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 추억의 단편선

[GL] 나는 펫 - 2부

봄쌀 by 봄쌀




나는 펫


2부



 

  

 

 

 

 

 

 

 

"힝...먹을 거 없어. 나띵! 나띵!"

 

 

"먹을걸 왜 쇼파에서 찾아?! 냉장고 열어봐."


 

"열 줄 몰라."

 

 

"너 바보야? 냉장고 열 줄 모르는 애가 어딨어?"

 

 

"아, 배고프다."

 

 

"....야."

 


"클윔스파게리~ 먹을래요."

 

  

"그러든지."

 

  

"샤워하고 올께요. 버섯은 넣지마. 노 머쉬룸! 알았지?"

 

 

 

"야!"

 

 

 

 

 

 

 

 

슝- 탁.

 

 

 

 

 

 

 

 

저년이!!

 

 

  

 

 

샤워실을 익숙하게 들어가는 꼴이 세아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깨끗하고 반짝반짝 빛이나던 거실마루는 온통 물이 흥건한 발자국으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정말 비오는 날 주워 온 고양이 한마리가 제 집에 있는 것 같았다. 세아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졸졸졸 많이도 찍어놨네. 청소하는게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싫은 세아였다. 첫 번째는 스물네 살의 고양이같은 여자애. 세 번째는 남을 위해 만드는 요리. 도대체 제 신세가 이게 뭐란 말인가. 팔자에도 없는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참아야지..... 고객....고객님....VVIP고객님의 소중한 큰 따님....잠재적인 비즈니스 동반자의 큰 따님.....나중에 제가 승진을 하게 되거거나 보너스를 타게 해 줄, 아주 그냥 개같은....큰 따님...년....




개같은, 이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세아는 문득 처음 저 '고양이'같은 여자애를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개' 같았던 첫만남.

 

 


 

 

 

"표정이 너무 싫어."

 

 

 

"네?"

 

 

 

"무섭게 생겼어요, 헐. 엄마가 되게 친절하댔는데..."

 

 



 

초면에 남 표정 지적질이나 하는 니가 더 무섭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세아는 부러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했다. 청담동 흑진주 내외가 떠난 다음 날, 세아는 부러 시간을 내서 옆집 문을 두드렸다. 온갖 비싼 바디제품을 집들이 선물이랍시고 두 손 가득히 사들고서. 그러나 현관문이 열리고 저를 맞은 것은 이제 막 소녀를 벗은 고양이 같은 계집애 였는데 과연 청담동 흑진주 내외의 딸답게 소위 부내가 솔솔 나는게 세아는 만만치않은 애송이겠다 싶었다. 저를 향해 동그랗게 치켜뜨는 눈. 깜빡깜빡 거리며 한참동안 저를 쏘아보던 눈빛. 그리고 한다는 첫마디가 저거였다. 표정이 너무 싫어.

 



 

 

"이름이 뭐예요?"

 

 

 

"제니~"

 

 

 

"응?"

 

 

 

"제니~라구 불러요. 내 친구들은."

 

 

 

"그럼 나도 그렇게 부르면 되죠?"

 

 

 

"안돼."

 

 

 

"네?"

 

 

 

 

 

 

 

뭐야, 이 계집앤. 게다가 말이 존나 짧다, 너? 하고 말해주는게 인지상정이었지만 세아는 참았다. 이보다 더 한 것도 참을 수 있다. 벌어먹고 사는게 다 그런게 아니던가. 싫어도 좋은 척, 친절한 척. 게다가 회사에서 특별지시까지 내린마당에 싸가지 없는 고객님의 자제분이라고 해서 열받을 필요는 없다. 세아의 노하우였다. 일은 일일뿐. 일에서는 절대로 열받지 않겠다는 것.

 

 

 

 

 

그런데, 제니~라고 말하는 폼이 아주 그냥 닭살이 돋아서 세아에게 청담동 흑진주의 큰 딸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개같았다'. 빙긋이 웃으며 어깨를 꼬면서 "제니~"하는데, 아주 그냥 재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예쁘장한 만큼 인물값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뭐 어쨌든 상관없다. 목적은 인사. 그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거 선물?"

