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바등-재희무현

[재희무현] 후천적인 다정과 선함

-박무현 날카로웟을 때가 보고싶어서 씀

“무현 씨는 어릴 때도 그렇게 어른스러웠어요?”

“저도 재희 씨도 어른입니다만….”

“같은 반 애들도 형이라고 불렀을 거 같아요.”

소파에 늘어져 있던 재희가 뜬금없이 던지는 말에 무현은 딴지를 걸어봤지만 재희는 제 생각에 꽂혔는지 무현의 답을 못 들은 척 했다. 무현 씨는 어릴 때 어땠어요? 간접적으로 묻는 호기심이 옅게 비친 재희의 눈을 바라보던 무현이 뒷목을 쓰다듬으며 멋쩍게 웃었다.

“저는 어른스럽지 않아요. 어른스럽게 구려고 늘 노력하는거죠. 어릴 땐 그렇지 않았어요.”

“에이, 거짓말.”

“진짜인데.”

재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야유했지만 무현은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시간이에요. 딴소리 그만하고 방에 들어가요.”

“같이 잘 거에요?”

“흠….”

재희 씨가 비싼 매트리스 놔두고 토퍼에서 자고 싶다면야 말리진 않을게요. 무현이 장난스럽게 웃자 재희가 반쯤 누워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무현의 손을 잡으며 토퍼를 깔아둔 방으로 향했다. 그 토퍼도 꽤 비싼 거에요. 그래요? 그래요.

여기가 어디지.

재희는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뜨고 잠시 생각을 했다. 편한 옷을 입고 누워서 무현이 답답해하는 것을 모른 척하고 죽부인처럼 꽁꽁 끌어안고 있다가 기분 좋게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서 있었다. 허리춤에서 시작되어 천장까지 이어진 널찍한 창문에서 밤을 밝히느라 켜둔 불빛이 새어 들어와 방 안을 어슴푸레하기 비췄다. 어둠이 눈에 익고 나자 여러 개 설치 된 커튼과 그 뒤마다 놓여 있는 침대들이 보였다. 재희는 이 구조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병원, 다인 입원실이다.

대체 왜 갑자기 내가 여기에? 혹시 사고로 입원한 상태인데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나? 꽤 논리적인 추론에 다다른 재희가 황급하게 제 몸을 살폈다. 하지만 재희가 입고 있는 것은 환자복 따위가 아니라 외출할 때 자주 입고 다녔던 셔츠와 코트 차림이었다. 그렇다면 이 야밤에, 면회도 허락되지 않을 시간에 왜 다인 병실에서 갑자기 눈을 뜬 걸까. 재희가 주변을 막 살펴보려던 참이었다.

“…누구세요?”

앳된 목소리가 날카롭게 재희의 귀에 꽂혔다. 재희가 옆을 돌아보자 유일하게 커튼이 쳐져 있는 침대가 하나 있었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간호사 선생님 아니죠? 방금 왔다 갔으니까. 누구세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불안한 기색이 설핏 묻어났지만 동시에 경계로 바짝 날이 서 있었다. 재희가 목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답했다.

“어, 음. 병실을 잘못 찾아온 것 같아요. 금방 나갈게요.”

“얼른 나가요. 자고 싶으니까.”

재희는 알겠다며 발소리를 죽이고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침대 발치에 달린 이름표를 보지 않았다면 그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표를 본 순간 재희는 밖으로 나가려던 발을 멈추고 커튼을 확 젖혔다.

“뭐, 뭐야?!”

쌍욕과 함께 비명처럼 내질러진 목소리에도 재희는 반응하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반깁스.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 기구.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초점을 잃은 검은 두 눈동자가 재희의 가슴께를 사납게 노려봤다. 기껏해야 중학생, 아니 몸의 길이를 보자면 중학생과 고등학생 그 언저리의 소년. 어떤 상도 맺힐 리 없는 눈동자에는 세상을 향한 절망과 분노로 가득 차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 눈을 보고 숨이 턱 막힌 재희는 한참을 입술을 달싹이며 이 대답이 맞는지 망설이다가 겨우겨우 졸리는 듯한 소리를 흘렸다.

“…박 무현?”

“…저 아세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경계하는 기색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슴도치처럼 날을 잔뜩 세운 상태였다. 재희는 무현과 닮았지만 전혀 무현같지 않은 소년을 한참이나 말없이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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