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까뜨] 은화 30전
햊괴 선까뜨
- 난괴물 이후 격투장에 불 지른 괴물이 살아있던 까뜨린느를 데리고 도망나와, 둘이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는 설정
- 그시절 통화가치에 대한 고증 없이… 보고 싶은 장면을 적당히 썼습니다
국경지대의 어느 마을에 머무르기 시작한지 보름 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까뜨린느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한 벽보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내용인진 다 모르겠으나 무언가 늘 써붙여져 있어 오고 가던 사람들이 자주 멈춰서서 쳐다보곤 하던 나무판에 오늘은 한 남자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가 붙어있다. 까뜨린느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다. 자신을 그 지옥 한가운데서 꺼내주었고, 오늘 아침에도 보았고, 돌아가서도 볼 예정인…
“저거 목에 가로로 난 흉터 좀 봐, 저게 괴물이지 뭐야?”
괴물의 얼굴.
읽지 못해도 종이 위아래 적힌 글이 누군가를 찾고 있는 말인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말을 잃고 그림 속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말들이 귀에 들어온다. 괴물, 도주, 포상금, 돈, 돈… 까뜨린느는 숫자는 겨우 알았다. 그러나 저렇게 0이 많이 붙은 건 생전 처음 보았다. 저건 어떻게 세는 거지? 30만 프랑이래, 와. 사람 하나 잡겠다고 저렇게 큰 돈을? 짧은 인생 동안 세어본 돈이 동전 몇 닢에 불과했던 까뜨린느는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듣고도 바로 실감할 수 없었다. 저거 받으면 집 한 채는 사겠다, 잡으면 인생 피겠네… 그 말이 들린 곳을 흘끗 보았다가, 불안한 눈빛을 감추려 노력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선 수배지 한 장을 잽싸게 낚아채 품에 숨겼다.
그리고 여전히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걸음을 서둘러, 묵고 있던 여관방으로 돌아왔다.
협탁 위에 수배지를 펼쳐두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와 똑같은 얼굴이나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 억지로 험상궂은 표정을 짓는 걸 그림으로 옮긴다면 딱 이 꼴일 것이다.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좀 더 깨끗하고 단정한 얼굴 밑으로 누군가 억지로 이어붙인 상처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그를 한 번이라도 마주쳤던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이걸 어쩌나. 그 곳에 모여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 그의 얼굴, 적어도 목의 상처를 다 알게 되었다. 들키는 건 시간 문제다. 어찌해야 하나.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해코지라도 한다면, 갑자기 붙잡아 끌고 가기라도 한다면… 오늘 밤에라도 그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 할까, 그럼 어디로…… 초조한 듯 손톱 옆 거스러미를 이로 잘근거리던 까뜨린느가 갑자기 뚝 멈춘다.
우리?
나는… 나는, 이 사람들이 찾고 있는 도망자는… 내가 아닌데, 내가 왜 쫓기는 사람처럼 굴고 있지?
애초에 내가… 이 괴물이 어디 있는지 아는데, 그럼 내가 말하면…,
그 큰 돈을 나에게 준다는 거잖아?
괴물과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어디 머물고 있는지만 말하면 되잖아, 설마 연관도 없는 계집애를 같이 끌고 가진 않겠지.
돈을 준다잖아,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그거, 진짜 주는 거라면 어쩌면 이렇게 비루하게 도망다니며 하루하루 벌어먹고 지낼 걱정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날 비웃었던 자크 새끼나, 자유를 사준다는 말로 날 속였던 비렁뱅이 놈보다 훨씬 더 큰 부자가 되어서… 자유롭게, 더 이상 눈치만 보는 도망노예가 아닌 진짜 부잣집 딸년처럼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팔아본 년이 두 번을 못할까….
철컥,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까뜨린느가 그쪽을 돌아보았다.
괴물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과 협탁 위에 놓인, 누군가가 그려진 종이가 차례로 비친다. 까뜨린느가 그것을 구겨쥐는 것보다 괴물이 그걸 붙잡는 게 조금 더 빨랐다. 구겨진 수배지를 도로 펼쳐든 괴물의 낯이 싸늘해진다.
앙리 뒤프레, 혹은 다른 가명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괴물은 글을 읽을 줄 안다. 언제부턴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그 사실은 그를 전혀 기쁘게 만들지 않았다. 이 몽타주의 원본이 되는 초상화도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친구라던 이의 얼굴을 그대로 따다 표정만 바꾼 채 목에 상처를 그려넣은 악의는 누가 생각해낸 것인가. 적힌 이름마저 앙리. 이름 하나 지어주지 않고 그저 앙리. 인간의 신체능력을 뛰어넘는 괴생물체이므로 각별히 주의하라는 글 밑에는, 전신 혹은 머리를 온전히 가져올 경우 30만 프랑, 생사나 소재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가져올 경우 15만 프랑을 지급한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전신, 혹은 머리만이라도. 기가 차다는 듯 그가 사납게 웃었다. 대단한 집착이다. 머리만 온전하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저 저열한 의지가 빤히 읽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으르렁거리는 그를 올려다보던 까뜨린느가 희게 질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나 아니야,”
“…뭐가 아니야.”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괴물이 그 쪽을 돌아보고는 되묻는다. 여전히 표정을 차갑게 굳힌 채, 한 손에는 수배지를 움켜쥔 채로.
