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하치] 죽음의 증명 (2020)
말하기도지친다 아무튼그
※미래날조
“하치야 선배가 돌아가셨대요.”
그들이 인술학원을 졸업한 지도 어언 몇 년은 흘렀다. 스물 셋의 쿠쿠치 헤이스케는 그동안 쌓인 경험의 두께를 증명이라도 하듯 감정의 동요를 크게 내비치지 않았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담담한 되물음이었다.
“칸에몽은 무사해?”
“네? 아, 네, 아마도…”
그가 졸업할 때만 해도 겨우 이학년 교복을 입었을 뿐이었지만 이제는 얼떨결에나마 닌자들 간의 연락책이라는 중임을 맡아버릴 정도로 성장한 후배가 그 옛날 몇몇 난처한 선배들을 대했을 때처럼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 당황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어서 나온 것이지, 숨기려던 사실을 찔려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헤이스케는 안심하고 방금 전해들은 소식의 당사자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부로는 어떻게 죽은 거야?”
“저… 그게, 그 선배 유언이, 쿠쿠치 선배께는 자세한 정황은 전하지 말라… 뭐 그런 내용이었대요. 웬만하면 자세히 파고들지도 말라고도 전하라셨다고.”
“왜? 칸에몽도 아닌데.”
“…저는 그냥 전달하는 입장일 뿐이니 모르죠. 다만 하치야 선배의 곁에 마지막까지 계셨던 다른 선배들도 저한테 전하시면서 선배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그게 그 녀석들의 거짓말이 아니라고 한다면 마지막을 다른 사람들이 지킬 수 있었던 데다 ‘정황’을 전하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건, 위험하고 급박한 임무 수행 중 죽은 건 아니란 얘기네. 단독 임무중에 죽은 것도 아니고. 그러니 내가 위험한 일에 말려들지 않길 원해서 남긴 말일 확률은 낮겠군. 우리 둘 다 서로 그럴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남은 가능성은…”
“…….”
후배는 그제서야 ‘웬만하면 소식 자체도 전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이라고 말하던 선배들의 씁쓸한 표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배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육 년간, 같은 반도 아니었지만 함께 지내 온 선배들의 관계를 오판하고 만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최소한의 단서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 반도 달랐던 동창을 위해 마음을 먹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거다. 어쩌면 얕본 걸지도 모른다. 고작해야 삼 년여를 봐 온 저가, 육 년 간 함께였던 선배들 간의 관계를. …그러나 지금은 멍하니 후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음… 저기, 쿠쿠치 선배. 그럼 다른 용건은 없으신 거죠?”
“응? 응… 그래.”
다행히 말을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이 자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되었다. 그 안도감 때문일까, 그는 또 한 가지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녀석 장례는 다른 애들이 치른 거야?”
“어, 네. 그쪽 성에서 비용을 대 줘서… 그쪽 영지에 무덤자리 하나 얻으셨대요.”
“…그렇구나. 고마워.”
“네, 그럼 전 가 볼게요.”
혹여나 또 실수를 할까봐 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실수를 남기고서 평소보다 다급히 자리를 뜨는 후배를 떠나보낸 헤이스케는 홀로 남아 깊은 생각에 빠졌고, 그런 그를 흘끗 뒤돌아본 후배는 혹시라도 뒷덜미를 잡힐세라 후다닥 도망쳐 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잘 된 거네요.”
“지금 위로가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쿠쿠치 선배 쪽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지금 제 앞에 있는 건 카와니시 선배잖아요. 그리고 저도 위원회 선배를 잃었고.”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어째 넌 멀쩡해 보인다. 네 말대로 하치야 선배는 학원 시절 네 위원회 직속 선배였잖아.”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 부고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하치야 선배라서.”
카와니시 사콘은 덤덤해 보이는 인술학원 시절 한 학년 아래였던 후배가 그보다 몇 학년은 더 위였던 선배와 그렇게 먼 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덜렁거리는 면이 있는데다 불운까지 겹쳐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으나 결코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또한 인술학원에서 육 년간을 버티어 졸업한 자였다. 보건위원 특유의 성정을 갖고도.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이나데라도 피해간 불운을 내가 덤터기 써서 떠맡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냔 말이지.”
“에이, 너무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잖아요.”
“그러니까, 그 누군가는 해야했던 일을 왜 하필 닌의인 내가 하냐고!”
“닌의도 일단은 닌자니까…?”
“웃기지 마. 결국 당사자 시신 한 번 못 본 닌의가 부고만 전달해서 더 불행해진 건 너희나 내가 아니라 선배들이잖아.”
“그럼 어쨌든 카와니시 선배가 불행한 게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되겠네요.”
“…….”
닌자의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뻔뻔함일 것이다. …물론 그 또한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건 역시 너무한 게 아닐까. 지금 그가 뭐라고 하든 ‘역시 선배는 보건위원회라서 불행한 게 아니라니까요’ 따위의 말이나 할 게 분명한 아나우시도, 돈 냄새뿐만 아니라 위험의 냄새도 귀신같이 맡아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리 꽁무니를 뺀 자유 닌자도, 없던 중환자가 갑자기 생겼다며 어딘지 모를 출장을 떠난 후배 닌의도, 학원 시절 직속 후배 주제에 자긴 수둔술 전문이라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 동급생도… 누구랄 것 없이 하나같이 뻔뻔했다. 한 학년 아래 하반 녀석들의 특성이라기엔 그의 동급생은 같은 학년이었던 데다가, 이반 출신이었다. …다시 생각하니 그 놈이 제일 열받네. 그 배반자 자식! 나중에 만나서 따지고 들면 십중팔구 미리 눈치채지 않고 내빼지 못한 네 잘못이라며 성질이나 돋굴 게 분명한 동창을 생각하니 재차 끓어오르는 속을, 다소 식은 찻물로 조금이나마 잠재운 불운한 닌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너희 때문에 앞으로 한 동안은 그 선배들이 계신 곳 근처는 가지도 못하게 생겼다.”
“선배는 정말 보건위원회 출신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땐 그 누구보다 보건위원회시네요.”
“그거 욕이지?”
“아니라니까요. …뭐, 정 그러시면 한동안 이 근처에 계셔도 좋겠네요. 란타로도 한동안은 돌아올 것 같지 않고, 저희 직업 특성상 의원은 늘 필요해서.”
“급료는 당연히 주겠지?”
“사람을 구하는 보건위원이자 의원이 그런 말씀 하셔도 돼요?”
“약이랑 붕대 값은 땅 파면 나오냐?”
“적어도 약초는 땅 파면 나오잖아요.”
“그럼 네가 파, 이 자식아.”
시답잖은 화제로 흘러간 대화가 몇 마디 더 이어졌다. 어느새 편한 자세로 퍼질러앉은 손님과는 정반대로, 아직 단정하게 정좌를 한 채로 농담이에요, 그건 당연히 두둑히 쳐서 드려야죠, 같은 말을 하는 집주인-의 장손-의 안색은 아까보다는 볼 만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또, 귀찮은 일은 싫다면서 곤란해하는 타인을 지나치지 못하는 전 인술학원 보건위원장은 매몰차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부고의 전달을 부탁받았을 때와 같이.
“…사람을 아주 갖고 노는 게, 너도 역시 그 선배의 후배구나 싶다.”
“꼭 제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럼 아니냐?”
“음…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일 순 있어도, 나쁜 닌자는 절대 아니죠.”
“…방금 결정했다. 네 부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한테도 안 전할 거다. 네가 귀신이 되어 직접 와서 절하면서 빈다 해도 안 해.”
“카와니시 선배는 나쁘지 않은 사람에게 가혹하신 분이시네요.”
“그럴…! ……리가 있겠네. 확실히.”
안색이야 어쨌든, 말투만큼은 여전히 뻔뻔할 정도로 침착하던 아나우시의 말에 타박을 하려다 스스로 납득해버린 쿠로키 숯가게 전속 새 닌의에게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진지한 말이 돌아왔다.
“…선배, 자책은 좋지 않다니까요.”
“너나 하치야 선배한테는 몰라도, 쿠쿠치 선배한텐 확실히 그랬어. 너나 하치야 선배한테는 몰라도.”
“아, 저랑 하치야 선배를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아니지. 비슷한 게 아니라 아주 똑같으니까.”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후배는 몰라도, 세 학년 위의 선배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작태는 오히려 눈앞의 그 후배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의도하고 꺼낸 말이었고 듣는 쪽도 알고 있었다. 서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서 그게 쓸모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난 그 선배가 사학년일 때부터 봐 왔잖아. 그때도 똑같았다니까. 만약 그 선배가 보건위원이었다면 난 진작 인술학원을 자퇴했을 거야.”
“그렇게까지나요?”
