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기려] 기밀 처리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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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시향러(@FlorabotanicaS2)님의 생일 기념 리퀘입니다.

퇴고를 안 한 글이라 지속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량 약 5000자.

일련번호: SCP-15●●

별명: 레밍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대상은 202●년 08월 21일부로 유클리드(Euclid) 등급에서 케테르(Keter)등급으로 상향조치 되었으며, 202●년 08월 21일의 사건은 가장 고위등급의 기밀에 부친다. 이에 상기되어있는 사유에 따라 대상은 3중으로 되어있는 특수 유리장을 방 한 벽에 설치한 격리실에 보호감호조치한다. 격리실은 열 명 이상의 연구원이 상시 감시하고 있어야 하며, 그 중 최소 한 명은 S등급 연구원으로 구성한다. 대상이 대화 의사를 표시할 시 S등급 연구원에게 이를 연결하고, S등급 이하의 연구원들은 대상과 1분 이상 시선을 마주하지 않도록 한다.

설명: 

SCP-15●●은 초록색 액체가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몸체로 구성되어있는 지구 밖 생명체로, 취급에 주의를 기해야한다. 몸집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며, 빨간 눈 세 개가 초록색 액체를 떠 다니고 6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 기분에 따라 액체가 다양한 색상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대상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 것.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며, 지식의 수준이 인간의 것을 넘는 것으로도 확인되는 등 상당한 고지능의 생명체로 확인되니 그의 언변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F등급 연구원 김■려와 상당한 라포를 쌓은 것으로 확인, 202●년 8월 20일부로 안전(Safe)등급으로 등급 하향 조치될 예정이었으나, 김■려 연구원의 사망 이후 [기밀처리] 사건을 일으켜 케테르(Keter)등급으로 등급 상향 조치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상을 완벽하게 구속해놓을 방법은 지금의 인류로서는 실질적으로 없음을 확인하였다. 현재 대상은 인류에 대한 강력한 적의를 가지고 있으므로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김■려 연구원의 사망 이후 타인에게 자신을 김■려 연구원의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 

대상의 현재 담당 연구원은 S등급 연구원인 강창호 연구원으로, 대상의 관찰 중 특이사항이 있을 시 강창호 연구원에게로 즉각 보고한다.

"그래, 레밍이 나를 호출 했다고? "

"네. 강창호 연구원님과 또 체스를 두고싶으시다고... "

레밍의 부름을 받은 듯 한 한 하위등급 연구원이 몸을 벌벌 떨며 말한다. '레밍'은 이토록 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숨을 옭아매는 존재였다. 인류가 좀 더 진화되지 않았던 때라면 신으로 불리고도 남았을 이. 

그가, 아니 '그것'이 저 꽁꽁 닫힌 철문 너머로 자리하고 있다.

"알겠어. 가 봐. "

"예. "

연구원이 강창호에게 인사를 건네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몸을 휘청이며 의무실로 향한다.

강창호는 벽장에서 체스판을 꺼낸다. 흑단 원목으로 짜여 묵직한 무게감이 손에 전해진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8:7 이지만 강창호는 알고 있었다. 레밍은 항상 2점차이를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1:0, 2:0, 2:1, 3:1, 3:2...

점수를 따라잡을라 치면 저기에 가 있고, 또 따라잡을라 치면 또 저기에 가 있다. 마치 사람을 농락이라도 하는 듯이. 체스라면 강창호도 선수급이라 할 수는 없지만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어딜 가서 농락을 당할 정도의 실력은 절대로 아니었고. 

그 거대한 존재가 이것으로써 인류에 대한 분노를 거둬들인다면 참 다행인 일이고 강창호도 이 상황이 그다지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기에 그저 놔두고만 있었긴 한데,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라 한다면 강창호는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천직이라 할 정도로 그 호기심이 매우 방대한 인간이라는 것에 있었다.

8:7. 이번에는 레밍이 이겨야 할 차례였다. 강창호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준비해봤는데, 부디 그 거대한 존재의 마음에도 쏙 들기를. 그렇게 기원할 뿐이었다.

면담 53■■-16:

면담자: 강창호 연구원

피면담자: SCP-15●●

서문: 202●년 08월 21일에 제■기지에서 일어난 [기밀처리] 사건에 대하여 사고 처리 및 대상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SCP-15●●의 담당 연구원인 강창호 연구원이 제 16차 면담을 진행함. 이하의 내용은 그 당시 강창호 연구원과 SCP-15●●이 나눈 대화가 녹화되어있는 격리실의 CCTV영상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녹화 시작>

강창호가 책상을 끌어와 유리벽에 붙이고 유리벽 그 맞은 편에 의자를 하나 가져와 앉는다. 책상에 체스판을 세팅하고, 유리벽 너머의 의자에 앉아있는 SCP-15●●에게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띄우며 말을 건다.