 

 

  

 

 

 

애교라도 부리듯 제니~ 하고 말하던 계집애는 제가 가져온 선물을 하나하나 뜯어보더니 이내 노골적으로 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청담동 흑진주의 가정교육이 문제인건지 조기유학으로 인한 어뭬리칸 스타일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니가 진짜 내 친동생이었으면 아마 지금쯤 눈물을 머금고 다시 제대로 한국형 교양을 습득했을꺼야. 물론 싸대기에 등짝 스매싱은 기본이고.

 

 

  

 

 

"음, 미안한데요. 제가 아가씨보다 열 살은 많거든?"

 

 

  

 

 

그러니까 반말은 그렇다쳐도 호칭은 좀 붙여...

 

 




 

"알아요. 그렇게 보여."

 

 

 

"......네?"

 

 

 

 

 

 

 

......

 

 

 

 

 

 

 

......

 

 

 

 

 

 

 

......

 

 

 

 

 

 

 

 

하...

 

 

 

 

뭐?!

 

 

 

 

그렇게 보여?

 

 

 

그.렇.게.보.여?

 

 

 

 

내가?

 

 

 

 

이 내가?

 

 

 

 


 

 

 

 

 

 

 

 


 

 

.....와...이 미친.....너는 죽었어. 



머리에 피도 안마른 햇병아리 계집애... 제대로 한국형 교양을 학습시켜주겠어.

 

 

 

 

 

 

 

저를 이토록 빡치게 만든 인간은 흔하지 않았다. 세아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화가 나는 걸 느끼며 그동안 제 일상이 얼마나 평온했으며, 제가 만났던 고객들이 비록 자신감과 거만함이 하늘을 찌를지라도 얼마나 예의가 있었던가를 깨달았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그놈의 어뭬리칸 스타일이 아마 자라다보니 성격에도 스며들었겠지. 그래서 참았다. 더군다나 처음 만난 날부터 고나리질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결정적으로.....

 



 

 

 

마침 이 뻔뻔한 계집애의 동생인 흑진주의 둘째 딸이 계단을 타고 내려왔는데, 그 애는 큰 딸 계집애와는 달리 차분해서 참기로 했다.

 

 

 


 

"언니, 처음 오신 분인데 차라도 드려야 되지 않아?"

 

 

 

 

 

세상에, 언니가 바꼈네. 다섯 살이나 차이나면서 어떻게 저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미스테리함을 느낄 수 밖에 없어 세아는 의아하게 둘째 딸 애를 쳐다보았다. 곱상하고 여우같이 생긴 큰딸 계집애에 비해서 훨씬 순진하고 착하게 생겼다. 낯을 가리면서도 차분하게 저에게 꾸벅 인사부터 하는 것이, 됨됨이로 치면 둘째 딸이 훨씬 언니같았다. 물론 생긴건 더할나위없이 앳된 여자애였지만.

 

 


 

 

"어머, 니가 사모님 둘째 딸이구나, 이름이 뭐니?"

 

 

 

"크리스틴~ 내꺼예요."

 

 



그러나 청담동 흑진주의 둘째 딸에게 물었던 질문의 답은 첫째 딸의 입에서 나왔다.






 

"........."

 

 

 


 

 

너한테 안 물었거든, 이 계집애야. 세아는 크리스틴~에게 물었던 제 물음에 뜬금없이 요상하게 대답을 하는 큰 딸 계집애를 웃음기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한테 아까 제니~하고 말했던 그 장난스럽고 애교쩌는 말투였다. 마지못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며 세아는 생각했다. 과연, 청담동 흑진주답게 명불허전, 모전녀전 이상한 핏줄들이 틀림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야겠다.

 

 

 

 

 

 

 

"어쨌든 난 오늘 인사하러 왔어요. 저기 옆집 보이지? 저기에 사니까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옆집 언니라고 생각하고 불러요. 아, 그리고 내가 나이가 훨씬 많으니까 말 놓을께. 사모님께 특별부탁 받았으니까 언제든지 나 필요하면 불러."

 

 

 

"혼자 살아?"

 

 

 

 

 

 

 

이 고양이년은 당최 존댓말을 모르는 건지 여전히 말이 짧다. 

 

 

 

 

 

 

그러나 세아는 쿨한척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래. 원래 친구랑 같이 살았지만... 사모님께서 내 번호 알려주셨지? 궁금한거 있으면 그리로 전화하거나 문자해."

 

 

 

"전화하면?"

 

 

 

 


 

 

말이...뤼얼뤼 숄트, 하네. 이 계집애야.

 

 

 

 

 

 

 

 "도와줄꺼야. 필요한게 있으면 뭐든지..."