“기억 안 나냐? 내 동실은 사부로지였어. 주변에 그런 사람들만 잔뜩 있다고 생각해 봐.”
“아아….”
“…뭐, 그 당시엔 그 선배도 보건위원회 근처엔 얼씬도 안 했었으니까.”
“하치야 선배가요? 왜요?”
“왜긴, 닌타마들은 보통 특기 무기를 사학년때부터 정하기 시작하잖아. 그 선배가 잡은 특기무기는 표도였고, 덕분에 손에 상처가 그칠 날이 없었어서. 그런데 그 사람, 오죽 완벽주의자였냐. 후와 선배로 완벽하게 변장하겠답시고 상처 위에다 분칠을 해서 이사쿠 선배한테 죽도록 혼났었지.”
“하하….”
이미 고인이 된 선배의 부끄러운 역사를 듣는 것은 꽤나 이상할 법 했지만, 딱히 금기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일이었다. 이제 와서는. 아니, 그 고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하치야 사부로여서일까.
“…하치야 선배는… 그때부터 그러고 계셨군요.”
“그래. 그러면서 실력도 계속 늘어갔지만. 졸업할 때쯤엔 결국 키나 체격, 목소리까지도 자유자재로 바꾸곤 했잖아.”
“그렇죠. 자주 네 살이나 차이나는 신베로 변장하시곤 하셨어요.”
“후쿠토미 얼굴 진짜 맘에 들어했나보네.”
“그러고선 자주 용구위원끼리 먹으려고 둔 간식을 훔쳐 오셔서 나중에 화난 토마츠 선배가 찾아오시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너도 피해자였다고?”
“설마요, 공범이죠. 후쿠토미야에서 취급하는 과자 맛있더라고요.”
“…….”
…애초에 기대를 한 쪽이 잘못이지. 하기야 공범을 자처하는 눈앞의 남자를 탓하기만 할 수도 없는 게, 육학년 시절의 하치야 사부로는 이미 교사진을 제외한 그 누구로 변장하든 간에 학원장마저 구분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덕분에 그때의 그는 학원 내에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던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공평하고 치사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선배가 너희 직속 후배들 말고 우리한테만 불공평하게 구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치야 선배는 모두에게 공평히 불공평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동급생이었던 선배들에게도 그랬겠지.”
“…….”
“그랬던 것 같더라고. 그동안은 몰랐었는데. …결국 그 선배, 학원 졸업하고서는 한 번도 후와 선배 얼굴 개인적으론 안 빌렸던 것 같고.”
찻물은 이미 다 식었지만 후쿠토미야에서 들여온 과자는 여전히 맛있었다. …후와 선배에게도 그랬다면, 그 선배가 공평을 허락한 사람은 존재하긴 했을까. 어쨌든, 쿠로키 쇼자에몽이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고, 그리고 이제서야, 일이 이렇게 되고 나서야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까보단 훨씬 낫네. 그래, 내가 네 뒷덜미라도 잡고 가야지 어쩌겠냐. 앞으로 한동안 여기 머물러 줄 테니까 언제든 불러.”
“…생각보다 상냥하시네요.”
“당연히 과자가 목적이지. 아니, 다음번엔 당고로 해. 오랜만에 먹고 싶어졌어.”
어떤 이유로든, 괜찮아진 것은 한쪽뿐만이 아니었다.
불운한 자는 보건위원 출신 중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학원 시절 선배가 소속되었던 성의 뒤를 캐다 기습을 당해 자리보전을 하는 신세가 된 후배가 그랬다.
“그야말로 다른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의 몸을 내던지는 학급위원장의 귀감이라 할 만 하네.”
“이케다 선배, 환자 앞에서 그런 말씀 하지 말아 주실래요.”
“치료 끝났잖아. 그럼 환자 아닌 거 아냐?”
“…혹시 요양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계신가요?”
부상자를 사지에서 끌고 돌아와 의원까지 붙여준 또다른 선배는 사실 그렇게까지 배려심을 갖춘 인간은 아니었다. 이 또한 그의 불운 중 하나였다. 동시에 이 보건위원회 출신 의원의 불행이기도 했다. 속쓰리게도 받은 은혜라는 것도 함께 있어 대놓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입장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 선배들이 있는 성이잖아. 쉽게 뭘 내줄 리가 있냐고.”
“그럼 왜 같이 가신 거예요?”
“쿠로키도 그렇지만, 이마후쿠도 꼴에 학급위원장이라 고집이 어지간히 세냐. 못 말릴거면 시체 되기 전에 목덜미 끌고 올 생각이나 했던 거지. 거기다 하필 죽었다는 게 그 선배라, 쿠쿠치 선배한테 가는 것도 껄끄러워서.”
“결국 선배도 가기 싫었다는 거네요.”
“당연하지. 그 김에 너도 구해준 거니까 감사히 여겨. ”
“그것 참 고맙게 됐네요.”
부상자 옆자리에 누워 한가하게 뒹굴거리던 구원자이자 요양 방해꾼이 의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우쭐거리고 있다는 것이 곧바로 느껴져서 최대한 빨리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리고 싶어지고 말았다. 아무튼 기를 세워 줘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수확은 있었어요?”
“헹, 있겠냐. 그 성에 우리가 의심하고 있다는 증거를 던져준 것밖에 없어. 그래도 이 정도면 크지. 목숨도 건졌는데.”
“…선배는 보다보면 보건위원이랑 육 년동안 동실이셨다는게 안 믿겨요.”
“내가 이렇게 줏대 있는 남자라는 거다. 본받고 배워.”
“아뇨, 거기서는 좀 없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한숨을 쉰 전 보건위원이자 현 닌자 겸 의원이 이번엔 다른 고민에 빠졌다. 이때까지 외면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들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그 근처의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야 함을 뜻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의 가장 오래된 친구들 중 하나는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이런 일에는 결코 끼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아, 그건 걱정 마. 아마 사콘이 갔을 걸. 걔가 오죽 불운하냐. 남 부탁도 은근 거절을 못하니까 걸리기 딱 좋지.”
“…이케다 선배, 저는 데려오셨으면서 카와니시 선배는 안 데려오신 거예요?”
“환자가 한 명인데 의원이 뭐하러 두 명이나 붙냐.”
“저 미리부터 불려 와있었잖아요? 환자가 두 명이 됐을 수도 있죠.”
“그땐 의원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까 돌려보내야지.”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뒹굴거리던 남자가 발끝으로 의원의 다리를 툭 쳤다. 그가 이렇게 굴 때는 특히나 심심하다는 뜻이었고, 원래도 귀찮은 인간이 두 배는 더 귀찮게 굴게 될 거라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선배, 저 바쁘거든요.”
“나 배고파. 죽 끓여 줘.”
“환자도 아니시잖아요. 직접 끓여 드세요.”
“죽은 보건위원회가 끓인 게 제일 맛있어.”
“그건 카와니시 선배가 졸업하시기 전 얘기고요.”
그러나 그런 귀찮은 인간과 얽혀 살아온 경력이 십 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지라 상대하는 데에 이골이 난 후배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애초에 그는 이런 상황이 최소한 열 번은 넘게 일어날 것을 각오하고 부름에 답한 것이었다. 어쨌든 좀 귀찮은 인간을 상대하는 게 적어도 지금만큼은 껄끄럽기 그지없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너 보건위원회면서도 죽도 못 끓이냐? 이럴 거면 그냥 사콘을 데려올 걸 그랬다.”
“애초에 보건위원회는 죽 끓이는 위원회가 아니거든요. …그나저나 그럼 돌아가면 저 카와니시 선배한테 욕 엄청 듣겠네.”
“너보단 내가 더 많이 욕먹을걸. 내가 좀 괘씸해야 말이지.”
“그걸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는 거냐고요….”
“뭐, 어쨌든 걱정은 하지 말란 뜻이야. 지금 걱정해서 어떻게 될 일도 아니고.”
“선배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불안해지는데요….”
“괜찮다니까. 지금쯤 걔 쿠로키네 집에서 놀고먹고 있을걸. 너 대신 취직해서. 기뻐해라, 너는 이제 학원을 막 졸업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구직활동을 하면 되는 거야.”
“…농담이죠?”
“농담은 무슨. 원래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저 지금 바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마음에도 없는 말 하기는. 네가 눈앞에 있는 환자를 두고 갈 수 있을 것 같냐?”
차마 부정하지 못할 말을 던진 밉상 인간은 이번에는 아직도 누워서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환자의 발을 툭 찼다. 또래에 비해서 그다지 특출나게 길지는 않은 다리를 최대한으로 쭉 뻗어 찬 것이라, 환자의 발보다는 머리가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꽤나 배려를 담은 몸짓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의원의 입장에선 그나마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얘는 언제 일어난대?”
