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혜윰
총 10개의 포스트
BGM: Hideyuki Hashimoto - You 그러니 다만 반추하게 된다. 저는 생을 바랐으나 삶을 공상한 적은 없었기에. 당신이 저를 붙들어 남겨두었다 한들 저는 본디부터 형용되지 않던 자였다. 무정형의 감각과 무채색의 형상으로 존재하는 자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또한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이기도 했고 때로는 아니기도 했다. 흔한 말
BGM: Akira Kosemura - The Two Of Us (Instrumental) 비는 돌아간 시간을 되감듯이 흘러왔다. 천둥도 치지 않는 고요한 순간임에도 넬은 괴물을 겁내는 어린 아이처럼 하얀 담요를 푹 뒤집어 쓰고 제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창 밖으로 향한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하얀 천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점점이 흩뿌려진다.
계절은 변함 없고, 시간은 늘 그러하듯 난만하다. 오래되어 결이 스며든 창을 손 끝으로 어루만지며 넬은 문득 찬란이란 이름을 셈해 보았다. 삶은 벅차고 저는 힘없어 늘상 넘어지던 시절을 현재의 나날에 덧대어 본다. 그러면 꼭 당신이 찾아오는 것이다. 차마 밀어내지 못할 만큼만 어리고, 차마 상처주지 못할 만큼만 천진한 모습으로. 어디 가? 찰박거리는 발소
우리는 모두 길을 잃는다. 삶이란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한 무한한 상실과 허무의 순례라고 여겼다. 그러니 영원이란 존재치 않는다. 존재할 수 없다.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끝내 말라 시들어가듯 소멸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모든 빠듯한 생들이… 끝없는 고통과 결벽한 슬픔으로 가득찬 생들이, 우리는, 어디로 걸어가야 평온을 맞이할 수 있는지. 오래된 활
BGM: Dennis Kuo - Track in Time (Piano version) 일찍이 바라보지 못할 저편을 늘 응시해야만 하는 삶은 고달플지도 모른다. 꼬박 몇 년이 지나서야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어머니의 삶을 허물처럼 뒤집어 쓴 채 넬은 생각한다. 타인의 생은 파편처럼 자리잡아 남겨진 이들의 기억을 헤집는다. 그것이 영 마뜩잖아 시
BGM: C418 - Wet Hand (Cover) 그리고 모든 것이 아주 고요했다. 푸르고 하얀 빛은 나뭇잎 사이로 알알이 박혀 잔물결처럼 넘실댔다. 쏟아지는 숨결이 아득해 먼 꿈이 아니었음에도 머리가 멍하다. 새벽의 검푸른 장막, 오래된 노래, 속삭이는 생명의 온기, 잘게 엎질러진 희미한 그림자…. 창틀에 손을 짚어 경계를 더듬는다. 여린 기원들, 잠
BGM: John Williams - Somewhere in My Memory (From "Home Alone") 넬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훌쩍 다가온 덕에 기숙사 침실 바닥에는 어느새 알록달록한 러그가 깔려있다. N.E.W.T.를 준비 중인 모 7년생의 '끔찍하게 괴상하고 아름다울 정도로 정신 나간 마법 수험생 공예 토너먼트' 출품
BGM: Arcade Fire with Owen Pallett - Some Other Place 어떤 다정은 당신을 한없이 비참하게 만든다. 희생이 끝내 이기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 까닭을 우리가 모를 리도 없어, 서로의 웃는 낯은 꿈결처럼 온전하다. 본디부터 그리 태어나기라도 한 양 엮인 손 끝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문득 춥지는 않은지를 물어와
BGM: Arcade Fire with Owen Pallett - We're All Leaving 의지란 사람의 뼈대와도 같아 그를 자체로 존재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참 빠듯하게 그려진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결코 꺾이지 않을 선을 지니고 있는 탓인지 멈추는 법마저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로지 그만을 위해 숨이 허락된 것처럼 굴었
BGM: Chouchou - B612 소복이 쌓인 눈이 지붕의 틈새를 타고 집 안까지 쏟아졌을까 싶었다. 이곳은 너무나 춥고 외로워, 본디부터 아주 차갑고 고독할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남겨져 있을 리가 없다는 감상이 들었던 탓이다. 그러나 눈더미는 고개를 들었다. 하얀 눈발 사이에 파묻혀 있던 불티가 선명히 빛을 발한다. 눈동자 너머로 반짝이는 빛무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