 

 

 

 

 

 

세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돌렸다.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한시라도 빨리 제 집으로 돌아가 이 어뭬리칸 스타일에 전형적인 부잣집 딸내미들 따위는 잊고 맥주나 한캔 따서 드라마나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녕히가세요. 언니."하고 수줍게 말하는 둘째딸내미가 기특해 세아는 보란듯이 "그래, 세아언니라고 불러 알았지? 너 되게 귀엽구나?"하고 부러 고양이년을 슬쩍 보며 말했다.

 

 

 

 

 

 

 

그러나 고양이년은...

 

 


 

 

"빠빠이~"

 





.........헐. 이 무슨 같잖은 애교란 말인가. 게다가 빠빠이~ 하는 말과 함께 작고 하얀 손바닥이 저를 향해 천진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순간 세아는 제니인지 제길인지 이 첫째 딸내미의 성격이 어떤 의미로 엄청난 개성을 지녔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찌되었든, 남자들이 참 좋아하겠네, 싶었다. 여우눈꼬리처럼 얄쌍하게 말려올라간 눈매가 저를 보며 가득 웃음을 담는다. 눈웃음 아주그냥 간드러진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쉽지 않을 저 애교를 전혀 위화감 없이 천진난만하게 해대는 꼴을 보니 지금까지 어떤 성격으로 어떤 대접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얀 손바닥을 흔들고는 고른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모습에 세아는 그냥 피식 웃고 뒤를 돌아 나갔다. 자주 마주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청담동 흑진주의 말을 빌리자면 큰 딸이 작은 딸을 엄마처럼 돌본다고 하더니 도대체 제대로 알고나 말하는 걸까, 싶었다. 엄마처럼 동생을 돌봐? 저 애가? 언니랑 동생이 바꼈구만, 무슨...

 

 

 

 

 

 

그래도 꼴을 보아하니 생각보다 손을 타진 않겠다 싶어서 세아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정말 확실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애들 같았다. 게다가 세상에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 없지. 아쉬운 것도 부족할 것도 없는 애들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할까 싶어서 세아는 저장해두지도 않은 첫째딸 고양이년과 기특한 둘째딸의 번호따윈 깡그리 잊기로 했다. 예의상 주말마다 한번씩 인사나 하면 되겠지 싶었다. 어차피 관리인도 있고, 저 기세라면 살림을 봐줄 아주머니정도는 당연히 있겠지. 세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그러나,

  

 

 

 

 

 

 

 

 

 

 

 

 

 

 

 

 

 

 

 

 

 

 

 

 

 

 

 

 

 

 

 

 

 

 

 

 

"네, 죄송합니다. 제가 현재 보호자로서..."

 

 

 

"아니요, 친동생은 아니지만 제가 돌보다시피..."

 

 

 

"애가 미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서..."

 

 

 

"죄송합니다. 애가 아직 한국생활에 적응이 안되서..."

 

 

 

"부모님이 함께 안 계셔서... 현재 법적 대리인의 권한을 제가 가지고 있으니까 저와 이야기 하시죠."

 

 

 

 

 

그러나 그것은 모두 오산이었다. 




세아는 지난 반년동안 위와 같은 대사들을 고개를 숙여대며 해야했다.




고양이년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그도 그럴것이 정작 지난 반년동안 친한 친구보다도 더 자주, 가족들보다도 더 자주, 아니 아주 그냥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 그리고 어김없이 모르는 번호가 뜨면 십중팔구 큰딸 계집애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제법 예쁘장하고 얌전하게 생겼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세아에게 있어 큰딸 계집애의 이미지는 그냥 얌전떠는 부잣집 딸내미였는데 그 이미지는 채 한 달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진심으로 청담동 흑진주를 저주하기 직전까지 갔다.

 

 

 

 

 

처음 반년간은 얼굴도 잘 보지 않았다. 적어도 둘째 딸내미는. 왜냐하면, 





둘째 딸내미는 사고를 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아는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입시를 앞둔 둘째 딸 크리스틴이 신경쓰였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크리스틴은 어디 유명한 예술대를 준비한다고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는데, 제법 유망주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행이게도 개인레슨부터 학교까지 모두 픽업해주는 기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둘째딸내미의 생활엔 신경 쓸 부분이 생각보다 적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쉴틈없이 준비한댔지만 기특하게도 보기보다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또 제 언니보다 훨씬(정말 훨씬훨씬_) 야무진 성격이라 그런지 혼자서도 자기관리를 잘 하는 편이었다. 청담동 흑진주가 둘째 딸 농사는 잘 지었다 싶었다. 세아가 하는 일은 그냥 심리적인 관리였다. 힘든 건 없는지, 영양은 잘 챙기고 있는지, 체력이 따라가는지, 고민은 없는지...