“모르죠, 선배 때문에 못 일어나고 있는 걸 수도. 히코시로는 저한테 맡기고 선배는 선배 일 보러 가시면? 원래 이렇게 한가하신 분 아니잖아요?“
“너는 내가 지금 한가해 보이냐?”
“엄청요. 괜히 치료 방해 말고 그냥 가세요.”
“안 되지, 안 돼. 적어도 얘가 일어나서 너랑 내가 하치야 선배가 아니라는 걸 정말로 납득하기 전까진 못 가지.”
“…그래서 본인이 하치야 선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일부러 짓궂게 굴고 계신다 이거예요? 신뢰가 안 가는 말인 건 둘째 치고, 그거 역효과만 나는 거 아시죠?”
거기다 히코시로는 아직 의식도 못 차리고 있다고요. 지금 선배가 뭘 해도 모를 건데, 뭘. 그러니 좀 얌전히 있어 주실 수 없나요. 환자를 향해 내밀었던 다리를 거두고 일어나 고쳐잡은 책상다리 위에 비뚜름하게 턱을 괴고 앉는다는, 허리 건강에 좋지 않을 게 분명한 자세를 하고 있던 선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괴고 있지 않던 손의 새끼손가락으로 귀나 파다가 잔소리가 끝날 때쯤 꺼내어 훅 불었다.
“하지 마요, 드럽다고요.”
“아, 뭐, 정 납득 못하겠으면 증거라도 대 주면 될 거 아냐. 그 선배는 절대 모를 사실을 말해준다던가.”
“…그래요, 그래서 그게 뭔데요. 어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사콘이 학원 시절에 쓰던 훈도시 구멍 나 있었어. 내가 태워먹었거든. 졸업할 때까지 비밀로 했으니까 걔는 내가 한 건줄 아직도 모를걸.”
“저 방금 선배 약점 잡은 거 맞죠?”
“야, 치사하게! 그게 내 탓이냐? 걔가 불운해서 그런 거지!”
“선배가 태워서 난 구멍이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휘말려 저까지 언성을 높여 버린 의원은 이 인간을 계속해서 환자 옆에 두는 것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건 의원으로서의 의무감이 아니라 상식인으로서 더 이상 피해자를 늘릴순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선배는 카와니시 선배한테든 쿠쿠치 선배한테든 가세요.”
“너 이 자식, 은혜를 뒤통수로 갚아?”
“그럼 선배가 히코시로 치료비 내시던가요.”
“좋아, 갈 길이 머니까 바로 지금부터 출발할까.”
“지금쯤, 헤이스케도 소식 접했겠지.”
“그렇겠지. 카와니시가 아무리 불운해도….”
“…우리 꼭 이랬어야만 했을까.”
“어쩔 수 없어, 명령이었잖아. 이제 와서 고민해도 소용 없다고.”
“하지만 칸에몽이 화낼 거야. 벌써 화났을 거고.”
“그건 뭐, 진짜로 어쩔 수 없지….”
책임감이 강한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나 많이 꺼내는 것은 드문 상황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 말을 입에 담는 얼굴은 전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사람의 본성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학우가 십여년 간 그랬듯이.
“또 여기 계십니까?”
그때, 저 아래에서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다를 낀 절벽, 그 절벽 위로 올라오는 짐승길을 아는 사람은 타케야 하치자에몽과 그에게 안내받은 적이 있는 소수의 몇 명뿐이었다. 타무라 미키에몬도 그 몇 중 하나였다.
“너무 자주 오시면 다른 사람들도 의심할 겁니다.”
“미안. 시기가 시기인지라, 만나서 이야기할 곳이 마땅찮아서 말야.”
“이런 시기니까 더 조심하셔야죠.”
“그건 그렇지. 타무라는 무슨 일이야? 혹시…”
“그 혹시입니다. 오하마 선배께서, 자긴 바로 쿠쿠치 선배께 갈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바보들을 잘 부탁한다고도.”
“…칸에몽 답네. 거기다 지금 여기 와봤자 우리랑 만나지는 못할 테니까.”
“그래도 역시 나중에 만나면 화내겠지… 그런데, 그 바보들이란 건?”
“아, 그건 저한테 하신 말씀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
후배의 사무적이고도 신랄한 말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두 바보들은 이내 한숨을 내쉬고 그들이 앉아있는 옆, 빈 바위를 가리켰다. 그들이 주로 인술 학원 시절 이야기를 나눌 때 오는 장소인 만큼, 앉은 수 있는 자리도 그들이 한 번에 모두 앉을 수 있는 만큼은 있었다.
“아뇨, 지금 바로 돌아갈 거니까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지쳤을 거잖아. 좀 쉬고 가.”
“그리고 칸에몽도 그랬다며? 바보들을 잘 부탁한다고.”
“…정말 잠깐만입니다. 이쪽도 바쁘다고요.”
“알지, 알지. 유리코를 오랫동안 혼자 두게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말라고.”
짐승들의 길을 석화시를 끌고서 올라오는 것은 힘든 일인데다가, 그랬다간 길에 자국이 남고 쇠와 화약 냄새가 배어 비밀길을 들켜버리기 쉬웠다. 덕분에 그가 이 장소에 올라올 때는 평소보다 경장이 된다. 그렇다곤 해도 인술학원 육 년간의 과정을 모두 수료한 닌자, 쿠나이 한 자루나 수리검 몇 개로도 웬만한 자 몇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다.
“유리코가 문제가 아니라… …아니, 됐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은요?”
“꼭 우리가 용건이 있어야만 만나는 사이인 것처럼 말한다?”
“사실이지 않습니까. 딱히 자주 만날 일이 있는 사이인 것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두건을 풀자 바닷바람이 드러난 머리카락을 한 번 쓸고 지나갔다. 날이 더울 때면 이만한 피서지도 별로 없었다. 거의 늘 닌자로서의 임무와 의무에 묶여 멀리 가지 못하는 신세임을 감안해 정한 그들만의 피서지 겸 비밀 장소로, 그만큼 겨울에는 잘 오지 않게 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절벽 위로 날아오는 겨울 바람은 무차별적으로 쏘아진 수리검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막 찾아온 방문자의 태도처럼.
“학원 시절엔 귀여웠던 우리 후배님이 언제 이렇게 차갑게 변해버렸담.”
“선배들이랑 저 한 살 밖에 차이 안 나지 않습니까? 그러는 선배들이야말로 오하마 선배가 여기 안 오신단 거 아시자마자 여유로워지셨네요.”
“…뭐, 좀 그렇긴 하지. 적어도 지금 당장 칸에몽을 볼 면목은 없었거든.”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으면서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그렇다고 명령을 거부할 순 없잖아.”
“오하마 선배가 그 정도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선배는 오히려 다른 이유로 화가 나신 것 같던데요.”
“아, 역시 화나긴 한 거구나.”
신경 쓰는 부분은 결국 거긴가. 이 답도 없는 선배들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 선배는 왜 자신에게 이 사람들을 부탁한 걸까. 하기야 달리 부탁할 사람도 없긴 했을 테지만.
“…오하마 선배도 결국엔 굉장히 무르신 분인 것 같네요.”
“걔가 후배들이랑 헤이스케한텐 좀 많이 그랬지.”
“아뇨, 선배들한테도요.”
“어… 그랬던가?”
“뭐, 칸에몽은 성격 자체가 날카로운 편은 아니었지. 오히려 되게 원만한 편이었잖아.”
“나한텐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야 하치자에몽 넌 칸에몽이 말하려 하지 않는 것도 굳이 파고들고, 헤이스케의 성질을 건드리는 것도 잘 했으니까.”
혼자만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나 싶어 심각해진 어깨 위에 위로라는 이름의 비수가 박혔다. 이제는 그것이 단순 의견 차이가 아닌 어린 날의 부주의였다고 자각하고 있는 탓에, 괜히 양심에 찔려 움찔하고 말았다.
“윽, 그건…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곤 생각하고 있어.”
“응, 그거야 다들 알고 있었지.”
“선배들은 그냥 완벽히 딱 들어맞는 관계가 아니었던 것뿐 아닙니까? 시오에 선배랑 케마 선배처럼요.”
“우린 그 정도까진 아니었어. 그 선배들은 오히려 너랑 타이라…”
“아뇨. 그건 절대 아닙니다.”
선배의 말까지 끊어가며 딱잘라 부정한, 한때는 로반의 꼬맹이였던 남자가 오랜만에 떠올라버린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을 애써 내리누르는 사이, 역시 아직도 귀엽기 그지없는 후배를 보며 저들끼리 웃던 선배들이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러고 보니 타무라, 너 우리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우리가 상급생일 즈음엔 회계위원회에 우리 학년은 없었잖아?”
