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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사이드][하진유리] Take my hand

드림사이드 '인과의 미아' 챕터 부분 날조 / 홍유리 1인칭 주의 / 캐붕 주의

* 이 글은 드림사이드 웹툰 95화의 전개와 대사를 대부분 그대로 따라갑니다.

* 부분적으로 날조했습니다.

* 홍유리 시점을 궁예했습니다.

*Simple plan의 곡 <Take my hand> 의 가사를 보고 떠올린 내용임을 밝힙니다. 곡을 들으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XD

“홍유리, 착륙지점이 어디야?”

“P저수지 근처였어.”

남하진이 내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우리에게는 두 가지 할 일이 있다. 내가 타고 온 경비행기에 가서 총기를 가져오는 것, 그리고 D시의 콜렉터에게 가서 로또 번호를 찾는 것,

“총부터 찾을 거야?”

“아니, 로또부터.”

이 시가 온통 좀비로 가득 찬 이 마당에 무슨 로또 번호냐 싶지만, 놀랍게도 남하진은 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갈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는 로또 번호를 가지고 과거로 가서 당첨금을 탄 다음 차례마트를 개조해 놓기로 했다.

“좀비 상대로 총알은 아깝고 어서 차례마트부터 개조하고 싶어.”

현재 우리가 베이스로 쓰고 있는 곳 차례마트는, 물자는 풍부해도 방어전에는 불리하다. 그리고 특히 물이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였다.

“그리고... 로또 날짜가 다가와서 이쪽이 더 급해.”

나는 최대한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남하진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7년 전 과거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20대 중반의 청년 남하진이지만, 역시 고등학생이던 7년 전의 남하진이 현재에 와 있다는 쪽이 더 정확했다. 나에게는 현재인 이 세계가, 그에게는 꿈에서 보는 7년 후의 미래다.

과거에 쌓아올린 포석에 따라 이리 저리 바뀌고 뒤집히는 미래, 그의 하룻밤 꿈에 불과한 지도 모르는 세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나.

내 가슴 속의 미세한 균열을 알 리 없는 그가 말했다.

“로또 콜렉터의 집부터 가자.”

* * * * *

 

D시로 진입하는 고가도로 위에서 좀비들을 해치우느라 시간을 제법 지체했다. 도로 위에 버려진 차들이 너무 많아 우리는 더 이상 트럭을 타고 나아가지는 못하게 되었다,

남하진이 말했다.

“일몰까진 1시간이지만 슬슬 밤을 보낼 안전지대를 만들자.”

나는 고개만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우리는 말없이 산처럼 쌓인 자동차 더미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올라갔다. 제일 정상의 자동차 뒤에 몸을 숨기고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내다본다.

바닥에는 아직까지 인간의 형상은 유지하고 있지만 부패로 피부색이 변한 시체들이 상당수 널브러져 있었다. 우리는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시선이 닿기가 무섭게 검은 연기가 모여들더니 시체를 휘감고, 곧 그들의 몸이 움찔거리더니 결국에는 일어났다. 역시 스펙터를 상대로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어어어...”

그들이 입에서 기괴한 소리를 흘리며 우리 쪽으로 비척비척 걸어온다. 우리는 말없이 눈으로 의견 일치를 본 다음, 각자 무기를 들고 그들을 해치우기 위해 뛰어내렸다.

 

* * * * *

 

악령을 몰아내기 위한 빛을 켜놓고, 우리는 타고 온 트럭 안에서 마트 사람들이 준비해 준 식량과 모포 등을 꺼냈다. 주먹밥이었다.

주먹밥은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았다. 다만 햄과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 칼로리를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영양 균형을 제법 맞춘 음식이었다. 어쩐지 스승님과 훈련할 때 먹었던 음식이 생각난다.

“햄이 많이 들었군. 통조림은 아껴서 먹자고 말해 뒀는데... 야채도 넣어서 수분과 비타민,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고 말이야.”

거기까지는 나와 비슷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남하진의 말에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하... 이런 세상에서 먹기엔 너무 호화스런 도시락이야. 다들 세심하게 우리를 생각해주고 있어.”