  

 

 

 

 

그러나 정작 본의아니게 가장 신경쓰게 된 것은 큰 딸 계집애인 제니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은 그 나이에 사회초년생에 들어서 눈칫밥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정말 입에 풀칠하는 고민에 치여살았건만, 이놈의 계집애는 당최 작정이라도 한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세아는 의도치않게 여기저기 출장수준으로 분주하게 움직였으니, 그 수많은 사례들 중에서 딱 세 가지만 뽑아보겠다. 세가지만 뽑아도 세아의 인생에서 가장 굵직굵직한 사건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건에서 만들었던 경위서만 꾸려도 단편소설 한편이 나올 정도였다.

 

 

 

 

 

 

 

 

우선 첫 번째는 경찰서다.

 

 

 

 

 

 

"아, 제가 만지지도 않았는데 치한으로 몰고..."

 

 

 

"갓댐! 유셔럽퍽업! 변태는 닥치세요, 응?"

 

 

 

"아 이 아가씨 말하는거 봐요... 우리나라사람 아니라니까..."

 

 

 

"미친 대머리. 내 히프! 만졌자나아! 막, 이렇게, 손으루 쪼물쪼물 만져댔자나아!"

 

 

 


 

 

어디서 저런 패기가 숨어있었을까, 싶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경찰서 밖에서부터 들렸다. 세아가 놀라 뛰어가듯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본 장면은, 조서를 쓰는 형사 앞에서 저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험상궂은 남자에게 요목조목 따지며(따진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떼를 쓰는 것에 가까웠다고 솔직히 세아는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물어버릴듯한 얼굴로 갸르릉 거리는 큰 딸 계집애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멀리서 보며 세아는 잠시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있구나 싶어서. 저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수준의 분노를 보며 생각했다. 제법 한 성깔하는 애구나.

 

 

 



 

 

"법정대리인 윤세아입니다."

 

 

 

 

 

 

슬쩍 큰딸 계집애 년에 다가서서 형사에게 꾸벅 인사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조잘조잘 제게 반은 한국어, 반은 영어로 뒤범벅이 된 이야기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말하다가 저도 울분이 차이는지 이따금, "변태! 갓댐! 내 히프 좋았어?! 제니의 히프는 밀리언달러베이비야 이 나쁜 놈! 죽을 줄 알아!"라고 내뱉으며 다시금 세아의 팔을 흔들며 조잘조잘...재잘재잘...웅얼웅얼... 마치 어디서 얻어터지고 와선 엄마에게 다 이르는 꼬마애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해댄다.

 

 

 

 

 

요컨대, 한국에 오랜만에 왔겠다, 번화가 구경이나 하면서 닥치는대로 쇼핑을 하고 있던 큰딸 계집애가 쇼핑삼매경에 빠지다보니 밤늦은 시간이었고, 애초에 대중교통의 막차시간따위는 몰라도 되는 부잣집딸내미의 특성상 무서운것도 없고 아까운것도 없어서 밤이되자 휘황찬란한 유흥거리를 싸돌아 다니다가 잠시 쉰다고 앉았는데 그게 모텔촌 입구였단다.

 

 

 

 

 

그리고 큰딸 계집애의 말을 빌리자면 헐크같은 남자가 다가와 대학생이냐고 묻더니, 알아듣기 힘든 한국말을 하더란다. 무슨 말인지 알았더라면 거부라도 했을텐데 술이 조금 들어간데다가 걸걸한 조롱 섞인 말들이 쏟아져 잘 이해를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냥 "응?", "응?"하고 대꾸한게 화근이었다. 결국 이상한 낌새에 큰딸 계집애가 일어나 택시를 잡으러 가려다가 변을 당했는데. 중년의 남자가 자리를 뜨려는 계집애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엉덩이를 만져댔다고 했다. 물론 큰딸 계집애는 그 자리에서 중년 남자의 손바닥을 물어 뜯어버렸다. 세상에... 세아는 슬쩍 붕대를 칭칭감으며 연신 억울함을 호소하는 중년남자의 손을 힐끔 바라보다 피가 흥건한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와... 얘 성깔있네. 생긴 것만 고양인줄 알았더니...