“저학년땐 있었지만, 우리가 사학년 쯤 올라갈 땐 없었지.”
“하지만 그때쯤부터 이미 학원의 명물이셨던 분들이 대부분이잖습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도 몇 번 들었던 말이긴 하지만 그걸 타무라한테 들으니 또 기분이 새롭네.”
“…아무튼, 타케야 선배가 쿠쿠치 선배 앞에서 두부에 대한 얘기를 하시면 항상 싸움으로 번졌다거나, 늘 후와 선배와 함께 다니시기로 유명하셨던 하치야 선배께서 오학년 즈음부터의 야간 자율 훈련 때는 쿠쿠치 선배와 합을 맞추곤 하는 사이셨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나랑 헤이스케는… 그렇다 치고. 칸에몽이 그런 얘기도 했어? 상급생의 자율 훈련에 대해서까지 알 줄은 몰랐는데.”
또다시 들추어진 과거에 큼,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동문끼리 이야기를 할 때면 꼭 이런 문제가 생기곤 했다.
“아뇨, 그 당시부터 학원 내에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요. 누가 퍼뜨린 건진 모르겠지만. 그게 밀회가 아니냐고 하는 녀석들도 있었죠.”
“에이, 그건 너무 갔다. 그건 그냥 그 녀석들 실력이 그나마 비슷한데다, 둘 다 연습광이라서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하치야 선배가 보기와는 달리 성실하신 분이시라는 건 압니다.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르는 바보들이 많아서 그렇게 믿는 녀석들이 많았던 거죠.”
“보기와는 달리…”
“평소엔 후배들한테 장난만 치고 다니셨으니까.”
“…변명의 여지가 없긴 하지.”
동창이자 학창 시절의 학급위원장을 최대한 좋게 포장해 주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아무리 엮이게 되면 마지막까지 책임진다는 게 인생의 지론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란 늘 있는 법이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장난도 하치야 선배께는 일종의 단련이나 다름없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가 포기한 걸 네가 해내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배들이 졸업하실 때쯤엔 하치야 선배의 변장을 간파해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잖습니까. 골탕을 먹어도 당했다는 사실 그자체를 한참 뒤에야 깨닫는 경우도 많았고. 닌자로서는 최고의 자질이라고 봐도 좋았죠.”
“…….”
“졸업한 후의 선배는, 그 무엇으로도 변장하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나 석상은 물론이고 나무나 짐승, 심지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이나 구름같은 것으로도. 터무니없는 말임은 알지만, 어떤 재능은 그 터무니없는 일도 어쩐지 말이 되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 그를 아는 모두가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변장의 귀재 하치야 사부로가 죽었음을. 그의 ‘죽음’을 직접 목도했다고 해도.
“그 누구도 하치야 선배의 본모습을 몰랐으니까요. 졸업이 가까워져 갈수록 변장 실력은 늘어만 가셔서.”
가면 너머에 숨겨지는 ‘하치야 사부로 선배’의 요소는 늘어만 갔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육 년동안 회계위원이었던데다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화약의 양, 목표물의 위치와 속도, 발사각에 따라 달라지는 탄도 따위를 계산하며 살아온 남자는 그 지독한 가면들을 뒤집어쓴 인간이 스스로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구름이나 바람으로도 변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동경에 가까운 생각을 품고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장하려면, 우선 스스로를 지워야 한다. 얼굴이나 체형은 물론이고 목소리나 체향, 버릇, 태도, 심지어는 호흡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지우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산해내야만 한다. 매순간 스스로를 잃되 잃지 말아야 하며 남기지 않되 남겨야만 하는 악착스러울 정도로 정밀한 삶은 그 같은 천재성을 가진 괴짜가 아니면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려 들지도 않을 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다른 많은 사람들과는 여러 의미로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 다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어떤 의미로든 걱정이 되질 않더군요. 하치야 선배가 모두에게서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칸에몽이 왜 우릴 너한테 맡겼는지 좀 알 것 같네.”
“…그렇습니까?”
“새로운 시각은 언제나 중요한 법이잖아.”
“네 덕분에 좀 개운해졌어. 칸에몽한테 혼날 걱정도 좀 접었고.”
“…….”
“아, 하늘 좀 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붙잡아 둬서 미안하다, 타무라. 먼저 내려가, 우린 좀 있다가 따로 내려갈게.”
“…너무 늦게 돌아오진 마십시오.”
“알고 있다니까.”
한숨을 쉬며 일어나 올라왔던 산길로 들어서는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모르니까, 내려가면 유리코한테도 한 번 말 걸어 봐.”
“…….”
타무라 미키에몬은 자신이 제 석화시에게 ‘선배, 진짜 유리코를 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석화시가 그를 올려다보며 ‘앗, 들켰나.’하고 대답한다. 혹은 대답하지 않더라도, 어느 쪽이든 썩 보기 좋을 광경은 아니었다.
그는 선배의 쓴웃음 담긴 농담에 정색하고 대답했다. 사양하겠습니다.
가게 주인은 보통 아나우시들이 가장 선호하는 위장용 직업이지만, 그 가게가 음식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취급하는 물건이 상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해서 오래 자리를 비우지도 못하고,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운 새에 정체를 들킨 적이 상품에 독을 타기라도 한다면 여러모로 끝장나기도 쉽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직접 만드는 상품들에 끔찍히도 애정을 가져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데다가, 유통기한이 짧아 대부분의 상품을 그날그날 전부 팔아치우고, 설사 팔지 못한 것이 있다 해도 스스로 모두 해치워 버리는 이 두부 가게의 주인은 천직을 찾았다고 볼 수 있었다. 닌자로서도, 상인으로서도.
하지만 요 며칠은 영업을 지속할 상황이 못 되니 닫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게의 문은 멀쩡히 열려 있었다. 가게 밖까지 두유 냄새가 맡아질 정도로 요 며칠 내내 만들고 판 두부의 갯수도 많은 것 같다. 들어가기 조금 꺼려졌지만, 결국은 입구에 드리워진 발을 젖히고 들어서게 된다.
“…안녕하세요.”
“아, 어서와. …사부로지야?”
“…….”
두 사람의 학년차가 꽤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삼 년이나 함께 학원을 다니며 같은 위원회로서 매일같이 마주쳤던 사이였다. 게다가 햇수로만 따져도 알고 지낸지가 어언 십 년이니, 이제 와서 새삼 만날 때마다 이름을 확인할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묻게 되는 건, 쿠쿠치 헤이스케라는 남자가 무심한 선배여서는 아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니까 오기가 싫었던 거라며 속으로 투덜대고는 그럼요, 하고 대답하며 방문 선물로 사들고 온 콩 자루를 들고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어쨌든, 지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팔 할이 제 탓임을 인지하고는 있는 탓이었다.
“응, 어서 와. 사콘은 쇼자에몽네 집에 갔을 텐데. 만났어?”
“걔 얼굴이야 허구한 날 보고 사는데 새삼 뭘요. 아, 이거 선물이에요.”
“선물?”
선물이라는 말에 대답한 것은 헤이스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아마 먼저 온 손님인 듯, 안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있다가, 선물이라는 말에 곧바로 반응해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어째 안색이 시퍼런 게, 제대로 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뭐야, 뭔데! 두부만 아니라면 뭐든 괜찮아!”
“안녕하세요, 오하마 선배. …안됐지만 이건 콩인데요.”
“……아, 알겠다. 네 이름이 콩이라는 거지? 이 자루는 전병이나, 만쥬나, 뭐 그런 거지!”
“아뇨, 저는 이케다 사부로지고 이 자루 안에 든 게 콩이라고요.”
그렇게 대답을 하며 절규하고 있는,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한 인간이 방금까지 앉아있던 자리를 보니 빈 접시 여러 개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두부 접시가 보였다. …음, 역시 안 오는 게 나았겠군.
“고맙게 받을게. 칸에몽한텐 미안하게 됐네, 오랜만에 왔는데 두부만 잔뜩… …요새 생각할 게 많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손만 움직이다 정신차리고 보니까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지 뭐야. 그래서 같이 처리해주고 있는 중이야. 괜찮으면 너도 좀 먹고 가.”
“…전 저 정도론 많이 못 먹는데요.”
“응, 칸에몽도 다 못 먹으니까 나눠 먹어. 갈 때 조금 싸서 들고 가도 괜찮아.”
“그럼 나도 좀 가져갈게, 이거면 며칠 정돈 반찬 걱정을 안 해도 될 거야….”
“미안. 늘 신세만 지네.”
“미안하긴, 우리 사이에 무슨 신세야. 나야말로 앉은자리에서 다 못 먹어줘서 미안….”