그 눈빛에 뭔가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싹싹 내저으며 아냐, 진짜… 진짜 아니야, 중얼거리던 까뜨린느의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붉게 충혈된 눈이 눈 앞의 괴물을 노려보았다.
“내가… 너 팔아먹을 거라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쳐다보는 거 아냐… 어?”
“…….”
대답을 잃은 괴물이 말 없이 까뜨린느를 보았다. 수배지를 보자마자 창조주에 대한 분노에만 사로잡혀 눈 앞의 까뜨린느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겁에 질려있나 싶었는데, 날 여기 신고할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수배자랑 함께 다니는 게 무섭고 불안해서, 혼자 떠나고 싶어서, …돈 때문에.
아무런 말도 없는 괴물의 반응에 까뜨린느만 점점 감정이 북받쳤다. 내가 나빠? 아니야, 내가 나쁜 건 다 너 때문이야. 왜 그토록 원하는 자유를 얻었음에도 온전히 행복해지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굴며 도망다녀야 하고. 내가 왜 너를 놓고 이딴 추한 시험에 드는 기분을 맛보아야 하는가. 너 때문에, 다 너 때문에. 네가 괴물이라서…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이 상대를 향한 투사로 뒤집힌다. 악에 받쳐 소리를 내질렀다.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을 좀먹던 칼날을 상대방 쪽으로 돌려 앞뒤 안 보고 휘둘러댔다.
“내가, 내가 예전에도 너 뒷통수 때린 적 있으니까, 내가 또 너 팔아버릴까 봐… 그래서 화내는 거잖아!!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뭐 그 전에 다 죽여버리고 여기 뜨기라도 하게? 응?”
“….”
“해 봐! 한번 해 보라고! 그게 니가 제일 잘 하는 거잖아 이 괴물 새끼야―!!”
“…내가, 너 죽일 거라… 생각했어?”
듣고만 있던 괴물이 비참함에 잠긴 목소리로 되물었다.
가시 박혀 피를 뚝뚝 흘리는 괴물이 까뜨린느를 내려다본다. 저기 저, 멍청하게 발에 채이면서도 자신을 올려다보며 힘없이 고개만 내젓던, 상처입은 짐승의 눈빛. 까뜨린느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크게 뜬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굴러내린다. 무언가 억누르는 것처럼 희게 입술을 앙다물고 있던 까뜨린느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쾅, 닫힌 문과 그 너머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서럽게 흐느끼는 울음소리.
괴물은 까뜨린느가 사라진 방문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괴물은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알았다. 알고 싶지 않았으나 뇌가 멋대로 기억해낸다. 평범한 서민들은 만져보기도 힘든 액수이다. 군의관의 몇 년치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은다 해도 이 정도는 어려울 것이다. 어리고 힘 없는 여자가 멋모르고 이 큰 돈을 쥐었다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도 있을 만큼.
그리고 고작 자기 하나에 이 큰 돈을 내건 미친 인간. 끔찍한 나의 창조주… 그 돈으로 어떻게든 이 머리를 사와서, 또다시 헛된 꿈을 꾸려 하는가. 저도 모르게 접합부를 긁어내리던 괴물이 까드득, 이를 갈며 두 손으로 머리통을 붙잡는다. 이것만 떼어버리면, 제가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이 이것의 저주 아래 놓여있는데, 이것만 떼어내버리면….
차라리 죽여버렸으면….
눈물 흘리며 헉헉거리던 괴물이 손을 탁 놓는다. 협탁을 짚고 가쁜 숨을 내뱉었다. 삭히지 못한 울분이 그 위로 후두둑 떨어져내린다. 그는 까뜨린느에 대해 생각했다. 잘해 주고 싶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북극에 가고 싶다기에 데려다 주고 싶었다. 가는 동안 적어도 많이 힘에 부치는 여정은 아니었으면 했다. 함께 하고 싶었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필요했다. 누군가 자신을 인간인 척 살게 할 수 있다면 그게 까뜨린느였으면 했다. 과한 욕심이었을까.
왜 까뜨린느는 자꾸 제 곁을 벗어나고 싶어할까. 차라리 그 때 구해준 후 서로 갈 길을 가도록 놓아주었어야 했다. 붙잡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떠나자. 그게 까뜨린느에게도 차라리 나을 것이다. 적어도 괴물 새끼 때문에 위험해질 일은 없겠지. 이대로 떠나, 나를 그토록 찾으시는… 날 이렇게 만든 창조주에게 찾아가, 이 끔찍한 기분을 그도 느낄 수 있도록 철저히 짓밟아준 후…,
숨을 고른 괴물이 몸을 바로세운다. 코트를 챙기고, 닫혀 있던 창문 쪽으로 향하려던 찰나…
끼익, 문을 열고 까뜨린느가 들어왔다.
