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장르의 탄생비화

로맨스판타지의 정의는 무엇일까.

요즘 해당 장르의 글을 보면 '로맨스가 포함된 판타지'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 이런 일이 있었어요 수준의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판타지, 무협, SF등 장르 소설은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되었다.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는 무협만 하더라도 19세기 무렵이고, SF는 16세기 무렵에 시작되었다. SF의 역사가 이리 이른 건 걸리버 여행기를 포함시킬 경우의 이야기인데 걸리버 여행기의 전부는 아니고 발니바비 의사 파트만 해당된다. 본격적으로 근대화가 진행되며 같이 발달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19세기 무렵 프랑켄슈타인도 SF대표작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때문에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볼 필요는 없다. 요즘 시선으로 읽어본다면 레이시즘이 굉장하다. 만리타향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났는데 프라이데이라고 이름 붙이고 노예로 부려먹는다니... 이래서 대영제국 놈은 봐주면 안 된다.

여하튼 한국의 경우 PC통신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으로 장르 소설이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는 로맨스 판타지란 장르는 존재하지 않았다. 

로맨스판타지란 장르의 탄생은 글러처먹은 미소지니의 발현이었다.

말이 과해보인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보다 더 적절한 코멘터리가 없을 거다. 아니라고 우길 거면 뒤로 가기를 바란다.

PC통신의 몰락과 함께 웹 공간으로 장르소설의 연재처가 이동하게 된다. 문피아, 조아라, 지금은 망해버린 삼룡이 등등. 다들 알고 있겠지만 삼룡이와 문피아 등은 아재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자연히 조아라가 젊은 사람들이 위주인 새로운 연재처 강자로 떠오르게 됐는데, 당시 판타지 장르 내에서는 주인공의 성별이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판타지 소설은 모험물이라고 분류하는 게 타당한데다가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도 판매량에 지장이 없는 걸출한 여성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물의 주인공이 여자라고 해도 당연하지만 소설도 세상도 안 무너진다. 문제는 이게 마음에 안 들던 조아라의 남성 유저들이 있던 거다.(웃기는 게 그 사달을 내놓고 결국은 문피아 쪽으로 대거 이동했다.) 그들은 왜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여자여야 하냐, 여자 주인공은 다른 곳으로 꺼지라는 생때를 부리며 일부 아마추어 연재작에 코멘트 테러 등을 강행했다. 작가와 독자 모두 패악질에 시달렸고 이 사단에 염증이 난 이들을 중심으로 그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물론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며 이를 거부한 작가들도 있었지만 알다시피 당시엔 지금 같지가 않았다. 이런 억지를 다 들어줄 정도로 세상이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상냥했다. 

결국 이렇게 판타지에서 여성작가들이 내쫓기며 탄생한 장르가 '로맨스판타지'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로맨스판타지는 '여성이 주인공인 판타지'여야 했을 텐데... 이름이 가져오는 영향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느 순간부터 로맨스 판타지는 '판타지 배경의 로맨스 소설'이 되어간다. 당시 로맨스판타지 명명을 거부한 작가들이 예상했던 그대로 상황이 진행된 거다.

모험물에 사랑은 덤 같은 거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여성 주인공의 판타지 소설을 사랑하던 사람에게는  비보지만 현재는 여주 판타지를 찾기조차 쉽지가 않다. 정말 한 줌 있는 작가분들이 아직 써주지만 이분들의 정산을 감히 입에 담기가 죄송할 지경이니.

이런 탄생비화를 남기는 이유는 이 서평첩이 어디까지나 장르소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인적 감상을 기록해 추천을 나누고자 함이다. 물론 싫은 놈들 욕하고자 하는 이유도 포함된다. 표절 작가를 욕할 맘은 만만하지만 어쨌거나 비평을 하려면 표절작을 읽어야만 하는데, 굳이 비평을 위해 표절작을 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여 경향성 정도는 잘근잘근 씹지 않을까 싶다.

여성이 주인공이라 한들 로맨스만이 메인이여야할 필요가 세상 어디 있겠는가. 한 사람이라도 더 여주 판타지를 향유하게 되어 메이저가 되는 그 날을 염원하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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