…저 정도를 해치운 것만 해도 대단한데. 조금 질린 얼굴로 두 사람과 끝없어 보이는 두부의 향연을 번갈아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헤이스케의 두부는 양은 둘째치고 확실히 맛있기는 하니까 적당량이라면 잠깐 먹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고마워.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야?”
“…뭐, 아무래도 신경이 좀 쓰여서요.”
“그럼 그냥 처음부터 네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자루를 받아들고 한쪽에 내려놓은 뒤 안쪽으로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면,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 자꾸만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랬다간 서로에게 최악의 결과가 됐을 걸요. 아시잖아요. 하지만 결국 저 너머로 밀어내고 뒤를 따랐다. 아나우시라고는 해도, 단련을 게을리하진 않는지 여전히 다부진 어깨가 눈에 밟혔다.
“…그러고 보니 교토가 그렇게 소식이 느린 지역은 아닐 텐데요.”
“그렇긴 하지만, 그건 전국 각지 성들의 정세에 관한 정보 얘기지. 일개 닌자 한둘에 대한 소식은 관련자가 전해주지 않으면 모르는걸. 평소에 연락을 그렇게 잘 주고받던 사이도 아니고.”
그리고 그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헤이스케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을 꺼렸었다. 전하기로 했어도 최소한의 정보만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전하려던 발신인들부터, 서로에게 떠넘기려 기를 쓰던 연락책들까지. 결국 그 역할은 두 사람과 함께 엮였던 적도, 얽힐 관계도, 운도 거의 없는 애꿎은 사람이 떠맡았다. 그 대가로 한동안의 안정된 일자리를 얻었으니 그에게 있어서는 그렇게까지 나쁜 사건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좀 미안하긴 해. 전혀 상관 없는 일에 끌어들여버린 거니까.”
“헤이스케 네 탓은 아니잖아. 사콘한테 소식을 전하게 한 하치자에몽이랑 라이조가 나빠.”
“걔네도 일단은 친구를 잃은 상황이잖아. 탓하고 싶지는 않아.”
“그건 그래. 그러니까 제일 나쁜 건 사부로야. 왜 죽어서 이런 일을 만드느냔 말이야.”
억지에 가까운데다가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고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하치야 사부로였기에.
“아무튼, 사콘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줘. 그땐 내가 경황이 없어서 못 챙겨줬네.”
“걔도 이제 스무 살인데요. 새삼 챙김받을 나이는 아니죠.”
“사부로지, 사콘이랑 사이 나빴던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만큼 잘 아는 사이라서 그런 거라고 치죠.”
“그게 그렇게 되나?”
“걘 지금 거의 매일 차랑 과자 먹으면서 놀고 있을 거라고요. 일은 하고 있겠지만 그건 닌의로서 돈 받는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고. 안봐도 뻔하죠.”
쿠쿠치 선배랑 하치야 선배가 인술학원 시절 무슨 관계인지 몰랐단 죄의 대가를 받은 것 치고는 엄청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가 언급한 선배들과 세 살은 차이나는, 즉 그들이 졸업할 때 고작해야 열두 살이었을 후배의 말에 눈앞에 있는 두 선배들은 동시에 기묘한 표정이 되었다.
“…왜 선배들이 졸업하실 때 고작해야 이, 삼학년이었던 저희들까지 내빼려고 애썼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몰랐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역시…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해서.”
“지금 와선 우리한테도 옛날 얘기고.”
“하지만 오 학년 때부터 야간 단련도 항상 함께 하시고, 대련도 엄청 자주 하셨다고.”
“그거야… 아니, 그런 건 어디서 들었어?”
“어디냐뇨… 타카마루 씨가.”
“…….”
그리고 그 타카마루 씨는 다른 동급생, 소문의 주인공들과 한 학년 차이나는 선배들에게서 들었다고 했었다. 물론 그는 그저 연하의 같은 위원회 선배가 그 학년의 천재라 불리는 자와 어느 정도 호각을 이루는 대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단하다고 여겨 했던 말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이 둘의 관계를 몰랐을 것 같지도 않지만.
“…아무튼, 말 그대로 단련이랑 대련이야. 별 대단한 건 안 했어.”
“진짜로 안 했어?”
“칸에몽 너까지 무슨 소리야…. 그냥 단련이었다니까. 장소도 그냥 뒷산이었고, 다른 걸 할 여유도 없었어.”
“그러고 보니 너네 그 야간 단련 몇 번 잠깐씩 보기는 했는데, 뭘 하는지 들어본 적은 없네. 뭐 했어?”
“진짜로 특별할 거 없는데. 보통은 체력이랑 근력 단련을 하거나…”
“평범하네.”
“혹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나나마츠 선배에게서 도망치다 잡히거나 했어.”
“…미안, 방금 말은 취소할게.”
밤중의 산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같이 놀자!’ 따위의 말을 하며 쫓아오는 나나마츠 코헤이타.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 직접 만나지 못한 지 몇 년은 된 사람들에게도, 상상한 것만으로도 그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기는 충분한 광경이었다. 특히 그와 한 학년밖에 차이나지 않았던 사람들은 더 했다. 대낮의 마을, 가게 안인데도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게 될 정도로.
“그래도 나름대로 공부가 됐다고 생각해.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칠 일은 학원 안에선 별로 없었잖아.”
“…헤이스케답긴 하네. 사부로도 그랬어?”
“응… 사실 나, 그때 사부로한테 이것저것 많이 배웠었어. 육학년 때도 그랬고, 오학년 때도… 선배들이 실습이나 임무로 학원에 안 계실 때면. 사부로는 그때부터 이것저것 재주가 많았잖아. 나보다 말재주가 훨씬 좋은 녀석이라 설명도 능숙했고.”
무엇보다 배우는 사람이 착실한 우등생이니 익히는 것도 빨랐다. 헤이스케의 입으로 말한 사실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유추 가능한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안 그래도 우수했던 헤이스케의 실력이 더 뛰어나게 된 것도 아마 그 즈음부터였던 것 같았다. 사부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건 꽤 괜찮은 상승효과였다.
“그리고… 응, 즐거웠어. 그런 의미로 본다면 확실히 밀회가 맞았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다른 애들이 생각했던 것 같은 그런 건 정말로 안 했어. 거긴 다른 사람들도 다 있는 곳이었잖아. 벌레도 많고…”
그렇게 말하는 헤이스케의 얼굴은 꽤나 기뻐 보여서,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의 학급위원장인 남자는 이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야 하치야 사부로와 바보 같은 로반 녀석들도 어느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었다.
“아, 미안, 사부로지. 이런 옛날 얘기 들으려고 온 건 아닐 텐데.”
“아뇨, 재밌어 보이는데요. 하치야 선배가 가르쳐 주셨다는 게 뭔지도 궁금하고.”
“대부분은 잡지식이었어. 학원장 선생님께서 즐겨 드셔서 학급위원장위원회에도 자주 나눠 주시는 전병의 종류라던지…”
“…사부로 그 자식, 그런 기밀을 막 말하고 다녔단 말이야? 헤이스케한테라면 괜찮지만!”
“혹은 키노시타 선생님이 졸업 직전 돌리셨던 진로 희망서가 직원실 어느 서랍에 보관되어 있었는지. 그거 보고 나서 하치자에몽이랑 라이조랑 셋이서 긴급회의 했었대. 네가 가기로 한 성이랑 걔네가 가기로 한 성이 너무 가까워서.”
“…….”
용서는 빠르게 철회되었다. 그야 그 즈음의 그 녀석은 어디든지 유유히 돌아다니는 놈이라 모르고 있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지만, 그렇다고 당사자 몰래 연 긴급회의 따위도 넘어가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엄청 유용한 정보네. 알려줘서 고마워, 헤이스케.”
“응. …그리고 감각을 집중시키는 연습도 했었어. 이건 배웠다기보단 같이 연습했던 거지만. 사부로가, 실전에서는 생각보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나마츠 선배 상대로 해보자고 했어서. 그 선배의 기척을 빨리 알아챌 수 있다면 도망칠 수도 있게 될 거니까.”
“선배를 알차게 연습 상대로 써먹었구나.”
“누구든 안 그랬겠어. 우리도 아야베의 함정 실험 상대가 되곤 했잖아.”
“…몇 번은 진짜 죽을 뻔 했지… …그래서, 성과는 있었어?”
“원래는 반 각도 지나기 전에 붙잡혔던 걸, 더 빨리 도망치게 돼서 일 각은 채울 수 있게 됐었어. 정확히 재본 건 아니지만. 그 뒤로는 나나마츠 선배가 술래잡기를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셔서… 진짜로 아침까지 뒷산을 달리게 된 적도 있지. 왜, 오학년 때 나 아침에 겨우 방에 왔던 날.”
