還 緣 환 연
재희무현 무협au
一.
“다 떨어지면 그 때 또 와요.”
“고맙다….”
죽람을 등에 지고 돌아오던 무현은 담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발을 뗐다. 담의 모퉁이를 돌자 대문 삼아 얼기설기 대나무로 얽은 문 앞에 그의 동생 무진이 서 있었다. 무현의 반대편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무진은 무현이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내자 무현 쪽을 돌아 봤다.
“아, 형. 왔어?”
“응. 누구 오셨어?”
“왜 그…. 얼마 전에 사고로 아들 잃으신 황 부인….”
“아….”
황 씨 부부는 마을 바깥쪽에 살며 농사를 지었다. 산 바로 아래에 사는 무현이네와 그나마 가장 가까운 집이었다. 부부는 금슬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계속 생기지 않다가 아주 늦게 외동아들을 얻었다.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길렀던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가 싶더니, 열 살 생일이 머지않은 시점에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계곡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겨우 건진 아이의 신발 한 짝을 붙잡고 오열하던 부부는 그 날 후로 모든 기력을 잃었고 심지어 부인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한 달이 채 안 된 일이었다.
무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멀어지는 부인의 뒷모습을 보다가 무진에게 시선을 돌리자 동생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저씨가 밥도 안 먹고 일을 하다가 쓰러지셨대. 남편이 업혀서 집에 실려 오니까 부인이 정신을 차리고 약을 얻으러 나오셨나봐. 외상으로 드리긴 했는데…못 받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래. 못 주신다고 하면 구태여 받으려 하지 마라.”
“응. 약초는 많이 캤어?”
“별로…. 다음엔 계곡 반대편으로 가봐야겠어.”
마당으로 들어온 무현이 죽람을 내려놓았다. 약초와 식용 풀이 뒤섞인 죽람은 겨우 반쯤 차는 듯 했다. 바구니를 들여다 본 무진이 다음엔 본인이 가겠다고 나서자 무현은 안 된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지학도 안 된 게 무슨 산을 타냐, 어머니나 모셔라.
그러는 형은 이립이 되서 장가도 안 가고 뭐하는 거냐. 놀 시간이 없으니 연애도 못 하지!
아웅다웅 다투던 그들은 마루에서 바느질을 하던 어머니가 입씨름할 시간 있으면 밥하고 장작이나 패라는 일갈에 멋쩍게 입을 다물고 흩어졌다.
*
“수가 모자라는군.”
“주변을 다 돌아보았는데 찾지 못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죽책에 먹을 묻힌 붓으로 표기를 하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 지게를 내려놓고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사내는 신씨세가에 줄을 댈 여력도 없어 보였고 신분이나 인맥이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성실하긴 하다만 고작 그런 이유로 몇 년간 꾸준히 거래를 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안할 건 없고, 계약과는 다르니 돈을 드리기 어렵겠소.”
“예…. 다음번엔 꼭 수량에 맞춰서 가져오겠습니다.”
남자는 사내에게 들으란 듯이 혀를 찼다. 애초에 신씨세가에서 이런 비루한 사내와 개인적으로 거래할 이유가 없었다. 고급 약초를 다루는 거대 상회와 이미 거래를 하고 있는데 왜 이런 하잘것없는 평민과 번거롭게 따로 거래를 하는 건지. 물론 이 약초꾼이 가져오는 풀이 상회에서 취급하는 상품보다도 질이 좋다고 하는 것은 들었다. 어찌 이리 좋은 품질의 풀만 찾아오는 거냐며 약방의 허 씨가 감탄했노라고 하인들끼리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게 뭐? 풀 따위의 품질이 좋든 말든 그건 세가의 창고 관리장인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거래를 좀 트게 해달라며 괴롭히는 지인들 사이에서 물어 뜯기던 남자는 이 박 무현인지 박 뭐시깽인지 하는 사내가 거슬렸다. 박 무현이 없었더라도 창고장이 뇌물을 받아 상인을 연결해줄 일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랬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전임자는 박 무현에게 잘 해주라고 단단히 일렀지만 남자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어제 또 포목점을 하는 사촌에게 한 바탕 쏘인 후라 그럴지도 몰랐다.
