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회고
4학년 과제 - 마법의 역사
15세기 초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마녀와 마법사들은 박해당해왔으며, 특히나 마녀 사냥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머글들의 중세 시대는 신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경전이 곧 법이고 심판의 명분이었던 시기에, 그들은 마녀와 마법사들이 악마와 놀아나며 신앙을 해치고 공동체에 악을 일으킨다고 낙인찍었다. 마녀 식별법을 담은 책 <마녀의 망치>가 출간되며 마녀 사냥의 불길은 겉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깃펜을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에스더는 47번이나 일부러 잡혀 화형을 즐긴 괴짜 웬들렌의 사례가 적힌 페이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척하며 불꽃의 간지러운 느낌을 즐겼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염동결 주문이 몸을 지켜주었다고는 해도, 마법이 결코 막아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자신을 둥글게 둘러싼 마을 어른들의 시선이라던가.
마녀 사냥에 대한 수업은 언제고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에 납득하기 힘들었던 어른들의 지시는, 오래 전 그들의 선조가 남긴 마녀 사냥의 지침을 따른 것임을 지금의 에스더는 이해했다. 어린 아이를 향한 마지막 배려였는지 그들이 차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은 불 속에 던져넣어지지 않았음에 안도할 뿐이었다.
“그 사람들이 나빴던 건 아니야.” 에스더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 일 년을 제외하면 그곳에서의 삶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익숙한 곳, 모두가 신의 이름 아래 평등한 곳. 아마도 사람들은 무서웠을 것이다. 열한 살의 에스더가 호그와트에 처음 왔던 날처럼, 모든 것이 정해진 세상 속에서 등장한 이변 뿐인 존재란 달가울 리 만무했으므로. “하지만 잘 했다고도 할 수 없겠지.” 막 열 살이 된 아이였을 뿐이다. 전날까지 마을의 일을 도우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별 다를 바 없는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그러나 에스더가 원망하는 것은 그들의 무자비한 행동이 아니었다. 소녀를 가장 당혹하게 했던 것은, 아무도 자신을 향해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부모님은 열한 살의 에스더를 기차에 태울 때까지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차가운 시선과 숨막히는 공기만이 남아 있었다. 그토록 중요한 사랑과 자비를 왜 그리도 쉽게 거두었던 것인지는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을’에 대해서 에스더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마을은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다.
마을은 그녀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다.
마을은 그녀의 전부였던 곳이다.
그와 동시에,
마을은 그녀가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마을은 그녀를 반기지 않는다.
마을은 그녀를 버린 곳이다.
머글 태생과 순수한 마법사를 가르는 분위기 속에서 에스더는 어느 곳에도 낄 수 없다는 기분을 받았다. 마을은 평범한 머글들의 동네와 같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전의 삶을 고수하면서-물론 그녀는 ‘산업혁명’이나 전기 따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삼백 년 전에나 유효했을 법한 규칙들을 내세웠다. 여자아이는 마을을 나가서도 춤을 춰서도 노래를 불러서도 안 됐다. 경건하고 신성한 삶. 에스더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자신은 마법사가 되어야 했을 터였다. 모든 것을 이분하는 것이 익숙한 나이에 ‘신’과 ‘마법’ 말고 다른 것을 고려할 만한 여유는 없었다. 머글 연구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배를 처음 탄 날을 떠올린다. 몸을 울리는 뱃고동에 이것은 무슨 마법이냐고 묻자 붉은 머리의 소년은 웃었다. 에스더 골드슈미트에게 머글들이란 자신의 세계 바깥에 속한 것이었다…
하지만 괴짜 웬들렌이 마법으로도 자신을 향한 야유만큼은 막을 수 없었듯이. 어떤 주문도 머글 태생인 자신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놓지 못했다. 경멸 속에서 애정을 끌어내는 것.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아마 사랑의 묘약이라거나, 용서받지 못할 저주 따위가 개입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원한 적도 없지만, 무용지물이 된 지팡이를 들고서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었다.
소녀는 다시 깃펜을 움직였다. 상념에 젖어있기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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