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백->박] 동료 직원 3명이 한 명을 좋아하게 됐는데, 어떡하죠? (2)
해량무현 지혁무현 애영무현 로코
-로맨스코미디에 맞춘 날조와 약간의 캐붕 있습니다.
-해량이 연 체육관에 애영이랑 지혁이도 입사했다는 설정.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라이벌 제거?”
“무서워라.”
다음 날 출근한 애영이 둘에게 검지를 세우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해량의 대답에 질겁하는 지혁과 달리 답답한 표정을 짓던 애영이 허리에 손을 올렸다.
“무현 씨의 애인 여부죠.”
“없어.”
“없어.”
“왜 둘 다 알고 있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던 애영이 곧 찌푸렸다.
“설마 뒤에서 정보를 캐-”
“말해 주셨어.”
“선생님이 알려 줬거든!”
다급하게 외친 두 명을 바라보던 애영이 알겠다는 듯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좋아요. 그렇다치고. 그럼 애인을 사귈 생각이 있는지도 알아요?”
“글쎄….”
“없는 거 같지는 않았는데….”
“그럼 그거 확인해야겠네.”
애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체육관을 나갔다. 문에 달린 종이 ‘짤랑-’이 아니라 ‘털렁!’하는 소리를 내게 만들며 나간 애영은 곧장 치과로 직진했다. 차트를 정리하고 있던 소원이 애영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환자는 없는 것을 확인한 애영이 원장실 문을 거칠게 노크하고 열었다. 웹서핑을 하던 무현이 깜짝 놀라 애영을 쳐다봤다.
“놀라라. 애영 씨, 무슨 일이에요?”
“무현 씨, 혹시-”
“네?”
애인 사귈 생각이 있나요? 라고 물어보려던 애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었다.
“…체육관 옮길 생각 있어요?”
“?”
“그래서 우리 체육관으로 옮기기로 하셨다고.”
“애인 사귀고 싶은지 물으러 갔던거 아니었냐?”
애영은 의자에 널부러져 있다가 시선을 내리 깔았다. 지혁이 빙글빙글 놀리는 말투로 묻자 애영이 확 그를 노려보았다가 곧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령을 들고 한팔 운동을 하고 있던 해량은 체육관을 옮기게 했다니, 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혁은 제 허벅지를 때리며 실컷 웃었다.
“아, 설마 부끄러워서~~!!!”
“닥쳐!”
애영이 옆에 걸려있던 수건의 끝을 잡고 지혁을 향해 휘둘렀다. 살짝 젖은 수건이 찰지게 지혁의 뺨을 휘감았다. 아파!! 비명을 지르며 우는 척하는 지혁에게 씩씩거리던 애영은 pt 스케쥴표를 향해 걸어갔다.
“암튼, 오늘 몸 상태 보러 잠깐 들르신다고 했으니까 제가 맡을게요.”
“혹시나 하고 묻는건데, 계속 네가 맡을 생각은 아니지?”
“왜 안돼? 내가 오라고 했는데.”
애영이 화이트보드에 무현과 제 이름을 적자 뺨을 감싸고 있던 지혁이 슬그머니 걸어왔다. 지혁이 기가 막혀서 뭐라 한 마디 하려던 참에, 뒤에서 아령을 내려놓은 해량이 다가왔다.
“오라고 한 건 잘했지만 선생님 담당은 내가 할게.”
“예?”
“싫으면 네가 관장하든가.”
“아니 이런 치사한 법이 어딨어?”
해량의 발언에 애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에 반발하는 것은 또 지혁이었다. 이렇게 치사하게 굴 거냐는 지혁의 공격에 해량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투닥거리는 둘을 보고 있던 애영이 그럼 제가 데려왔으니 제가 3번, 관장님이 2번 하죠, 하는 말에 지혁이 뒷목을 잡았다. 결국 셋은 가위바위보로 무현의 담당날을 정했다.