“아아…”
가을이었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해의 여름 방학 직후 학원에 도착했을 때만큼 너덜너덜해진 채 돌아와 방 앞에서 쓰러져서, 기겁해서 업어들고 의무실에 데려갔던 적이 있었다. 학원 뒷산에는 고학년들이 실습을 하느라 설치해둔 함정들도 많아 조심히 다녀도 위험한 그곳을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선배에게 쫓기며 달렸다면 몸이 성치 않을만도 했다.
“그때 의무실에 라이조가 사부로를 들쳐메고 왔던 것도 그래서였구나. 나는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됐나 했어.”
“나나마츠 선배가 상대였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런 날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선배들은 사실 학원에 잘 안 계셨었고.”
“그건 참 다행이었지. 그 다음 해엔 우리가 그렇게 됐지만.”
“응. 하여간, 그래서 쫓길 염려가 없을 땐 달이 잘 비치는 곳에서 단둘이 앉아 연습하곤 했어. 달이 비치니 보이는 것도 많고, 다른 사람들도 단련하는 산이니까 온갖 소리가 들려서 그런 단련을 하긴 정말 좋았어.”
달이 비친다곤 해도 밤이니만큼 보이는 것은 온통 그림자로 얼룩진 풍경이었다. 흙 냄새 가득한 바닥, 수리검에 흠집이 난 나무 아래 기대 앉으면 저멀리서 들리는 선후배나 친구들의 기합 소리, 수리검이나 쿠나이 따위가 서로 맞부딪히는 둔탁한 금속음, 때때로 제법 매섭게 날아오는 바람 소리, 찌르르 우는 풀벌레와 동물들이 움직이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 그것을 하나씩 기억에 새기며 인지에서 지워 나가다 보면 남는 것은 바로 옆에 앉은 사부로의, 평소와는 달리 그 누구도 흉내내지 않은 본연의 숨소리였다. 잠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스스로의 감각에 몰두한….
‘…헤이스케, 집중해야지.’
“나는 진지하게 하고 있었는데, 사부로는 종종 그런 말을 했었어. 하지만 그게 집중이 흐트러진 거라면, 사부로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서로 마찬가지인 거잖아.”
“…역시 밀회였던 거 아닌가요?”
“아니라니까. 그럴 때 사부로의 호흡은 고요해서, 엄청나게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어. 그러니까 연습 대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었단 말이야.”
“그럼 걘 왜 널 보고 있었대?”
“하늘이 있고, 나무가 있고, 풀이 있고, 벌레가 있고, 그리고 사람이 있으면 사람을 보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하던데.”
꽤 뚱딴지 같은 말이었지만 딱히 창피함을 무마하기 위해 얼버무린 변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연인 간의 밀회에서 흔히 할 만한 감상적인 말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사부로에게 있어 당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옛날부터 쭉, 사람을 정말 좋아하던 녀석이었다. 이 전란의 시대에 닌자의 삶을 살면서도.
“…하치야 선배야 그렇다 치지만, 쿠쿠치 선배는 정말 그걸로 괜찮으셨던 건가요?”
“뭐가?”
“보통은, 상대가 자길 특별하게 여겨줬으면 하잖아요. 저 같으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일 뿐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저라서 봐줬으면 했을 텐데.”
“그래?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도, 사부로는 항상 나를 보고 있었는걸.”
“…그랬었나?”
헤이스케의 동실로서 이런저런 상담을 받았었던 그이지만, 사부로와 그 동실의 관계, 혹은 관심들에 관해 상담을 받은 적은 없었다. 애초에 상담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휴일에 두부가게를 제외하고 함께 갈만한 곳에 대해 조언을 해준 것이 다였다. 그러니 사부로에게 고마운 줄 알라고 거드름은 좀 피웠을지언정 둘의 사이에 대해 걱정을 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또 사부로가 늘 헤이스케를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었는데. 애초에 그의 행동은 하도 티가 나질 않아서 헤이스케가 솔직히 굴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연애를 알게 된 것이 한참은 늦춰졌을 것이다. 뭐, 둘만의 신호 같은 거라도 있었나? 닌자식으로?
“사부로는 상황 파악이 빠르잖아. 특히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 변장하고 어딘가로 잠입했을 때 함부로 두리번거렸다간 들키고 말 테니까.”
게다가 그는 늘 누군가로 변장하고 있기에, 시선의 움직임까지도 변장한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스러움’을 계산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그러려면 스쳐본 것도 순식간에 파악해야만 하고, 보지 않는 척 보는 것에 능숙해져야만 했으며, 하치야 사부로는 그걸 실제로 해내는 녀석이었다. 평소 행실이 어찌 되었건 재주 많은 녀석인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사부로가 안 보는 척 늘 헤이스케 널 보고 있었단 이야기야?”
“그렇게 말할 것까진 아니지만… 수많은 누군가로서의 시선들 중에서 사부로를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야.”
사람의 얼굴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중 눈에는 특히 많은 정보가 집약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은 지나치기 쉽지만, 그에 대해 잘 알고 훈련된 사람, 예를 들면 숙련된 닌자의 경우 눈이 한 번 마주친 것만으로도 수많은 정보를 알아내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차폐에도 익숙하다. 그렇다 해도 누수의 순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헤이스케는 그 순간들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했다. 사부로 또한 그 정도는 언제나 헤이스케에게 내주고 있었다. 헤이스케는 언제나 사부로에게 솔직했으니까 사부로 또한 그만큼은 솔직해지자고 마음을 먹었던 걸지도 모르고.
“그리고 내가 그런 사부로의 시선에 익숙한 만큼 사부로가 나를 본다면 난 곧바로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부로가 듣는다면, 그것 참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비꼴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일이었다. 비꼰다는 것은 상대가 듣기를 바라고 하는 말이니까. 비록 지금은 사부로의 부고를 들은 이후지만, 어쩌면… 혹시.
그 어쩌면의 가능성을 결코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하치야 사부로라는 인간이었다. 그의 변장이나 무술 실력 둘 중 하나만이라도 범상했다면 지금처럼은 되지 않았을텐데. 하다못해 머리라도 아둔했다면… 아니다, 차라리 다른 사람도 아닌 카와니시 사콘에게서 ‘일개 닌자의 죽음에 성에서 비용을 대 주었다’는 말만 듣지 않았더라도. 그가 소식을 전한 것이 특히나 큰 불행의 요인이 된 것은 사실 의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헤이스케.”
“…응.”
“옛날 이야기 잔뜩 하게 만들어놓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어쨌든 그 자식은 지금 개자식이야.”
“응.”
“살아 있다고 해도 너랑 나한테 질 나쁜 거짓말이나 하는 놈이고, 죽었다고 해도 졸업 후에 너한테 먼저 찾아온 적 한 번 없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버린 놈이야.”
“…….”
“그래야 네가 편해. 그렇지?”
옛 기억에 빠진 헤이스케를 건져내고, 그의 후배에게도 동의를 구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었던데다, 헤이스케와 같은 화약위원회의 후배였기 때문일까.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결국은 세 학년이라는 거리는 멀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꽤 눈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선배, 쿠쿠치 선배한테 찾아오신 적 없었나요?”
“…사부로지, 지금은 그런 얘기 하면 안 되지…”
“응, 정확히는 다른 애들이랑 같이 온 적은 있지만, 혼자서 온 적은 없어. 그나마도 일 년에 한 번쯤이었던가.”
“걔네 말로는 외부인 만나는 데 까다롭게 구는 성이어서라는데, 바로 근처에 취직한 타무라랑은 아무리 동맹 관계의 성 소속이라 해도 잘만 만났잖아. 아무튼 걔는 개자식이 맞아.”
헤이스케는 마치 심통을 부리듯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자신의 학급위원장을 타이르거나 핀잔을 하는 대신 그저 웃기만 했다. 주변에서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생각이 깊은 그가, 사부로가 직접 오지는 못해도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직접 방문보다는 자주 연락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오로지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 ‘눈치 없는 후배’도 그 하치야 선배니 누군가의 얼굴로 변장해서 찾아왔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위로는커녕 독밖에 되지 않을 것을 알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잠시 동안 기묘한 침묵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
“내가 바라든 어쩌든 앞으로 영원히 사부로를 만날 수 없을 거란 것 정도는 나도 알아.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걔가 나를 찾아오는 일은 없겠지. 완벽주의자니까, 스스로의 죽음을 내다버리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걔는 늘 그랬잖아. 나한테도 너희에게와 다름없이 공평하게 치사했어.”
“…쿠쿠치 선배가, 하치야 선배가 그 누구의 얼굴을 빌려서라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그 이유 때문인가요?”
