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는 한태현
(2021.10.18 )
딱히 세계관이나 현대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쓴 거라 보시고 싶은 대로 보시면 될 것 같답니다
원작-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커플링- 태현우주
시점- 1인칭
분량- 1,473~2,028
“형아, 조아해!"
찐빵같이 동그란 볼때기가 찌르고 싶게 생긴 조그만 아기가 잔디 사이에 핀 예쁜 꽃 하나를 꺾어서 내게 건넸다.
“작아….”
“어? 으음. 내가 다음엔 더 큰 꽃 줄게!”
그 말은 아니었는데. 차마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 기대한다?”
그런데 처음 보는 애인데…, 날 어떻게 아는 거지? 하긴, 내가 좀 잘생겼지. 조용히 납득했다. 조그만 아이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는 왔던 길을 뛰어서 되돌아갔다. 저러다 다치는 거 아닌가 몰라.
이게 태현이의 첫 번째 고백이었다.
✦
아이는 생각 외로 굉장히 집요했다.
“우주 형, 좋아해!”
두 번째 고백.
“형, 좋아해.”
세 번째 고백.
“…좋아해.”
네 번째 고백.
기어코 성인이 되어서까지 고백을 받았다.
이제는 반오십이 코앞일 때.
“형.”
다섯 번째 고백이었다.
“왜 또 분위기를 잡아? 또 고백하려고? 인기인은 지친다 지쳐.”
일부러 능청스레 말을 했다.
“응. 좋아해.”
“…….”
아무리 나라도 이제는 진심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형 동생 사이야.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어. 하지만, 조금 정도라면….
“…왜?”
“왜냐니. 나는 그냥, 처음부터….”
처음부터. 심장을 쿡쿡 쑤시는 것만 같았다. 왜일까. 그저 아끼는 동생이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희망고문을 하게 만들어서? 내가 이뤄줄 수 없는 것이라서? 아니면 나도 널….
내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하였고, 결론이 나왔다.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안절부절못하는 태현이가 감정을 그대로 내비치는 귀여운 모습에 불안감 따위는 내던지고 입을 열었다. …불안했었던 건가?
“네가 고등학생 때 고백했던 거.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 어째서 아직까지 나한테 고백하는 건지.”
안절부절못하던 태현이는 내 말에 눈을 키우고 숨을 흡! 하고 들이마셨다.
“난 널 그런 상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도 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을 지켜줬었잖아.”
“…응.”
길어지는 내 말에도 토 달지 않고 눈을 마주치고 반응해 주는 태현이에 용기를 얻고, 입만 벙긋대다 주먹을 꽉 쥐고선 떨리는 목소리를 뱉었다.
“아직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네가 가까이 다가와서 들이대면 조금 설레기도 했던 것 같아. 그런데 확신은 못하겠어….”
미안함.
불안감.
혼란스러움.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해.”
내 상체가 품속으로 끌어당겨졌다. 심장박동 소리가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떨고 있던 주먹 쥔 손등 위에 태현이가 손을 얹어주었다.
휘몰아치는 내 감정을 정리하기까지 정적이 이어졌다.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어느새 태현이의 심장 고동은 내게도 옮아왔다.
“…….”
“…….”
고요한 방 안은 오직 심장 고동과 숨소리가 얽히는 소리만이 들렸다. 가볍게 태현이의 가슴을 밀며 상체를 세우곤, 민망함에 눈을 피했다.
그날 이후로는 태현이의 가벼운 접촉에도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렸다.
“형!”
“어? 어어! 불렀어?”
혀를 실수로 조금 깨물어서 피가 입안에 고여서 비린 맛이 났지만 그딴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커피를 마신 듯이 심장이 거세게 뛰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눈을 못 마주치겠어. 생소한 간질거림이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내 매력이 통한 건가?”
“? 무슨 소리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태현이를 두고 먼저 걸음을 앞서갔다. 뭐가 저렇게 좋은지. 귀엽게 웃으면서 내게로 금세 따라왔다.
“너…!”
“왜?”
고작 손잡은 걸로 뭐라 하면 좀 그러려나? 손잡지 말라고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느라 입만 뻐끔거렸지만, 다른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고작 손만 잡은 거라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니, 됐다.”
어쩌다가 의식해서는. 나는 심란한데 너는 웃음이 나오냐? 심란한 마음에 괜히 태현이의 손만 세게 쥐거나 손톱으로 쿡쿡 찌르는 둥 괴롭혔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태현이의 얼굴엔 웃음이 지워질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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