퉁퉁 부은 눈을 한 까뜨린느가 서 있던 괴물을 지나쳐 그대로 침대에 푹 주저앉았다. 부스럭, 밀짚 가라앉는 소리가 난다. 그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제 손 끝만 쳐다보며 꼼지락거렸다. 아무 말 없이 다리만 툭툭 차대며 얼마간 부스럭대는 소리만 내던 까뜨린느가 별안간 한숨을 푹 내쉬고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안해,”
“…?”
“아, 미안하다고!”
버럭 큰소리를 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겨우 눈이 마주쳤다. 새빨개진 눈을 하고 그를 흘겨보다가 켕기는 것이 남아있었는지 스르르, 시선을 모로 돌려버린다.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벙 찐 얼굴이 된 괴물을 앞에 두고 까뜨린느가 중얼거렸다.
“…가서 다 불어버릴라 한 거… 그거, 아니…”
“….”
“그래, 사실 불까 말까 하긴 했어, 했는데…! 그, 그냥 생각만 한거야. 큰 돈이라고 하니까, 잠깐 내가 눈이 멀어서….”
“…나랑 같이 다니는 게 싫으면, 지금이라도…”
괴물의 묵묵한 대답에 까뜨린느가 눈을 치켜떴다. 발끈한 표정으로.
“아니, 미안하다고 하잖아! 말을 왜 그렇게 받아들여? 지금 내 말이 이해가 안 돼?!”
“…떠나겠다고, 내가…. 같이 다니기 싫으니까 그런 생각 한 거… 아냐?”
“아니라고! 안 불고 안 팔아버리겠다고!! 진짜 왜 그래? 아직도 화나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화난 거 아니…, ……. 너야말로, 왜… 화를 내?”
“아, 내가 언제―!!”
“지금….”
이제 괴물도 좀 심기가 불편해진 눈으로 까뜨린느를 마주 쏘아보았다. 씩씩거리는 까뜨린느와 입을 다문 괴물의 눈싸움이 얼마간 이어졌다. 별 의미도 없는 눈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둘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버리면서. 까뜨린느는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고, 괴물은 방금까지 불같이 화를 내다가 왜 갑자기 웃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다시 돌아보고.
귀족 나리들은 목까지 올라오는 비단옷도 많이 입던데. 스카프 대신 낡은 앞치마를 죽 찢어 만든 천을 목덜미에 둘러매주며 까뜨린느가 중얼거렸다. 아직 좋은 옷을 구해 입을 형편이 둘 다 못 되었다. 이제까지는 코트 깃을 세우거나 모자만 눌러쓴 채 돌아다녀도 충분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꼼꼼히 가리고 다녀야 하지 싶었다.
“뭐라고 부르지. 그, 막…. 나풀나풀거리는 예쁜 천쪼가리, 목깃에 이렇게 빙 둘러서 박아가지고….”
“프릴…. 필요 없어, 그런 거 .”
맞아! 어떻게 알아? 너 정말 별 걸 다 안다. 까뜨린느가 반색하며 올려다보는데도 별로 좋지 않은 걸 떠올려냈는지 괴물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잠시 상념에 젖어 있던 괴물이 모자를 집어들어 푹 눌러쓰고선 까뜨린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간촐한 보따리를 집어든 까뜨린느가 그 손을 잡았다. 애초에 오래 머무른 적도 없으나 원체 가진 게 적어 짐이라고 해봐야 별 것 없었다. 그동안 하루하루 벌어 쓰고 남은 돈 몇 푼, 다 헤진 옷가지와 반짇고리, 낡은 코트와 작은 노트, 그리고 두 몸뚱이. 하나는 겨우 동전 몇 닢에 팔렸고 다른 하나는 자그마치 저택 한 채 값이 달린.
어디까지 뿌려져 있을까, 수배지를 구겨 품에 넣은 괴물이 생각에 잠겼다. 이게 국경까지 퍼져 있을 정도라면, 어쩌면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포위망이 좁혀질지도 모르겠다. 북극으로 가는 길목에 도착할 때까지만, 아니면 적어도 까뜨린느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을 만큼, 혼자 남아서도 여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반이 잡힐 때까지만…,
“가자.”
별 문제 없이 잘 흘러가기를. 까뜨린느가 먼저 손을 잡아당기자 괴물이 그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두 인영이 조용히 복도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런 그뭔씹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연성을이런적폐캐붕파티로해도되는지?님 뮤지컬본거맞아요?잘모르겠으니 6연에 햊괴선깓둘다불러주시오,,, 뭔가쓰고싶었던갠적인캐해들이있었는데 겨우 괴발새발 완성치다 보니 다 까먹었네요,,, 생각난다면 나중에 트윗으로 남기겠습니다,,,
빅프슈 : 앙리,,,,ㅠㅠㅠ어디로간거지그건분명죽지않았을거야반드시돌아온다(우르릉꽝)헉내실험일지
줄랴 : ;;; 어디서죽었겠지,,, (하 수고비를 너무 적게불럿나,,이젠 제보도않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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