“아니, 그보다는… 사부로는,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내 가게에 찾아왔던 사람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꽤 유동인구가 많은 교토 부근 마을에 위치해 마을 주민만이 아니라 많은 상인들도 상대하는 두부 가게의 주인이자 아나우시는 터무니없게만 들리는 말을 눈도 깜빡하지 않고 내뱉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그 말의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불가능했으면 그는 이곳에 자리를 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치야 사부로와 쿠쿠치 헤이스케는 서로 다른 점만큼 닮은 점도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사부로는 절대 나한테 생사를 확신할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학원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니까 이제 와서 새삼 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는걸. 우리들 사이에 너희가 품는 그런 환상은 없었다니까.”
“환상이라기보단… 아무튼, 그 자식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닌자로선 완벽하잖아.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죽음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건, 진위가 어떻든 유용한 전략이야.”
“하치야 사부로 진짜 가만 안 둬.”
아무래도, 헤이스케가 뭐라고 하든 그는 사부로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야 당연했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 남은 평생 내내 진짜로 죽었는지 아닌지 모를 놈을 가슴 한 켠에 품고 살 것임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사부로 또한 그렇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결국은 헤이스케를 내버렸다. 헤이스케 또한 가능하고, 필요했다면 주저없이 그런 선택을 했으리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 하더라도 헤이스케는 사부로를 혼자 두는 한이 있어도 자신은 혼자 두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역지사지는 내킬 때만 하면 그만이었다. 한때 사부로와 함께 학급위원장을 맡았던 남자가 우애와 이기심이 적당히 섞인 생각을 하는 사이, 애매하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헤이스케가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부로지, 왜 그래?”
“아뇨… 쿠쿠치 선배가 말씀하시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환상… 같은 게 없을 줄은 몰랐어서요. 학원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선배들 정말 그런 관계시구나 싶었는데.”
“잘 들어, 우리한테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건 대체로 그 녀석 탓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오하마 선배가 하치야 선배께 그렇게 가차없으신 건 쿠쿠치 선배 때문인가요?”
“설마! 그냥 학원 시절에 용구위원회에서 훔쳐 온 과자를 나 없을 때 모여서 먹은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때문이야. 신경 쓰지 마.”
과거의 사사롭고 치졸하며 떳떳하지 못하기까지 한 원한으로 학원 시절 옆 반 학급위원장에게 자신의 반의 책임까지 떠맡긴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저 옆에 치워 두었던 두부 접시와 젓가락을 집어들어 헤이스케의 관심을 단번에 환기시켰다. 어쨌거나 헤이스케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그 또한 사부로에게 결코 지지 않았고, 만약 사부로가 없다면 그야말로 제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사실은 사부로가 있어도 그랬다. 그러니까, 이 자각없이 사부로에게 가장 많은 공평함을 불공평하게 나눠받았던 소중한 친구에게는 자신이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보같은 로반 녀석들은 이미 용서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리고 모범생이자 우수한 닌자인 헤이스케가 그렇게 쉽게 ‘증명할 수 없다’고 하니까. 학급위원장으로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하지만 사부로는…”
“헤이스케, 우리한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너도 어느정도는 사부로한테 환상을 겹쳐보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래?”
“…음, 역시 이것도 사부로 때문이야. 하지만 헤이스케, 생각해 봐. 사부로 걔는 확실히 완벽주의자지만…”
그가 말하다 말고 두부를 한 젓가락 집어들고 우물거리는 사이, 헤이스케의 시선은 확실히 그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헤이스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벽한 인간인 건 아니었다고.”
이하는 구글문서에서 이 글을 못 찾아서(...) 지금은 폐쇄한 블로그에서 긁어와서 남아있는 후기
닌타마 연성에 미래날조 주의문구를 붙일때면 언제나 미래(무로마치)날조 주의라고 쓰고싶은걸 항상 참습니다. 미래이지만 과거입니다. 미래(1500년대 중후반).. 현환패는 미래(헤이세이~레이와)날조 주의(미쳤나)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사부로 생일기간을 맞췄습니다! 아직 쌍둥이자리 날입니다! 내일부터는 게자리의 날이기 때문에 이 글엔 등장도 하지 않았던 큐사쿠의 생일축하연성이 되고 맙니다. 이 글에 게자리 캐릭터가 아무도 없는데 게자리 생일축하연성이 되는 처참한 상황만큼은 막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와같이 쓸때는 하고싶었던 말이많았는데 올릴 때가 되니 싹 날아갔네요.. 뭐지... 쓰는동안 닌뮤8탄 정주행했고 9탄도 딱 죽을만큼 보고싶어졌으며 아마존엔 dvd 재고가 없었다는 비극이 한차례 있었긴 합니다... 블루레이는 있었긴 한데 블레 odd가 더비싸 하지만 닌뮤9탄 블레는 이번에야말로 놓치면 영원히 못볼거고 odd는 언제사도 괜찮기 때문에 일단.. 사고 보기로 했습니다만 지금 돈없으니까 7월말 노려본다 그때까지 재고 안남아있으면 바닥에 누워 울어야지
후반부 쓸때 노동요는 8탄의 <우리들 인술학원 5학년>이었습니다(곡cd가 없었기때문에 dvd 영상을 구간반복재생한다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들었습니다 제발 음원으로 팔아주라 돈줄게 돈주고 산다잖아 내가 제발 어)...만, 후반부 분위기가 분위기다보니
(쿠쿠치가 진지한얘기하는거 쓰는중) 야레루코토~ 얏떼미루요~ (신남)
(칸에몽이 진지한얘기하는거 쓰는중) 보쿠타치노~ 야리호오데~ (발랄)
...그래서 퇴고용 작업곡으로는 <내일을 향한 문>을 들었습니다만(마찬가지로 원시적인 이하략) 이번에는 갑자기 분위기 엄숙...
내일을 향한 문 하니까 말인데 (이하 닌뮤얘기 좀)
이 곡 부를때 가사가요
홀로 떠안았던(칸에몽 혼자 오른쪽 구석(어두움)으로 가 앉음)
고독을 느꼈던 그 때에(쿠쿠치가 보고 따라감)
내 곁에 동료가 있었어(칸에몽 어깨 위에 손 올리고 이내 손 잡아 모두가 있는 밝은 가운데로 데리고 나옴)
↑ 이거 진짜 봐도봐도 미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얘들아 내가 너네땜에 너네 선택가족 적폐캐해를 못버리잖아!!!(남탓)
쿠쿠하치에서 쿠쿠치가 사부로를 좋아하든 말든 쿠쿠치에게 가장 소중하고 의존하고 있는 존재는 칸에몽이라는데에 사부로의 라이조 가발도 걸 수 있습니다.(사부로:왜 내걸) 반대도 마찬가지임 얘네는 ㄹㅇ찐 상호구원관계라니까요 아니 이게 적폐긴 한데 함만드셔보세요 츄라이 적폐맛 ㄹㅇ 끝내준다고요(쿠쿠하치글 후기에서 5이얘기 하지마 미친놈아)
그리고 사부로도요 ㅋㅋㅋㅋㅋ 아니 8탄에 포인트 너무 많아서 미치겟음 사부로 이자식 유독 통통 튀어다니는 순간들 많더라고요 <우리들 인술학원 5학년> 안무에서도 혼자 폴짝 뛰는 안무 한다던지 처음에 닌무받고 나갈때 다들 우르르 달려가는데 사부로 혼자 마지막에 폴짝 뛰어나간다던지 <한창 고민할 나이> 부를때 라이조 고민하니까 통통 뛰어나간다던지 숯가마 근처에 숯가루 뿌릴때 지혼자 덤블링하면서 뿌린다던지(아니대체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끼부리는 장면도 많아서 너무 즐겁고 좋아서 빡침(좋다는 뜻임) 야마다 선생님으로 변장하고 쿠쿠치랑 타케야한테 양손 손가락총 날린다던지(이후 둘한테 사부로!!! 하고 쿠사리먹음 당연하지 ㅋㅋㅋㅋㅋㅋ)선생님 얼굴로 끼부리지마 미친놈아 ㅜㅜ
거기다 <한창 고민할 나이> 도입부에서 타케야랑 칸에몽이 '네가 생각하는건 전혀 모르겠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니 나는 믿을 수 없어'하고 싸우잖아요(진짜미쳤다) 근데 그때 타케야 뒤에서 라이조랑 쿠쿠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잇는데 사부로놈 혼자 실실 쪼개고잇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밋냐? 재밋냐고 타케야네 반 학급위원장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라이조 고민할때 쿠쿠치가 일어나서 다가가려니까 바짓자락 붙잡고 매달림 인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지는 쿠쿠치랑 타케야가 자기랑 라이조를 마파두부 고기두부 독도마뱀 형제로 비유할때 이게무슨개소리여? 표정돼서 라이조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이조 얼굴은 쿠쿠치한테 가려서 안보이지만 무슨 표정됐을지 너무 궁금해요)
칸에몽이랑 사부로의 케미도 너무 좋았어요 사부로가 학원장으로 변장한거 칸에몽만 사부로잖아? 하고 알아본거라던지 사부로도 자연스럽게 역시 칸에몽이라니까 같은 반응 한것도 그렇고 숯가마에서 수상한 할아버지 보고 칸에몽이 저멀리 돌던지자마자 칸에몽 위에 있던 사부로가 칸에몽쪽 흘끗 보고 당황도 안하고 바로 숨은거에서 학급위원장위원회로서 함께 일해온 짬바? 같은게 느껴져버림 아니 이거 분명 얘네 첫 닌무긴 하지만 그치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후로도 칸에몽이 할아버지한테 말걸때 바로 쿵짝맞는것도 그렇고 암튼 너무 좋앗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얘네 낙란에서도요
(먼가 첨나오지만 닌타마의 룰에 따라 버섯이름인 성 닌자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게 등장했다가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닌거란게 밝혀짐)
칸에몽:이걸로 알았어.(진지)
키리마루 아야카시마루 킨고:뭘 아신거죠?
