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의 법칙

- 炎天厳島.

사람은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카지 슌조는 어릴 때부터 이를 지겹도록 체감했다. 당장 어린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도, 알게 모르게 차별이 가득했다. 돈이 많은 집안의 자제들은 그리도 대접받으며 사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좋지 않은 시선이나 받는 것이 일상. 그는 타고나길 돈과 타인의 시선에 집착했던 자다. 그런 그는, 어릴 때부터 집안을 숨기며 살았다. 자신의 집안이 부끄럽다거나, 또한 자신에게 모질게 굴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일찍이 약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처분하고 싶었을 뿐. 현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조숙한 어린이의 사고는 참으로 매정했다.

그러므로 자기객관화는 곧 카지 슌조의 특기. 당시의 그는 지금의 자신이 가진 것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엔 터무니 없이 가치가 낮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신에게 빌고는 했다. 재능을 달라고. 세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불세출의 재능을 원한다고. 더 높은 곳에 가, 그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달라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키겠다고….

그렇게, 카지 슌조는 연기라는 재능을 얻은 대신 본래의 자신을 잃었다.


그러므로 카지 슌조는 지금 상황이 퍽이나 웃겼다. 엔텐 이츠쿠시마에 대한 것들은 왠만해서 알고 있었으니 더 그랬을까? 규칙을 크게 어기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 과거 귀족이었던 가문의 차남. 미야하 재단 학교에 문화재를 기증하고 있으며, 당장 아무 것도 안 해도 3대는 풍족할, 가히 엄청난 재력. 그 여러 요소가 모여 엔텐 이츠쿠시마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와 달리 그렇게 ‘정말’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부잣집 자제가 연기를 진심으로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자신과의 차이만 보아도 그러하다. 타인에게 집착하는 연기는 부잣집 사람들이 신선해할 법한 연기가 아니던가. 오로지 관객들의 재미만을 생각한 연기. 일상 속에서 많은 것들을 연기하고 또 꾸며내는 저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여, 적당히 충고도 않고 넘기려 했던 것이었는데. 그런 그가 저의 과거를 물으며 재능을 파악하려 든다. 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이나, 카지 슌조는 잃어버린 본래의 자신을 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연찮게 재능을 찾아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라, 지금의 그는 무언가를 꾸며내지 않으면 추한 괴물에 불과했다. 돈과 명예같은, 물질적인 욕망에 집어삼켜진…. 그렇기에 그는 언제나 겉모습을 그리도 꾸몄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했으며, 온화한 미소를 연습했다. 그러니, 그 전에 알던 카지 슌조가 완전히 뒤바뀐다는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새하얀 눈雪 속에는 심연이 있다. 심연을 아무리 흰색으로 덧칠해도 회색밖에 더 되겠는가. 그러니, 그 눈目은 탁할 수밖에 없다.

“후후. 분명 힘들어질 거야. 나는 한 번 비밀을 공유한 사람이 혹시나 배신을 하기라도 하면 지옥까지 쫓아가는 사람이거든.”

그에게 굳이 피어싱을 준 이유를 뽑자면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것이 신뢰의 증표였기 때문이었으며… 두 번째는 맹세였다. 비밀을 발설하지 말 것, 이라고. 비녀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그가 평소에 끼고 다니던 비녀였으니, 분명 값어치가 있으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장신구를 준다면 이쪽 또한 안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너는, 정말로 도망치지 않을까? 도망쳐서 나의 비밀을 발설하고 다니기라도 하면 어쩔까. 수많은 맹세에도 쉽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하여, 너의 많은 맹세를 아직 100% 믿지는 못했다. 자신의 기반이 될 비밀 앞에서는 누구나 이리 신중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카지 슌조는 생각하였다.

“비밀은 곧 알게 될 거야. 차차 알려주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 기다려줘. 비밀은 갑자기 공개되면 오히려 재미가 없더라.”

당장 안 보여주던 일면을 보여주면 되리라.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던 모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람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그래도 이대로 있도록 할까? 나, 그렇게 공개적으로 비밀을 말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나중에 따로 부를게. 그는 그 말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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