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 샘플] 담배 냄새
23년 7월 작업물
[기묘한 이야기] 2차 HL : B X M / 3000자
#짭근친 #남매 #약혐관 #사별컾
B를 잃은 후, 나는 매일 같이 악몽을 꿨다. 악몽의 내용은 단순했다. B가 나를 괴롭히고 나는 그에 대해 화를 낸다. 우리의 입에서 시끄러운 욕설들이 난무하다 그대로 잠에서 깬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난 나는, 더 이상 B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눈을 뜨자 의자에 앉아있는 B가 보인다. 나 역시 의자에 앉아 그를 마주 보고 있다. 아, 이건 꿈이구나. 이제는 B의 얼굴을 보면 이게 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언제나 B에게 휘둘리고 만다.
"야, 우리 지성인답게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야기?"
"그래. 나한테 뭐, 하고 싶은 말 없냐?"
내가 아무 말 없이 B를 바라보자 B가 담뱃갑을 쥔 제 손을 만지작거린다.
"거참, 끝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네. 욕이든 뭐든 좋으니까 해보라고.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이건 지금껏 없었던 패턴이다. 설마 이 꿈은 언제나의 악몽이 아닌 건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어쩐지 울컥, 슬픔이 몰려온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가슴 속에 깊게 내려앉는다. 하지만 나를 응시한 채 이죽거리고 있는 B의 앞에서 엉엉 울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이미 죽어서 미화되어 버린 나의 오빠 B가 아니라, 내가 내내 사라지길 기도했던 언제나의 B였다.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B를 바라보았다. 평소보다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B, 난 네가 너무 싫어. 하나부터 열까지 너와 관련된 거라면 전부 다 끔찍해."
"그래, 그렇겠지."
B가 웃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타들어 가기 시작한 담배를 입에 문 다음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이윽고 재수 없게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미소가 입에 걸린다. 담배를 피우는 B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긋하게 방영된다.
여동생의 앞인데도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싫어, 밤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역겨워, 화를 내지 않을 때면 의외로 조용하게 구는 건 전부터 생각했지만 어울리지 않아... 마음속으로 눈앞에 있는 B에게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내뱉고 있자, B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네가 너무 싫어. 연약한 주제에 내 여동생이랍시고 내가 챙겨야 한다니, 백번 생각해도 불합리하다고."
"...그거 미안하게 됐네."
정적이 이어진다. B가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내뱉는 광경이 몇 번 이어질 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언제나의 신경전은 온데간데없고 불편할 정도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참다못한 B가 말을 꺼냈다.
"더 할 말은 없어? 없으면 간다?"
"..."
더 할 말이라. B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하지만... 더 이상 B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엄마는 나를 바라봐 주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해도 엄마의 눈에 나는 비치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돌보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 어릴 적부터 그리 생각했다. 지금의 아빠와 재혼을 한 이후에도 나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아빠 역시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에는 네가 있었다.
B는 진득하게 나를 괴롭혔다. 나의 스케이트보드를 망가뜨리고, 내가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훼방을 놓았다. 아무튼 B는 나를 가만두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렇지만 B는, 나를 바라봐 주었다. 내가 늦게 들어오면 찾으러 와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최소한의 관심이란 게 있었다.
정말 싫어하면서도, 최악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제대로 바라봐 주는 건 결국 너였으니까.
눈물이 새어 나온다. 아아,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숨을 고르며 나의 옷 끝자락을 손으로 꾸욱 쥐었다. 나의 입에서 목 메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지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B가 답지 않게 단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내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미안. 이제 정말로 가야 해."
B가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우리 사이에 이런 다정한 스킨쉽은 익숙하지 않아서, 묘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는 옛날부터 B와 이런 관계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B가 살아있을 때 조금 더 대화를 해볼걸...
나를 쓰다듬던 B의 손이 점차 가벼워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B의 몸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었다.
"...B."
"뭘 놀라고 그래? 가야 한다니까."
B의 미소가 점차 여유롭게 바뀐다. 그런 B와는 다르게 나는 잔뜩 흥분한 채 B를 향해 손을 뻗었다. 뻗은 손이 B를 통과해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면, 말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이 있었다.
"나는 그래도, 네가 내 오빠여서 좋았어!"
내가 말을 내뱉자 B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지막 순간의 B는, 자신도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B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다 B가 쓰다듬어 준 자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머리카락에는 B의 담배 냄새가 남아있었다.
이후로 B는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이럴 때는 쓸데없이 내뱉은 말을 지키는 점도 싫다니까.
"B, 역시 너는 최악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냈다. 새삼스레 담배 냄새가 그리워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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