칸에몽:그건 (성 이름)이...
타케야:(성 이름)이...
사부로:식용버섯이란 거구나(난입)
(콰당)
타케야:사부로!! 갑자기 나와서 뭐야 그 대사 모처럼 칸에몽이 중요한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칸에몽 말해줘
칸에몽:아니 그.. 응..
칸에몽:(성 이름)은 식용버섯이었던거닷-!
(콰당)
아니근데 사부로랑 칸에몽 표정포즈 극명하게 다르니까요 칸에몽 진짜 천연보케고 사부로놈이랑 쿵짝잘맞구나 싶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턴 그렇습니다 ㅜㅜ 학급위 5닌 쿵짝맞는거 너무 좋다고 생각함 진짜.... 글고 닌뮤 칸에몽 목소리 정말 청량하고 산뜻한 천연덕스러움이라 닌뮤칸에몽 내가 너무 귀여워서 걱정<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진심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할수있을거같음(좋다는 뜻임)
그리고 쿠쿠치도요 성장통 자랑하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 너무 귀여웠고 무기소개 파트에서 형태를 보이지 않고 <이 부분에서 그 커다란(ㅋㅋ) 촌철을 진짜 손 뒤로 쏙 숨겨서 전혀 안보였던거랑 그뒤에 빙글빙글빙글빙글 돌리는거 너무... 너무좋아서 그부분만 26번정도 돌려본거같아요(구체적 수치) 그리고 닌뮤쿠쿠치 정말.. 이이코임 으흐흑
닌뮤얘기 좀이랬는데 좀이아니잖아 이거
암튼 저는 전에 메모게시판에 함 썼기도 한데 쿠쿠하치.. 사겨도 사부로는 쿠쿠치에게도 엔간해선 전혀 맨얼굴을 보여주지 않겠지만(참고:
쿠쿠치도 사부로 맨얼굴엔 관심 1도 없을것같아서 더 좋습니다. 라기보다 다른 5닌들도 사부로의 이 괴벽()을 각자 다른 방식과 이유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 같지만요. 전에 포타에 올렸었던 썰정리에도 있지만 저는 5닌애들은 개성이 있긴 해도 다들 둥글둥글한 애들이 모였다고 생각하는데요(그 사부로마저도) 그래서 그런지 얘네는 친구들의 평생을 가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을 부분들을 잘못됐다고 치부하지 않고 그냥 그 녀석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겨둘 것 같습니다. 혹은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던가요(칸에몽과 타케야의 싸움은 보통 이런 부분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함 물론 쿠쿠치와 타케야가 싸우는 이유는 두부임) 어쨌든 그 이해할 수 없는 면을 거부하지는 않음 암튼 그래서 사부로도 맘편하게 맨얼굴 안까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6하방에는 서로의 위원회 물건이 많아 구분하기 위해 가림막을 두지만 쌍닌의 방에도 가림막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사부로는 그 가림막 뒤에선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며(세수나 뭐나 일단 얘도 맨얼굴을 드러내놓아야 할일이 있긴 할거아님) 라이조를 비롯한 다른 5학년들 모두가 그 가림막 뒤는 절대로 보지 않을거라는 저의 동인설정
그리고 사부로에게 가장 많이 환상을 품고 있는 건 역시 제가 아닐까요(ㅋㅋ)
휴일에 원래의 얼굴로 마을을 돌아다닐 때, 인술학원 재학시절엔 그래도 '하치야 사부로'로서의 요소를 많이 드러내고 다닐 사부로겠지만 마을에서 혼자 돌아다닐때의 사부로는 '라이조로 변장한 사부로'와는 걸음걸이부터 다를거라는게 저의 생각 정확히는 닌자로서의 사부로와 일반인 그자체의 사부로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 누구도 모르는 얼굴의 남자애가 그야말로 닌자의 모범같은 걸음걸이(발소리 하나 없음, = 라이조로 변장하고 있는 평소의 하치야 사부로의 걸음)로 다니면 목격한 닌타마들은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요 사부로놈 너무 잘난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 헛점이 있으며 사실 그 본인도 잘 까보면 평범한 그나잇대 소년같은 애라는 점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닌뮤에서는 5학년인 지금 이미 선생님들이나 암튼 어른들로도 자유자재로 변장하지만, 저는 아직 키나 체격같은건 못바꾸는쪽이 좋다고 생각해요(낙란에서도 이자식 맨날 온갖 기상천외한 다른 닌자들로 얼굴만 바꾸고(재밌어보이는 얼굴만 보면 일단 변장하고 보고 기막혀할때 화낼때 생각할때 각자 다 다른 얼굴로 한컷씩만에 바꾸는 놈임 ㅋㅋㅋㅋㅋ 얼굴만(중요)) 옷 포함 몸을 냅두고 그런 얼굴들 할거면 최소한 뒷머리라도 같이 바꾸라고 라이조한테 고소당하기 전에(ㅋㅋ)) 왜냐하면 그쪽이 더 풋풋하고 청춘같잖아...(ㅈㅅ) 게다가 저는 공식 캐릭터북 사부로 설명문의 변장은 아직 조금 모자라지만 <부분을 존나 환장하게 좋아하기때문에.. 그거 아시나요? 저는 사부로가 잣토랑 붙고 깨질때 사회보던 유키가 무패신화의 전설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라고 하던 그 순간에 희열느낀인간임(ㅈㅅ합니다) 그리고 아직 성장기일거니까요 사부로도 지금은 몸을 사려가며 변장할거라 생각함 오늘만 살게 아니니까.. 단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는 늘 체크할거같은 느낌
그럼 이인간의 완벽주의적 면은 어떻게 드러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5학년 여름방학(a.k.a. 낙란 37권) 이후 사부로가 쿠쿠치로 변장할땐 등과 가슴(화살촉까지 꽂힌 화살을 빼내려면 관통시켜서 부러뜨려 뽑아야 한다고 해서...)의 흉터까지 재현하는데서 올거라 생각합니다(돌아버린 적폐동인)
그리고 쿠쿠치도 이런 사부로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어느 정도의 환상을 가져버릴 것 같은 느낌.(물론 사부로놈이 환상 안 갖기 어려운 인간이긴 할겁니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등감은 전혀 없는 담백한 태도일거라는게 좋습니다. 삐슝빠슝 천재랑 수재를 먹으면서 열등감을 빼고먹는 오타쿠가 있다? 아니 하지만요 저는 쿠쿠하치든 천수(논컾)든 쿠쿠치는 사부로에게 결코 열등감을 갖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얘는.. 열등감 가질 시간에 저런 실력과 특기들을 가진 사부로(같은 사람)와 함께 행동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전략을 짜서 움직여야할지(+그걸 위해서 자기가 해야할 단련은 어떤 종류일지), 그리고 사부로를 적으로 만났을 때엔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할 애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간판도난사건에서 쿠쿠치가 5학년의 리더를 맡은 이유라고 생각. 근데 다른 5학년들도 사부로한테 그런 감정 잘 안느낄거같긴 하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 의견입니다 5닌들 이런 방향으론 디게 담백할거같음
암턴 사부로 너무 좋아서 돌아버리느라 야마까지 같이돌아버림 이라이라 스룬다요 제가 사부로 최앤데... 사부로 너무 좋아서.. 명치 함만 때리고 싶어요.. 아님 바닥에 메다꽂기... 진짜 막 폭력을 가하고싶다기보단 그.. 그런걸 원함 약간 슬랩스틱처럼 명치에 주먹갈기면 끼요옷~~~ 하면서 47연속 공중회전하며 날아가 바닥에 머리부터 거꾸로 푝 하고 꽂혔다가 3초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가던 길 가는 그런거(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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