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ar in the garden

정원의 브라이어 / 2024. 9. 21. 디페스타에 참가한 스파이패밀리 통합 쁘띠존 'MISSION: 오퍼레이션 《쁘띠존》을 완수하라'에 엽서 전프레 협력한 글입니다.

사무실에 화분이 새로 들어왔다. 승진과 경사를 축하하는 선물로 몇 달에 하나씩은 들어오는 크고 작은 그것들은 창가와 장식장 위를 나란히 점령해 있다가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해 시들고 먼지만 쌓이는 골칫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어머, 이번엔 에리카네요. 예뻐라.”

하지만 그것의 이름이 에리카라는 것, 그리고 그 옆에 줄지은 화분에 뿌리내린 초록의 이름이 순서대로 애니시다, 로즈메리, 치자나무라는 것도. 그곳의 사무원 요르 포저만은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신세 지고 있는 은사님이 크고 근사한 정원을 가꾸시거든요. 그래서 종종 찾아뵐 때마다 설명을 조금씩 들었어요.” 누군가 그 이유를 물으면 그녀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답했다.

“이봐, 포저.” 

“네! 포저입니다!” 

부장 매튜 맥마흔은 적막한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부하의 지나치게 씩씩한 응답을 익숙하게 흘려 넘겼다.

“자네 담당 거래처가 보낸 다음 ‘접객’ 관련 자료를 가져왔으니 확인해 봐. 기밀이니 관리에 유의하도록.”

조금 전까지만 해도 꽃망울처럼 동글동글 웃고 있던 사무원은 한순간 가시 돋친 날카로운 눈매로 변한다.

그때 부장이 떠올린 것은 그녀가 은사의 정원에 방문한 어느 날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요르가 그 정원에서 배운 어떤 꽃의 이름을 그는 기억했다. 어린 요르 브라이어는 의자에 앉아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를 앞뒤로 가볍게 흔들었다.

“저 꽃도 장미인가요?”

“저건 들장미briar예요. 찔레라고도 하죠. 그리고 마침 당신과 이름이 같네요.”

당신이 아는 장미는 사실 이런 야생종을 인위적으로 개량해서 만든 꽃이에요. 하지만 들장미는 그 어떤 장미와도 비할 바 없이 향기가 진하고 여운이 깊게 남아서 모두에게 사랑받죠. ……그래. <가시공주>가 좋겠군요. 보기엔 그저 개화를 앞둔 아름다운 꽃봉오리와 향기로운 잎일 뿐이지만 위협적인 가시를 숨기고 있는 들장미처럼. 자신의 가시라면 아무리 날카로워도 찔리지 않을 겁니다.

그날 정원사가 금방 꽃대가 꺾여 버릴지도 모를 어린 들장미에게 아끼는 꽃의 이름을 붙여준 것은 그저 변덕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꽃은 여전히 피어 있고 꽃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사랑받는다. 브라이어. 가시공주. 포저. 그녀에게서 개화한 이름 중 무엇이 가장 마지막까지 피어 있을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가든의 의자에 앉아 짧은 다리를 흔드는 아이 요르'가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주최님께서 협력을 맡겨주실 때 가든 암살자로서의 요르 혹은 시청 공무원으로서의 요르 둘 중 하나를 내용으로 해달라는 선택지를 주셨는데, 사랑하는 여자(요르)에 대한 글을 쓰는 데 욕심이 난 저는 소재 둘 다 넣어버리느라 고생을 자초해서 조금 했답니다. ㅎ. 

게다가 저는 말이 많은 사람이라 1000자 정도 짧은 분량의 글을 쓰는 게 어려워서 이것도 꽤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요ㅋㅋ(그래서 자잘하게 많이 쳐내고 이것저것 욱여넣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좀 이상하네요.)

​요르의 과거 설정에 대한 날조가 들어간 글이라 나중에 보면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흑역사가 되어도 좋으니 요르 과거가 빨리 풀려주길 (부장님 과거도 같이. 제발제발)

​협력 맡겨주신 주최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쁘띠존 전프레로 받아보신 분들, 포타로 처음 읽어주신 분들. 부디 재밌게 읽어봐 주셨다면 좋겠어요. 

협력 공개된 쁘띠존 계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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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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