무현은 체육관을 옮겼다. 합기도를 꽤 다녀서 그곳 사범과 원생들에게 정이 들긴 했지만 엔지니어 가팀에 든 정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심지어 오픈기념이라고 할인도 절반이나 해줬다.
“그런데 여기 세 명이 직원 전부죠?”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를 10번씩 3세트를 마친 무현이 바닥에 엎어져 숨을 몰아쉬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옆에 앉아서 무현을 봐주고 있던 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근데 왜 제가 올 때마다 세 분이 다 있는거죠? 교대근무 안해요?”
“아….”
지혁이 흘끔 뒤를 돌아봤다. 여성회원을 봐주고 있는 애영과 카운터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해량을 확인한 지혁이 다시 무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낮에는 교대하는데 아무래도 저녁에 회원들이 많이 오니까, 되도록 저녁에 다 있는거에요.”
“아하….”
무현은 지혁의 대답에 납득이 됐는지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지혁은 무현의 호흡이 조금 안정된 것을 확인하자 그를 다시 일으켰다. 무현이 죽는 소리를 하며 지혁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선생님.”
“네.”
“놀이공원은 좋아하세요?”
“네?”
지혁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기색이 확 느껴졌다. 지혁은 동료들이 내뿜는 살기를 무시하고 꿋꿋하게 물었다.
“제가 티켓이 생겼는데, 혹시 선생님이 좋아하시면 같이 갈까 해서요.”
“어…싫어하지는 않죠.”
“그럼 저랑 가실래요?”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것을 애써 모른체하며 지혁이 묻자 무현이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갛게 웃었다. 좋아요. 지혁은 그날 무현이 돌아가자마자 두 명에게 맞아야 했다.
안타깝게도 지혁이 데이트 권유를 성공했어도 바로 갈 수는 없었다. 무현은 치과의 하나뿐인 치과의였고 접수원인 소원은 그가 아무 때나 휴가를 쓰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래서 2주 뒤에 공휴일이 겹쳐서 생긴 사흘 연휴의 일요일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당연히 해량과 애영은 날짜까지 잡은 지혁이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무현 씨, 동물원 좋아해요?”
“느에?”
권투 장갑을 끼고 애영이 들고 있는 복싱미트에 후들거리는 주먹질을 하던 무현이 의아하게 대답했다. 땀에 축축히 젖어 눈을 반쯤 뜨고 있던 무현이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아, 얼마전에 동물원에 진짜 펭귄이 들어왔대요. 펭귄 좋아하세요?”
“펭귄…귀엽죠.”
“홀로그램 동물원에서 진짜를 볼 기회는 별로 없으니까 좋아하시면 같이 갈까 했어요.”
“음…”
미트를 치느라 구부정하게 서 있던 무현이 허리를 폈다. 팔 안쪽으로 이마를 적신 땀을 훔친 무현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서 기구를 닦고 있던 지혁은 혀를 찼고 해량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동물원에 펭귄이 떠나는 날이 금방이었기에 먼저 약속을 잡은 지혁보다 애영의 데이트가 먼저 이뤄졌다. 토요일 오전 진료가 끝나자마자 가운을 벗은 무현을 애영이 납치하듯 차에 태웠다. 마감 준비를 하던 소원이 기다렸다는 듯 쳐들어와 무현을 끌고 가는 애영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으나, 애영이 눈을 찡긋거리고 웃으며 떠나자 소원은 한숨만 한 번 쉬고 말리지 않았다.
펭귄이 왔다던 동물원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평소엔 홀로그램으로 유지하는 곳이라 도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근교에 지어진 까닭이다. 동물원을 둘러보기 전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선 둘은 가볍게 분식으로 때웠다. 동물원 근처 식당이라 그런가, 값은 좀 비쌌지만 귀여운 판다나 사자모양으로 꾸며놓은 음식이 꽤 귀여웠다.
