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뎐
유료

[주희유린] 가수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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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행수. 이게 뭔지 궁금하지 않아요?"

유린 자신을 올려다보는 주희의 눈빛에는 자신이 이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길 바라는, 자기가 반드시 알려주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가득 담겨있던 탓에 유린은 차마 안다고 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후, 이내 유린은 주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천하의 송방 행수가 이것도 모르다니, 지나가던 일지매가 놀랄 노릇이네요!"

잔뜩 비꼬는듯한 주희의 답에 유린은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이미 알고있노라고 눈 앞의 어린 양반에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눈빛만은 기쁨에 가득 차있었고 한껏 신난 또래의 어린아이와 다를바 없는 천진한 모습에 그저 한숨만 작게 내쉴 뿐이었다. 유린의 표정은 미처 보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신난 주희는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한입 크기 정도로 덜어내어 유린에게 건내었다. 아니, 건냈다기 보다는 어서 입을 벌리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것을 보면 손수 먹여주려는듯 하였다.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조금씩 가루들이 떨어져 나와 조각을 집고있던 젓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며 주희의 표정이 울상이 되어갈때쯤 유린은 그 작은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이미 이것이 무엇인지, 어떤맛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따라 더욱 달짝지근 한 것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그리 많이 씹지도 않았건만 입안에서 금세 사르르 녹아 오래토록 단맛이 입 속을 감싸안았다. 또다시 그 맑은 눈동자로 기대감을 품은 채 저를 올려다보는 주희에게 입가를 살짝 훔쳐내고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는 유린이었다.

"맛있사옵니다. 허나 이것이 무엇이온지."

"가수저라 라고 하는 음식이에요. 달콤하지만 다과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부드러워서 입에 넣으면 아마 살살 녹을거에요. 부스러기가 많은 것이 한가지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잖아요, 그렇죠?"

기다렸다는듯 잽싸게 답하며 잔뜩 우쭐해하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는지 유린은 잠시 주희를 빤히 바라보다가 주희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넘겨받고는, 이번에는 자신이 가수저라를 조금 덜어내 혹여 잔가루가 치마폭에라도 떨어질세라 반대쪽 손으로 받치기까지 하여 주희의 입에 대어주었다. 자신이 어린 아이로 보이냐며 조금은 투덜거렸지만 이런 배려가 나쁘지 않은듯 입가의 미소는 여전히 띄운채로 덥석 받아먹는 모습이 한없이 순수한 아이같았다.

사대부 집안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소매끝으로 입가를 닦아내려는 주희에, 유린은 저도모르게 손을 뻗어 주희의 손을 잡아 저지하고는 다른 손을 뻗어 검지로 주희의 입가를 가볍게 닦아주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주희가 동그래진 눈으로 유린을  바라보자, 그 너머에는 저 역시 당황한 것인지 흔들리는 눈동자가 마주하고 있었다.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고 괜히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 자연스럽게 손을 떼려던 유린의 의도와는 다르게 유린의 손 위로 주희의 손이 겹쳐져왔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유린의 손을 자신의 볼쪽으로 끌어온 주희가, 돌연 유린을 자신의 쪽으로 확 당겨 멀었던 둘의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주희의 손길에 저항없이 그대로 끌려온 유린은 보일 듯 말 듯한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주희의 볼을 더욱 끌어당겨 그대로 주희의 붉은 입술을 머금었다.

주희의 호흡에 맞춰주던 키스의 주도권은 점차 주희에게로 넘어와 먼저 숨이 차오른쪽은 유린이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주희를 살짝 밀어내고 고개를 돌린 유린은 순간 주희가 작게 웃었음을 느꼈다. 주희를 쳐다보니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죽여 웃고있었다. 의아함에 주희에게 이유를 물으려 입을 연 유린의 입술은 다시 주희에 의해 막혀졌다. 아예 그릇들은 옆으로 밀어두고 거의 탁상을 넘어오듯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주희에게 뭐라 할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눕혀진 유린은 어느새 자신의 위에 자리한 주희를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이내 저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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