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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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 원본 링크> 팔뚝에 비늘이 붙어있는 게 보였다. “예쁘지?” 소희가 해사하게 웃었다. 쉬폰 커튼이 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그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 오팔을 얇게 저미면 저렇게 생겼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찬란한 것이 소희의 몸에서 피어났다. 비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굳이 고집을 피워 압화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희는 손끝
그로부터 한동안 정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실무자 대표로 미팅까지 나갔다고는 하지만 공사는 정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9개월의 작업 동안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다시 나누고. 조율하고. 싸울 일이 수두룩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계절이 한 차례 바뀔 때쯤의 정은 그야말로 물먹은 솜처럼 전신이 과로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현장
마스토돈의 무강(@ amudog_@qdon.space)님의 툿에 아이디어를 얻어 쓰게 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SF에 검이 나온다면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후 8시 30분 퇴근하지 못한 개발자들이 휴게실 자판기 앞을 서성대며 오늘의 여섯 번째 커피를 마시기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휴게실은 텅 비어있다. 사무실에도
그 날 저녁. 정은 침대에 누워 식사 자리가 파한 뒤 양 부장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배우라면 무대 위나 카메라 앞에서나 연기에 충실하면 될 것 아닌가. 업무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마법을 믿느냐와 같은 질문을 하는 배우가 어디에 있을까. 마치 정말 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양 부장님, 불러주셔서 오긴 했지만 정말 저런 사람이 이번 계획에 동참하는 겁니까
정은 급하게 말린 머리를 손으로 탈탈 털며 한정식 가게에 입을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여 숙소에 구비해둔 정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직원 숙소의 쿰쿰한 냄새가 옷에 배지 않았을까 잠시 걱정했으나 밥 먹는 자리니 음식 냄새에 가려지겠거니 하며 고민을 그만두었다. 오랜만에 입은 정장은 몸에 익지 않았으나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쓸 만큼 섬세한 사람이 아니었다.
인류는 늘 미래를 꿈꾸었고 하나의 성과를 확인하면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에 몰두했다. 모든 것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외쳤다. 다음. 다음. 다음! 건물들은 하늘에 닿기 위해 손을 뻗듯 솟아올랐다. 아주 먼 과거에 하늘과 교류하고자 쌓아 올렸던 첨탑과 같이. 하늘에 닿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그것들은 땅에서 멀어지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아서 C. 클라크 “점화!”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정이 9개월간 마천루 사이를 오가며 수놓은 자수에 빛이 붙는다. 머리 위로 백색의 마법이 자리한다. 이제부터는 당신의 차례다.
우선 책을 빌려주신 삼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며(미코시바 도장깨기 다 했으니 스엠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중구난방이라 작성할만한 곳을 좀 고민했어요 원래라면 후기는 프세터에 적고 링크 올리고 끝~ 이랬을텐데… 생각보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서 어디다 적지… 하다가… 펜슬 먼지털기 내용을 적당히 구분하기 위해 번호를 붙이긴
1 부득이하게도 그 녀석이 좋아하는 바다가 아주 건방지고 무례한 바다인 관계로. 우리는 이 한겨울에 기차에 올라타고 만 것이다. 2 "이왕이면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타입이 좋아." "매니악하네." 시호는 액자를 벽에 새로 걸며 말한다. DSLR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니 확실히 카메라가 제값을 하는 듯 하다. 불규칙한 수면의 결이 선명하다. "그리고 난폭했
"네, 다시 한 번 여쭤보겠는데. 직업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콜센터 상담원입니다." "콜센터 상담원." 토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아니지, 표정관리 하자. 표정관리. 애써 차가운 우롱차가 담긴 유리잔을 입으로 가져가 보지만 안타깝게도 잔은 투명했다. 일부러 시간을 끌며 차를 마셔도 못 미덥다는 눈은 숨기지 못했다. 그야,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요즘에는 좋아하는 마음도 돈으로 살 수 있대." "무슨 소리야?" 건조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미술실에서 붓질을 한다. 미지는 그림을 그릴 때 창을 여는 걸 싫어한다. 덕분에 나까지 환기가 안 되는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햇빛이 들어오는 길목에 먼지가 떠다니는 게 보일 지경이다. "사람이나 물건, 아니면 어떠한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잖아.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