펭귄이 떠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주말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북적이는 인파에 아담한 둘이 자꾸 서로를 놓쳤다. 떠밀려서 사라진 무현을 애영이 세 번째 찾아서 잡아오자 무현이 머쓱한 듯 뺨을 긁었다. 애영은 미안해하는 무현을 물끄러미 올려보다가 조심스레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손 잡으실래요? 자꾸 놓치는 것 같아서.”
애영은 꽤 용기내서 한 말이었다. 애인 있는지도 못 물어봐서 대뜸 체육관을 이적시켰다. 애영은 제 뺨이 붉어보이는 것이 인파에 둘러싸여 더워서 그런 것처럼 보이길 빌었다.
“애영 씨만 괜찮다면 그럴까요?”
무현이 선뜻 애영의 손에 제 손을 올렸다. 거칠고 두꺼운 제 손과는 달리, 굳은살 몇개만 제외하면 말랑하고 부드러운 손이 닿자 애영이 어깨를 움츠렸다. 조심스레 무현의 표정을 살폈지만 무현은 이제 애영을 잃지 않겠다는 안도의 미소만 지어 보였을 뿐이었다. 애영은 어쩐지 심통이 나서 무현의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꼈다.
“엇…”
“가요.”
손깍지에 당황한 무현이 놀라 목소리를 흘렸지만 애영은 모르는 척 하고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두꺼운 유리벽 너머로 드디어 펭귄들이 보였다. 다섯 마리로 이루어진 황제펭귄 무리들은 생각보다는 넓게 꾸며진 집에서 헤엄을 치거나 저들끼리 장난을 치고 놀았다. 평소에는 홀로그램을 띄워줬을 벽 한 켠에서는 이들이 생태계 보존의 연구를 위해 기르고 있는 펭귄이며, 연구비 지원을 위해 동물원을 통해 한 번씩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알려줬다. 덧붙여, 이 두꺼운 유리벽은 관객들에겐 펭귄이 보이지만 펭귄들에겐 검고푸른 바다만 보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 문구를 읽은 일부 관객들이 안심하며 유리벽에 달라붙어 펭귄을 마음껏 구경했다.
애영은 펭귄 두마리가 부리를 부딪치는 것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다가 무현을 돌아봤다. 무현도 저처럼 유리벽에 한 손을 올리고 뚫어져라 펭귄을 보고 있었다. 어쩐지 손을 잡을 때보다 더 상기된 모습에 애영의 심정이 복잡해졌다. 20분쯤 구경하자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배려부탁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며 사람들이 슬금슬금 옆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애영과 무현도 아쉬움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며 사람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날씨는 화창하고 좋았다. 대륙별로 모아놓은 동물 홀로그램을 구경하며 둘은 중간에 핫도그를 사서 벤치에 앉기도 했고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간중간 비치된 기념품점에서 애영은 해달인형 키링을 구경하다가 두 개 사서 한 개는 무현에게 건넸다.
“어? 뭐에요?”
“동물원 놀러 온 기념선물이에요. 어쩐지 이거 무현 씨 닮았어요.”
“제가 이렇게 귀엽다고요?”
무현이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자신도 뭔가 사야겠다며 한 바퀴 돌고 와서는 애영에게 펭귄 인형을 건넸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키링과 달리 펭귄 인형은 실제 사이즈를 참고했는지 애영의 품 안에 가득 들어왔다.
“어, 저는 엄청 작은 거 드렸는데요.”
“꼭 비슷한걸로 주고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애영 씨 펭귄 좋아하는 거 같아서 샀어요.”
“…”
펭귄이 귀엽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하는건 아닌데. 하지만 애영은 무현이 자신을 생각해서 사준 인형이 나쁘지 않았다. 품에 안긴 인형을 꽉 끌어안은 애영이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무현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애영은 펭귄 인형을 침대 옆에 조심스레 올려뒀다. 지혁과 해량에게서 오는 문자로 폰이 번쩍였지만 애영은 오늘은 그들을 신경쓰고 싶지 않아 폰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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