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커미션-03》
커미션 신청본
ⓒ사이
우선, 첫인상부터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주신 페어틀을 정말 대충 봤을 때는 진의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길래, 혹시 거인 능력자라는 설정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자료들을 정독해보니 ‘천사’라는 설정이길래 되게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러면서도 오히려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점이 엘빈과 어울린다고 느껴졌어요. 아시다시피 엘빈은 호기심 많은 성격이니까요.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자신과 다른 미지의 생명체, 자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존재라는 점에서도 엘빈에게 진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이면서도, 서로의 1순위가 서로가 아니라는 점도 뭔가 두 캐릭터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각자가 서로를 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상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언제나 믿고 있을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인 거죠. 난 너 없으면 죽어! 나에게는 네가 전부야, 느낌의, 서로에게 종속되어 있는 관계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앞을 보며 나아가는 파트너 느낌이라고도 볼 수 있 을 것 같아요. 계약 관계지만 주종 관계는 아니다, 라는 표현도 이와 맞물리는 부분이라 생각합 니다. (물론 실제로는 네가 없으면 죽는 관계이긴 하지만... 심리적인 의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이 천사인 반면, 엘빈은 작중에서 악마로 묘사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작중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픈 오타쿠...) 진은 인간처럼 살아가려 하는 천사, 엘빈은 악마처럼 행동하는 인간, 이라는 점에서 둘이 대조되는 것도 오타쿠적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앞에서는 편하게 서로의 본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둘 조합이 너무 좋아요... 특히 엘빈의 경우, 작중에서는 결국 꿈을 포기하고 악마가 되었지만 진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에서는 그런 욕망을 숨길 필요 없이 거친 단어로 말하면 이기적으로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지금은 정말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서요.
엘빈→진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 같아, 이번에는 진→엘빈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진은 그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겪어왔죠. 평생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던 진이 엘빈을 만나 그와 ‘시간동기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바라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에서 엘빈이 진 앞에서는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 진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이미 거의 모든 것을 가진거나 다름없는 삶이기 때문에, 감히 무언가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하던 진이 먼저 엘빈에게 계약을 제의했으니까요.
각자가 서있는 입장 상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던 그들이 서로를 만나 이제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되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구원 서사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딘가 공허했던 자리를 채워줄 존재인 엘빈, 어딘가 위태로웠던 그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진. 물론, 그 전까지 각자가 불행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에도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보내왔다고 생각해요. (진의 경우는 이카엘과 수인 친구들이, 엘빈에게는 조사병단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서로가 있기에 더 큰 행복을 바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둘이 서로를 만나게 된 건 정말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썰풀이가 되겠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난 소재는 진격! 거인중학교 AU입니다. (공식에서 준 현대학원AU 안먹을 이유가 없다...!) 진격중에서 엘빈은 선생님이죠. 그렇다면 진도 선생님인게 어울리긴 하나... 진이 교직 생활을 할 것 같지가 않아서요. 그래서 잠깐 놀러와서 수업 도와주는 설정으로 망상을 했습니다. 진의 특기가 음악이기도 해서, 종종 찾아와서 함께 음악 수업을 참여하는 걸로... 진이 학교에 찾아오면 그 엘빈 선생님의 친구라고? 동거인? 애인인거 아니야? 이러면서 애들이 궁금해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참고로 엘빈은 진격중 내에서 인기많은 선생님입니다 ^_^) 여기서 더 추가적으로 망상을 하면, 진격중 에피소드 중에 에렌 일행이 밴드를 만드는 내용이 있거든요. 그걸 진이 도와준다거나 하는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를 보고싶습 니다. 진이 장난삼아 리코더를 메인 악기로 하는건 어떠냐고 했다가 에렌이 좋다고해서 이상하게 흘러가는 밴드... (결국 나중에 기타치는 법 제대로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 다음 생각난 건 공식 팬북에 있는 글러먹은 무직백수 엘빈 소재 (ᄏᄏ) 입니다. (참고로 이건 현대 상정이 아닙니다. 원작 배경입니다...) 맨날 빠릿하게 살던 엘빈이 어느 날부터 돌연 방 밖 으로 안나와서 참다못한 간부조+진이 낮에 찾아가보니 감자칩 먹으며 뒹굴뒹굴하고있는 엘빈... 리바이가 닦달해도 무시하는 엘빈보고 진은 무슨 반응일지 궁금합니다... 엘빈 너도 역시 인간이었구나, 하는 반응일까요? 아니면 엘빈이 이럴리가 없다, 혹시 루시퍼가 다녀갔나(!?) 이런 생각 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것도 아니면 오히려 이런 엘빈 신선해!! 하면서 같이 뒹굴뒹굴할 수도... (리바이 한숨쉴듯...ᄏᄏ) 아무튼 여러가지 반응이 그려져서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분위기가 달라지지만, 어린 시절의 엘빈을 만난 진도 궁금하네요. 엘빈은 그 시절 이후로 평생의 꿈이 정해졌으니까요. 만약 그 당시에 어린 엘빈이 진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 그 후 엘빈의 삶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오히려 진이라는 ‘가능성’을 봤기에 지금과 같은 삶을 걸어오게 됐을지도요. 진은 어린 엘빈에게 벽 밖의 이야기를 알려 줄까요? 개인적으로는 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는게 어때? 이런 식으로 둘러댈 것 같아요. 오랜 삶을 살아온 진이 생각하기에,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일만큼 즐거운 건 없을테니까요. 그 즐거움을 굳이 먼저 뺏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가벼운 분위기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제 여름이고 하니 바캉스를 떠난 두 사람도 보고싶네요. 개인적으로 둘 다 물 속에 들어가기 보다는 해변가에 누워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것 같은 느낌... 다른 이들을 지켜보는 보호자 포지션이 어울리는 두 사람입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엘빈은 아닐지도요. 그렇게 말로만 듣던 ‘바다’를 직접 보게 되었으니... 나이도 잊고 사람들 사이에 껴서, 아이같이 눈을 빛내고는 즐거워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걸 보던 진도 즐거워하는 엘빈이랑 어울려서 함께 노는 모습 상상하기... 아무튼 낮에는 그런 식으로 있다가 이제 해가 지고 해변가에 사람들이 사라지면 다시금 나와서 단 둘이 산책을 할 것 같아요. 새삼스럽지만 연인의 분위기가 날 것 같습니다.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더 깊은 스킨쉽을 하기도 하고... 일련의 사건들을 거쳐 지금은 행복하고 로맨틱한 날들을 보낼 두 사람을 상상하니 제가 더 행복해집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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