 

 

 

 

 

 

조서의 내용은 큰딸 계집애의 활약으로 만족스럽게 완성되었다. 합의를 바란다고 결국 두손을 파리처럼 부벼대는 변태를 바라보던 세아는 이내 제 옆에서,

 

 



 

 

"싫어. 변태는 벌 받아야 해. 무릎꿇고 손들어야 해. 반성문도 써야 해. 감옥에서 콩밥 먹구. 그렇지? 응?"

 

 

 

 

 

 

저보고 절대로 용서해주지말라는 듯 제 팔을 흔들며 제 말에 동의하라는 눈빛을 보내는 고양이년이었다. 





"세아, 저 나쁜 아저씨가 내 여기, 만졌어. 나쁜 놈이잖아? 그렇지?"





자신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더니 눈을 반짝 빛내는 큰딸 계집애였다. 세아는 그래, 그래, 하며 마지못해 맞장구를 쳐주며 흥분한 제니를 자신의 뒷쪽으로 세우고는 합의 절차를 시작했다. 

 

 

 

 

 

 

두번째는 백화점 명품관.

 

 

 


 

 

 

"아니, 우리 딸애가 쟤 동생이랑 친군데..."

 



 

 

"놋프?드! 친구 아니랬어. 학원에서 크리스틴 괴롭혔지? 죽여버릴꺼야. 아킬유!!"

 

 

 

"야 진정..."

 

 

 

"하, 뭐 이딴 계집애들이 다 있어? 너네 부모님은 너네들 이렇게 내버려두고 한가롭게 세부로 여행이나 가니?"

 

 

 

"저기 어머님, 정 대표님 내외분은 비즈니스차..."

 

 

 

"배다른 계집애들이라더니 꼴에.... 부모들이 자식들 교육이나 신경쓰지..."

 

 

 

 

이건 무슨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여자들의 싸움판에 끼인 느낌이었다. 세아는 저를 중간에 두고 두명씩 짝을 지은 여자들의 싸움판에서 눈을 파르르 감으며 진정하라는 말만 수십 번을 해댔었다. 

 





 

 

"뭐야, 아줌마? 오마이것~ 아유 크뤠이지? 쟤가 우리 크리스틴 괴롭힌댔어. 아줌마나 딸 교육 잘 시켜요. 손들게 해. 반성문 쓰게 해! 주름 뤼얼뤼 많아. 못생겼어. You toadish....으읍!"

 

 

 

"야!"



 

 

 

결국 세아는 점점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는 중간에 큰딸 계집애의 입을 틀어막고 나섰다. 




놀랍게도 고요함과 우아함이 넘쳐흐르는 백화점 명품관이라 주변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차지한 상태였다.




우선 상황은 이랬다. 

 

 

 

 

 

1. 큰딸 계집애가 작은딸 계집애의 일기를 훔쳐봄(몰래 가방에서 꺼내봤다는 것보다 이걸 지속적으로 반년동안 몰래 훔쳐봤다는게 더 충격적이었다.).

 

 

 

 

 

2. 작은딸 계집애가 지속적으로 특정 또래애들한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함(큰 딸 계집애년의 말을 빌리자면, 얼굴도 예쁜데 실력도 너무 출중해서 질투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 크리스틴은 못하는게 없어서 그래, 하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이 이야기를 했었으니까... 아무튼 왕따를 시킨애도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왔는데 사사건건 크리스틴과 비교를 당해 폭력직전까지 괴롭혔다고 했다. 이 부분에선 세아도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3.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학교축제에 입을 드레스를 사주러 꼴에 언니랍시고 백화점 명품관에서 크리스틴의 옷을 사주러갔다가 크리스틴을 괴롭힌 여자애와 그 여자애의 엄마를 마주쳤다. 놀랍게도 큰 딸 걔집애는 크리스틴과 상대 여자애가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걸 지켜보고 한번에 그 여자애가 크리스틴을 괴롭힌 여자애라는 걸 알아챘다(세아는 이 부분에서 어떤의미로 큰딸 계집애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굳이 4번을 만들자면,

 

 

  

 

 

4. 그 자리에서....

 

  

 

  

 

 

.....머리채를 잡아챘다. (못 생긴게!! 하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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