그가 반쯤 남은 주먹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주먹밥을 만들어주기 위해 차례마트 사람들이 얼마나 양보를 했는지...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지막 한 입을 재빨리 먹어치웠다. 왠지 아까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을 탐닉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기에 나는 덜 씹은 밥알을 억지로 삼켰다.

“나는 누울 자리를 정돈하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

 

얼마 지나지 않아 남하진이 내 옆으로 와 누웠다. 하지만 그는 눈을 후드로 가리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최대한 근육과 신경을 이완시키려고 노력하는 듯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나는 그가 자꾸만 눈을 깜박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역시 스펙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켜 놓은 불빛이 눈부신 모양이다. 그는 내 쪽으로 돌아눕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의 눈이 크게 벌어지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 미안. 돌아누울게.”

“아니, 괜찮아.”

내가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를 계속 보고 있자, 그의 시선이 흘끔흘끔 나를 향하기 시작한다.

이성적으로는 어서 자고 수면으로 몸을 충분히 회복시키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은 자고 싶지 않았다. 잠들면 또 그 꿈을 꿀 테니까. 그 꿈을 꾸느니 나도 차라리 깨어 있는 채로 남하진을 보고 있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남하진처럼 꿈으로 7년 전과 후를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그나 소아 같은 각성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대신 나는 다른 꿈을 꾼다. 디테일은 바뀌기도 하지만, 줄거리는 항상 같은 꿈.

7년 전 스승님께 한 가지 과제를 받아, 남하진이 다니는 학교에 위조 신분을 이용해 들어갔던 나. 마을은 온통 어둠에 싸여 있고 나는 남하진과 같은 교복 차림으로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다.

자전거도 우산도 없이, 가장 기본적인 무장도 없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휴대폰도 없이.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른 채 비가 내리는 길을 걷는다. 현실에서는 위험하니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꿈속에서 나는 언제나 상관이 없었다.

내 옆에 남하진이 있으니까. 그를 따라 걷고 있으니까.

어떤 광원 없이도 그에게서는 환하게 빛이 났다. 그만 따라가면 언젠가는 집에 도착할 것이다. 꿈속의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문득 나는 의문에 빠진다. 내게 집이란 어디지?

기억나지도 않는 내 친부모가 나를 낳고 살았던 곳은 집이라고 부를 수 없다.

홍세진인이 나를 두고 키웠던 공명종의 건물은 집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스승님과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같이 살았던 홍콩의 무수히 많은 건물들도 집이라고 할 수 없다. 스승님조차도 항상 아지트라고 불렀지 집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살았던 레지던스도 집이라곤 할 수 없다. 임시 거처일 뿐.

차례마트도... 그건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서 모인 캠프지 집은 아니다.

7년 전 과거로 돌아간 남하진이 차례마트를 개조해서 어떻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집은 될 수 없겠지.

“남하진 넌... 정말 7년의 시간을 뛰어 넘는 구나.”

“뭐... 그렇지.”

그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럼 네가 인과를 바꾸면 여러 가지 바뀌겠지? 상황이나 기억들 말야.”

“응.”

나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세우고 말았다.

“...그럼 지금 이런 순간들도 인과가 바뀌면 변하고 사라지는 걸까?”

남하진은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어렵게 대답했다.

“...적어도 내 기억엔 남아.”

기억에는 남는다라. 이제 그가 잠들어 과거로 가면, ‘현재’의 나는 7년 전 과거에서 온 남하진의 기억에만 남고 사라지는구나.

“부정하진 않는 구나.”

그제야 남하진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을 그에게 말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흐려지는 눈을 감추기 위해 몸을 돌렸다.

“네 능력은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봐.”

나는 애써 그가 가진 능력의 긍정적인 부분을 말했다. 그러자 다행히도 흘러나온 눈물은 각막을 적시는 정도로 그쳐, 나는 다시 남하진을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네 기억에 남는다면 됐어.”

그 정도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지워질 말이니까.

나에겐 집이 없으니 네 옆만이 내가 있을 곳이라고, 너만이 나를 비추는 빛이라고. 그러니 내 손을 잡고 데려가 달라고...

그건 단 하룻밤의 꿈으로 사라질 이 시간에 말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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