“응...그, 나도 좀 부끄럽네 헤헤”

 

“정말~”

 

이내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한 손엔 서로에게 받은 초콜릿을 든 채로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둘의 붉어진 볼도 차차 원래 색을 되 찾을 때 쯤, 수줍은 첫 뽀뽀를 마친 둘은 남은 점심시간을 함께 보낼 요량으로 옆에서 쭉 둘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벤치 위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앉았다.

 

“요우쨩, 오늘은 '팬'들한테 초콜릿 얼마나 받았어?”

 

“에? 음...조금?”

 

“조금이라면서 가방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거 아니야?”

 

“아, 아니지 말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단 적어!”

 

“작년엔 어마무시하게 많았잖아?”

 

“그땐 한창 아쿠아 인기가 수직 상승할 때였잖아”

 

“그건 그렇지만...”

 

“올해는 우리가 졸업하니깐, ‘탈덕’ 하는 팬들이 있어서 조금 준 것 같아”

 

“요우쨩,”

 

“응?”

 

“우리가 졸업을 해도, 난 계속 아쿠아의, 그리고 나의 연인인 와타나베 요우의 팬으로 있을 거야. ‘탈덕’ 안 할게”

 

“엣, 리,리코쨩 그런 당연한 소릴..”

 

“정말! 가끔은 당연한 소리가 설레기도 하는 거 라구!”

 

“으,응! 고마워 리코쨩... 나도... 나도! 계속! 리코쨩의 팬으로 있을게! 아쿠아 동료로서, 리코쨩의 연인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피아니스트 사쿠라우치 리코의 1호 팬으로써!”

 

“응! 그런데... 저번에 치카쨩이 자기가 1호 팬이라고 했는데?”

 

“앗! 아냐! 나도 1호야! 나랑 치카쨩이랑 똑같이 1호!!”

“후훗, 알았어”

 

리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슬며시 고개를 빼고 사랑스러운 연인, 와타나베 요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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