“그럼 도로 가져가쇼.”
“엇.”
창고장이 풀을 담은 자루를 다시 무현에게 통째로 내밀자 무현이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 혹시 가져온 만큼이라도 값을 쳐줄 수는 없겠습니까?”
“아니, 이런 뻔뻔한 사람을 봤나? 요구한 양의 절반도 채 못 가져와놓고 값을 쳐달라니?”
창고장의 목소리가 대번에 커졌다. 마침 짜증을 내고 싶었는데 상대가 미끼를 물자마자 창고장은 옳다구나 속으로는 웃으며 겉으로는 무현에게 삿대질을 했다.
“세가와 거래하면서 약속이 우습나? 거래 파기의 대가로 무상으로 내놓고 꺼지라고 하는 수도 있-!”
“와-. 꺼지라고 해 봐. 어떻게 되나 진짜 궁금하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 지르던 창고 관리장의 옆에서 웃음이 섞인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웬 놈이 참견질이야, 하며 창고장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홱 돌리자 눈앞에 보인 것은 팽팽하게 잘 당겨진 옷감이었다. 잠시 시야에 들어온 정보를 파악하느라 반응이 늦은 남자가 그것이 누군가의 가슴팍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위로 들자 소가주의 직속 호위단장과 눈이 마주쳤다.
“서, 서 지혁 단장….”
“응? 나를 알아? 그럼 소가주도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지혁이 눈을 휘어 웃으며 허리를 굽혔다. 지혁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남자가 힉,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굳었다.
“혹시 전임자한테 못 들었어? 여기 박 선생님한테 잘해드리라고? 아, 전임자랑 사이 안 좋았다고 했나? 그래서 대충 일러줬든가, 당신이 대충 들었구나. 박 선생님한테 함부로 굴면 어떻게 되는지-”
지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남자가 새하얘진 안색으로 지혁을 올려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는데, 옆에서 손바닥이 훅하고 들어와 지혁과 남자 사이를 가렸다.
“그만 하세요, 단장님.”
“존칭하지 마시라니까요.”
지혁의 중얼거림을 무시한 무현이 손바닥으로 남자와 호위단장의 시야를 차단한 채로 지혁의 눈을 바로 쳐다봤다.
“애초에 제가 먼저 거래를 어겼어요. 이 분은 할 일을 하신 것뿐이니 위협하지 마세요.”
“가져온 만큼은 값을 치러야죠. 말린 풀도 아니고 생초도 섞여 있는데 세가에서 파기한 물건을 당장 어디다 팔 거예요? 이건 저희 창고지기가 경우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지혁은 무현의 손목을 잡아 천천히 내렸다. 손바닥 한 장으로 가려져 있던 남자의 눈이 지혁과 마주치자 하얘졌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기 시작했다.
“신 해, 아니 소가주님께서 이 광경을 봤으면 자네는 당장 모가지야. 알아?”
지혁이 웃는 낯을 지우고 창고장을 차갑게 내려봤다. 지혁이 그에게 손을 내밀자 처음엔 영문을 모르고 손바닥을 쳐다보던 남자는 뒤늦게 깨달은 소리를 내더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죽책과 붓을 지혁에게 건넸다. 지혁은 그 자리에서 죽책에 수령 표시를 하고 준비되어 있던 돈주머니를 무현에게 쥐여 주었다.
“…이건 제가 가져온 약초보다 값이 더 되는데요.”
“욕보신 값입니다. 부담스러우면 저 밥이나 사주시죠?”
“그러려고 더 주신 거예요? 이거 횡령이에요.”
“네, 네. 저 배고파요. 얼렁 갑시다.”
가문의 돈을 이런 식으로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무현의 잔소리를 흘려들으며 지혁은 무현의 등을 밀어 대문 밖으로 내보냈다. 지혁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자 창고 관리장은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때 아닌 소란에 멀리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하인들이 ‘그러게 왜 박 선생을….’ 하며 혀를 차고 지나갔다.