강창호 연구원: 네 쪽에서 나를 먼저 부른 건 오랜만이네, 레밍. 잘 지냈어? 난 덕분에 잘 못 지냈는데 말이야.

SCP-15●●: ...

SCP-15●●가 김■려의 모습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인다.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듯 강창호를 빤히 바라본다.

강창호 연구원: 안타깝게도 난 다른 연구원들이랑 달리 네가 빤히 바라봐도 죽지는 않아서. 네 의도는 알겠어. 그러니까 그 시선 좀 거둬줬으면 좋겠네. 군말 안 하고 시작할테니까.

강창호 쪽에 하얀말이, SCP-15●●쪽에 검은 말이 정렬되어 있다. 강창호가 먼저 말을 둔다. 정적이 흐르는 중에 체스판 위의 말들이 체스판과 부딪혀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문 너머에 있어 손이 닿지 않는 SCP-15●●은 좌표를 부르고, 강창호가 그에 따라 말을 옮긴다. 

SCP-15●●: a7에 있는 폰을 a5로.

기물과 체스판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SCP-15●●의 차례다.

SCP-15●●: b7에 있는 폰을 b6로.

<중략>

SCP-15●●: g5에 있는 퀸을 e5로. 체크메이트.

강창호 연구원: 이런. 내가 졌네.

강창호가 하얀색 킹을 쓰러뜨려 항복을 표시한다.

SCP-15●●가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듯 강창호를 빤히 바라본다. 꼰 다리를 까딱거리는 등 여유로운 태도.

SCP-15●●: 예상 못 하던 거 아니잖아.

강창호가 허가 찔린 듯 헛웃음을 터뜨린다.

강창호 연구원: 그렇긴 하지.

SCP-15●●: 무슨 수작이야. 오늘 따라 말의 움직임이 이상하던데.

강창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자신의 한쪽 귀에 삽입되어있던 초소형 이어폰을 꺼내보인다.

강창호 연구원: 실은 너랑 체스를 둔 게 내가 아니거든.

SCP-15●●: 그럼 누군데.

강창호 연구원: 화는 안 냈으면 좋겠는데.

SCP-15●●: 안 내. 너 같은 원시 포유류한테 화 내봐야 뭐하겠어. 쓸데없이. 어차피 내가 이겼잖아.

SCP-15●●가 등받이에 등을 기댄다. 아무 짓도 안 하겠다는 듯이 몸에 힘을 쭉 뺀 모양이다.

강창호 연구원: 인공지능이야. 인간의 체스는 인공지능에 뒤쳐진지 오래라 얘라면 널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지. 물론 실패했지만.

SCP-15●●: 쓸데없는 짓을 했군.

강창호 연구원: 그래. 쓸데없는 짓.

강창호가 조소하듯 작게 웃는다.

SCP-15●●: 이만 가 봐. 이번엔 마지막 게임에서 한 달이 다 되가도록 면담을 안 오던데, 적어도 이 주에 한 번씩은 봤으면 좋겠어. 내가 널 부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SCP-15●●가 의자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가자 강창호가 '그것'을 부른다.

강창호 연구원: 레밍. 네 노트를 봤어.

SCP-15●●가 자리에 멈춰서 강창호를 돌아본다. 강창호와 SCP-15●●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힌다. SCP-15●●의 얼굴이 유쾌한 듯 일그러진다. 인간의 표정근을 잘 작동하지 못 해 김■려 연구원을 닮은 얼굴이 기괴하게 보인다.

SCP-15●●: 그래?

강창호 연구원: 나와의 체스게임에서 먼저 10승을 차지하면 인류를 말살시킬 계획이라고.

SCP-15●●: 너희한테는 안타깝게 됐지만, 맞아. 내가 그렇게 정했지.

강창호 연구원: 오늘로 9:7. 그렇다면 다음에 네가 이기면 이 게임이 끝날 수도 있는거네?

SCP-15●●: 그렇지.

강창호 연구원: 네 그 계획을 파기할 생각은 없나?

SCP-15●●이 인간의 웃음을 따라하듯 박장대소한다. 웃음 소리가 기괴하게 울린다. 그러고선 어느 순간 웃음을 뚝 그치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서 강창호를 바라본다. 즐거운 듯, 분에 찬 듯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기묘한 눈빛.

SCP-15●●: 내가 왜?

<녹화 종료>

신입 연구원 ■■■은 오래된 녹화 파일을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아주 오래된, 그 옛날의 이야기. 

강창호와 SCP-15●●(레밍)은 이 기록을 끝으로 이 지구상에서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 SCP-15●●은 인류말살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신입 연구원 ■■■의 존재가 그를 증명하듯이.

신입 연구원 ■■■은 녹화파일을 다 둘러보고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결국 이들의 마지막 대국에서는 누가 이긴 것일까. 인류가 없어지지 않았으니 강창호? 혹은 SCP-15●●?

그건 이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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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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