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프리즘

G by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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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 우주는 평등한 공간이다.

문지기처럼 헤르타가 그 앞에 서 있지만 그건 대체로 구실만 하는 인형일 뿐, 허락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심지어는 그 시뮬레이션 우주를 해킹하려고 했던 스텔라론 헌터마저도…

“상관 없어. 어차피 기록이 남는 걸. 그것까지 합해서 다양한 개체를 연구하면 오히려 좋은 거지.”

라고 헤르타는 얘기했었지만, 아. 글쎄요. 헤르타 님…. 이것도 연구가 될까요?

아스타가 소년 크기로 조그마해진 블레이드와 경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위란 간단하다. 개척자는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블레이드와 경원을 데리고 동행했고, 죽었다. (당연하지, 힐러가 없잖아! 왜 힐러를 안 데려간 거에요? 그 질문에 개척자는 슈퍼 격파로 될 줄 알았어. 그런 대답이나 했다.) 나머지 둘은 개척자의 부탁대로 계속해서 과정을 진행하다 무지개 프리즘이란 기물을 만났고, 피해증가 7,777,777%를 제공한다는 그 프리즘을 만지자마자……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 수치는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거긴 원래 이상한 공간이지 않나. 새로운 기물이라 원석도 준다길래 개척자가 좋아할 것 같았고.”

문제는 시뮬레이션 우주 밖에서도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나온 피투성이 남자아이 둘을 발견했던 아스타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우주장 정거장 책임자로서 그 참변을 수습하는 것도 당연히 아스타의 몫이었다. 말이 많은 직원들의 입에 넘어가기 전에 메인 컨트롤로부터의 출입을 차단하고 피가 흘러내린 바닥부터 수습했다. 흘러내릴 만큼 출혈이 심했던 건 블레이드 쪽이었으나 신기하게도 옷을 갈아입힐 때 즈 되니 상처는 없어서, 풍요의 축복을 받은 몸이란 걸 처음 본 아스타는 어리벙벙해졌었다.

“됐어.”

“그치만 지금 바지 안 맞잖아요. 헤르타 님이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 계속 허리를 잡고 계속 있으려고요?”

“…….”

“내가 하지. 이 친구가 꽤 수줍음을 탄다네.”

블레이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경원을 바라보든 말든 경원은 아스타에게서 옷을 받아들었다. 몸만 작아져 갑주가 무릎까지 오던 경원은 이미 옷을 갈아입어 매끈한 선주풍 반바지 차림이었다. 이 일이 언제까지 갈 지, 어떤 외교적 문제가 될 지 알 수 없으므로 아를란에게 선주 풍의 의상을 구해와달라고 부탁한 아스타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블레이드는……. 이 쪽이 더 큰 문제였다. 스타피스 컴퍼니가 죽여서 데려와도 상관없다는 지명 수배를 내건 범죄자가 여기에 있다니. 이게 알려지면 스타피스 컴퍼니의 지원도 끝이다. 물론 블레이드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엘리오의 그 무리로부터 어떤 일을 당할지도……. 등 뒤가 오싹해져 헤르타에게 전화를 거는 아스타 뒤로 경원은 속 모르고 웃었다.

“바지만이라도 갈아입으니 낫지 않은가?”

“흥.”

“그나저나 아까는 몰랐는데 허벅지엔 약을 발라야겠는걸. 붕대도 묶고.”

“필요 없어.”

“그러지 말고 앉아보게.”

거듭 부탁하면 블레이드는 결국 자리에 앉았다. 반바지를 입어 외부의 공기가 느껴지는 허벅지도, 작아진 몸도 못내 어색했다. 이것 또한 엘리오의 시나리오겠지만……. 피곤한 눈으로 팔랑거리는 경원의 머리끈을 보고 있으면 붕대를 감던 경원이 고개를 다시 든다.

“다 끝났네.”

“기분이 좋아보이네.”

“기분 좋지.”

어려진 경원의 얼굴이 미소짓는다. 눈가의 점이 아직 옅었다.

“이런 자네는 정말 오랜만이지 않나. 800년 만인가….”

“…….”

“그땐 몰랐는데 자네 꽤 귀여웠군.”

블레이드가 인상을 찌푸리면 경원은 반작용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상황은 부현에게도, 저 젊은 우주정거장 관리자도, 어쩌면 그에게도 곤란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경원은 지금 즐거웠다.

“사진 찍어도 되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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