지혁이 무현을 끌고 간 곳은 도심에서 제일 유명한 산해객잔이었다. 처음엔 부부 둘이서 작게 시작한 식당이었는데 맛이 좋기로 유명해지면서 장터에서 가장 큰 부지를 사서 건물을 올렸다고 한다. 무현은 지나다니면서 구경만 했던 객잔의 앞에서 문전성시로 와글거리는 안쪽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저 인파를 뚫을 자신이 없어 다른 데로 가자고 지혁에게 말했지만 지혁은 저만 믿으시라며 가슴을 탕탕 두드리더니 무현을 옆구리에 끼고 요령 좋게 인파를 헤치고 나가 자리에 앉았다.
선객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쏜 살같이 자리를 차지한 지혁 때문에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던 사람들이 아우성쳤지만 지혁의 덩치와 허리에 매인 칼을 발견하자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무현이 못된 짓을 한 것 같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지혁과 마주앉아 탁자만 노려보고 있는데, 양 손에 검은 장갑을 낀 누군가가 탁자 옆에 와서 섰다.
“주문 도와드릴까요?”
언뜻 경쾌하게 들리는 미성이었다. 지혁은 그가 점원들이 두르는 앞치마 차림을 한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소면 두 그릇이랑 동파육 하나 주게.”
“동파육은 준비한 양이 다 떨어져서 지금은 안 됩니다.”
“에엥…. 그럼 고기 중에 뭐가 되는가? 백육은 돼?”
“고기 다 안 돼요. 준비한 게 방금 다 떨어져서 지금 막 삶는 중이에요. 소면이랑 찐빵은 됩니다. 아, 술도요.”
밝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응대하는 점소이의 설명에 지혁이 실망하며 무현에게 그렇다는데, 어떡하죠? 하며 말을 걸자 무현은 줄곧 내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붉은 머리. 백옥 같은 피부. 무현이 멍하게 그를 올려보다가 새카만 눈동자와 마주치자 그의 눈이 살짝 크게 뜨이더니 이내 사르르 접히며 휘었다.
“소면이라도 시키실래요?”
무현은 점소이가 건넨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선 점소이를 넋 놓고 쳐다보는 무현에게 지혁이 물었다.
“머리가 붉은 색이라 눈에 띄죠?”
“예?”
무현은 그제야 자신이 점소이의 뒤를 시선으로 좇다가 몸을 아예 돌리고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끄러움으로 뺨을 붉힌 무현이 부랴부랴 바르게 앉자 지혁이 씩 웃으며 탁자 위로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듣기로는 객잔주의 어머니가 서쪽 지방 출신이라더군요. 적발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 얼마 전에 객잔주의 외가 친척이 일자리를 찾는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 친구가 객잔주의 외척 같아요.”
“그, 그렇군요. 그럼 멀리서 왔겠네요.”
무현은 티 나지 않게 주의하며 점소이를 돌아봤다. 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천으로 넓게 감싸서 틀어 올린 붉은 머리 밑으로 짧은 끈이, 움직일 때마다 가볍게 흔들렸다. 멋으로 일부러 흘린 듯한 잔머리가 햇빛을 받아 빨갛게 반짝거리는 것을 멍하니 보던 무현은 그가 뒤를 돌아 제 쪽으로 다가오자 얼른 고개를 바로 했다.
“맛있게 드세요.”
재주 좋게 한 손에 쟁반과 그릇을 겹쳐 소면 삼층탑을 쌓은 점소이는 무현과 지혁의 탁자에 두 그릇을 내어주며 살짝 웃어보이고 떠났다. 무현은 어쩐지 홧홧해진 귀를 만지작거리며 젓가락을 들었다.
