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마음 나 어디에 두고

가야하는가.

저 멀리 떠나, 이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나의 기둥은 떠나고 싶음과

동시에 떠나지 못함을 자아낸다.

지쳐버렸나.

뜻하지 않은 태어남과, 또렷해가는 죽음 앞에

나 서 있으니, 이 삶에 무엇을 주제하랴

붙일 수 없는 말의 단어와

그 어휘에 나는 떠간다.

떠간다, 또 떠나간다.

매끄럽고 반짝이는 것들아

내 손마디에 빛나던 순간들아

미안하다, 미안해.

차마 고맙단 말은 양심껏 꺼내지 못해

이 내리 꽂는 심정에 외쳤다.

손톱 끝 그믐달에

다음 날의 내가 눈을 떠, 또 다음을 마주보아

용기 내어 건넨 어린아이 같던 손 끝

허망히 떨어지고만다.

말았다.

끝내 지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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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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