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서연]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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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가 서연을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주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 바로 앞에 지어진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된듯, 처음보는 얼굴이였다. 정장을 입은 채로 삼각김밥 하나를 계산대에 올려놓는 서연의 모습에 주희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서연이 나간뒤로 제발 자주 찾아와주기를 간절히 빌던 주희였는데, 주희의 바램대로 서연은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음식을 사러 편의점에 찾아왔다. 아마 점심시간마다 찾아오는듯 했다. 최근들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볼까 하던 주희는 그 생각을 곱게 접어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매일 찾아오는 서연의 눈에 들기 위해 일부러 바코드를 잘못 찍는다던가, 은근슬쩍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지만 서연은 그저 주희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짤막하게 이름만 답해주고 쌩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좋아하는 마음은 커져가는데 관계가 전혀 진전이 없자 주희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었다. 주희는 분명 손은 계산대에서 물건 바코드를 찍고있는데, 시선은 바로 앞에 있는 서연에게서 떼지 못하였다. 너무 빤히 바라보자 조금은 민망했는지 서연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그제서야 물건이 눈에 들어온 주희가 물건들을 허둥지둥 비닐봉투에 담아주었다. 그리고는 가격을 불러주려 모니터를 확인한 순간 주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언니 담배펴요?"
서연이 담배를 필거라곤 예상치도 못해서 주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연스레 언니라는 호칭이 튀어나와 버렸지만 서연은 개의치 않는듯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는 돈을 꺼내 주희에게 건내주고는 돌아서는 순간이였다.
"...담배 몸에 안좋아요."
걱정이 가득한 주희의 목소리에 서연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문을 열었다. 편의점 문에 달린 종이 딸랑이며 서연이 나가자 주희는 여전히 걱정어린 표정으로 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끊으면 좋을텐데...서연에게는 들리지 않을 주희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지고 주희는 시무룩한 얼굴로 계산대 안쪽에 간소하게 마련된 작은 의자 앉아 벽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다시한번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이 느껴지자 주희는 슬며시 눈을 떴다. 방금전 나갔을때보다 숨이 차보이는 서연이 바로 앞에 있었다. 주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연을 바라보았다.
"?"
"이거...주고 가려고 했었는데."
노란 포스트잇이 붙여진 비타민 음료였다. 주희가 이게 뭐냐고 되물어볼 틈도없이 나가버린 서연의 뒷모습을 유리문으로 바라보다 다시 포스트잇으로 눈을 돌렸다. 서연이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티가 나는 글씨였다. 학생인거 같은데 잘해줘서 고마워요. 학생도 이거 먹고 힘내요. 진하지만 무척 바른 글씨로 써내려간 짧은 편지는 주희의 얼굴에 미소를 가득 피게 만들었다. 되게 딱딱하고 정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였다는것을 알게된 주희는 그 자리에서 방방 뛰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는 다시 한번 포스트잇에 쓰여진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절대 못마실거 같다며 비타민 음료를 품에 꼭 품은 주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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