*
지혁이 강력하게 추천했던 만큼, 확실히 음식은 맛있었다. 금액도 음식 값을 해서 문제였지. 소면이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했으나 하루 종일 약초를 캐다 팔아서 세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무현에게는 그조차도 버거웠다. 그래서 무현은 지혁과 함께 갔던 날 이후로 다시는 산해객잔에 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무현에게 말을 걸었을 땐, 아주 많이 놀랐다.
“왜 또 안 와요?”
“예…?”
새로운 암시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먼 걸음을 했다가 늘 그랬듯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길에 불쑥 앞을 막은 남자가 물었다. 붉어진 하늘에 대비해 땅 위의 모든 것들은 새카맣게 보이는 풍경에서, 노을을 등진 남자 또한 그림자로 덮였지만 머리카락만은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누구,”
“그날 엄청 빤히 쳐다보시길래 자주 올 줄 알았는데요. 소면 하나 사 먹을 돈도 없어요?”
가게 홍보라기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시비였다. 무현은 다짜고짜 길을 막고 기분 나쁜 말을 뱉는 사람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주변 지리를 더듬어 남자에게서 도망갈 길을 생각하던 무현은 완전히 하늘이 어두워지자 비로소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옆의 주점에서 등롱을 밝힌 덕이었다.
붉은 머리. 희고 고운 얼굴. 순하게 처진 눈꼬리에 안광이 없는 검은 눈을 마주하자 무현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산해객잔 점소이…?”
“아, 그거 오늘 번 돈이에요?”
“엇!”
무현이 제지할 틈도 없이 품 안쪽에 넣어 놨던 주머니를 낚아 챈 남자가 끈을 풀어 주머니를 열었다. 심드렁하던 눈이 주머니 안에 든 작고 소박한 동전들을 보더니 짠한 눈빛으로 바뀌어 무현을 바라봤다.
“설마 이게 다에요? 뭐 사 먹고 온 거 아니고요?”
“…돌려주세요.”
“이러면 소면 하나 먹기도 힘들겠네.”
남자는 동전들을 손가락으로 세보더니 겨우 소면 한 그릇 가격을 넘기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무현에게 주머니를 돌려줬다. 무현은 주머니를 받아 다시 가져가지 못하도록 더 깊숙한 품에 밀어 넣었다.
“그럼 제가 객잔에 가지 못하는 이유도 아셨을 테니까,”
“왜 그렇게 살아요?”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으려던 무현의 입이 다물렸다. 방금까진 돈이 없는 걸로 시비를 걸더니 이젠 뭐? 무현의 눈꼬리가 날카로워졌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무현이 물끄러미 남자를 올려보자 그가 다시 물었다.
"가난하다면서요. 하루 종일 풀 캐다가 팔아서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어려운 사람한테 적선도 한다면서요? 왜 그렇게 살아요?"
어둠에 잠겨 등롱 하나로 겨우 모습이 보이는 남자의 머리는 붉은색보다는 어두운 갈색처럼 보였다. 분명 등롱 빛이 얼굴을 비치는데도 빛 한줄기도 들지 못하는 깊은 우물처럼 새카만 남자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던 무현은 불쑥 솟았던 분노를 서서히 가라앉혔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잔뜩 비난했더니 돌아온 것이 정중한 질문이라 남자는 당황했다. 삐딱하게 서 있던 남자는 팔짱을 끼더니 입꼬리만 끌어 당겨 웃어 보였다.
"왜요? 알아뒀다가 암살 사주라도 하시려고요?"
"아, 저는 박 무현입니다. 약초를 캐다 팔아서 약초선생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편한대로 부르세요."
"…."
남자는 억지웃음을 거두고 자신의 이름과 별명을 밝히는 무현을 가만히 내려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백입니다. 성은 따로 없어요."
"네, 동백 씨. 제가 왜 이렇게 사는지 궁금하다고요."
동백이라 밝힌 남자를 보며 무현은 옅게 웃었다. 자신도 그 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누군가를 도울 생각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래서 빈정거리는 질문에 대답해주고 싶었다.
"이래야 제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에요."
동백의 미간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무현은 더 설명하지 않고 한 번 웃어 보인 뒤에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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